인천 칼부림 피해자, 새벽 알바하며 유치원 교사 꿈꾸던 '스무 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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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스무 살, 의식 회복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간절함
무고한 시민이 겪은 흉기 난동,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잘 잤어. 무슨 꿈 꿨어.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서 하고 싶은 거 하자.”

스무 살 딸이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건네고 싶은 말이다. 인천 구월동 흉기 난동 사건으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딸이 다시 일어나 평소처럼 웃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고 몽골 여행을 가겠다던 딸의 버킷리스트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딸은 꿈을 이루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주말과 새벽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었다. 영상 편집을 배우며 미래를 준비했고, 반려동물 유치원 선생님이 되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가족과 친구를 좋아하고 장난기가 많았던 딸의 일상은 지난 10월 13일 갑작스럽게 멈췄다.

지난 17일 JTBC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스무 살 피해자의 엄마를 만났다.

유튜브 'JT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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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공부하고 식당가를 나서던 순간...

사건은 지난 13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복합상업시설에서 발생했다. 홈플러스와 영화관, 음식점 등이 입점해 평소에도 쇼핑과 식사, 여가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찾는 곳이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50대 남성 최석중은 이날 오후 1시 40분께 해당 건물에 들어간 뒤 2층 식당가 등에서 이용객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는 양손에 흉기를 고정한 상태로 범행했고, 시민들이 제지하는 동안에도 건물 안을 이동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피해 여성 나씨도 그곳에 있었다. 지난 3월부터 구월동의 학원에서 영상 편집을 배우던 그는 공부를 마친 뒤 식당가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특별한 약속이나 위험한 장소를 찾은 것도 아니었다. 평소처럼 하루를 보내던 중 흉기에 가슴과 등을 여러 차례 찔렸다.

어머니는 딸이 심장 부위를 다쳤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연락을 믿기 어려웠지만, 딸은 이미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고 있었다.

나씨는 4시간 넘는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사건 직후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그는 심폐소생술과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방송에서 어머니를 만난 시점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유튜브 'JT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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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없이 일하며 키운 꿈

어머니가 기억하는 딸은 집안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혼자 두 딸을 키워온 어머니에게 큰딸은 자녀인 동시에 친구였고, 때로는 남편처럼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집안 살림을 챙겼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지냈다.

딸은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영상 편집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면서도 생활비와 미래를 준비하려고 주말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에도 일하느라 제대로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딸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채 지냈던 만큼 지금이라도 그동안 못 잔 잠을 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유치원 선생님이 되는 것도 딸의 꿈이었다. 브로드웨이에 가서 뮤지컬을 보고 몽골을 여행하는 일도 버킷리스트에 적혀 있었다. 딸은 어머니에게 함께 몽골에 가자고 자주 이야기했다. 어머니에게 그 말은 언젠가 함께 떠날 수 있는 평범한 약속이었지만, 이제는 딸이 깨어나야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미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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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딸이냐”는 원망 대신 기다림

사건 이후 어머니와 가족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갑작스럽게 일상을 잃은 딸을 생각하면 왜 하필 자신의 가족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일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어머니는 딸이 깨어났을 때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무너졌다고 미안해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평소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딸이 돌아왔을 때 다시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가족의 일상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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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피의자에 대한 분노는 남아 있다. 어머니는 딸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다시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피의자가 다시 감옥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나씨 외에도 여러 이용객이 다쳤다. 경찰은 최씨를 살인미수 등 혐의로 체포해 수사했으며, 피의자는 과거 살인미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고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도됐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했다.

현장에서 더 큰 피해를 막으려는 시민들의 대응도 이어졌다. 상인과 이용객들은 의자 등을 들고 피의자를 제지했고, 여러 시민이 힘을 합쳐 그를 제압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나선 시민들의 행동은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튜브 'JT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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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깃거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응원해주길”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딸이 눈을 뜨고 다시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고, 딸이 하고 싶어 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다.

어머니는 딸의 일이 잠깐 관심을 끄는 사건으로 소비되고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딸이 깨어날 때까지 많은 사람이 계속 응원해주기를 간절히 부탁했다. 가족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기다림을 견딜 힘과 딸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다.

“잘 잤어. 무슨 꿈 꿨어.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서 하고 싶은 거 하자.”

어머니는 딸이 거짓말처럼 눈을 떠 평소처럼 웃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몽골 여행을 가자고 조르던 목소리도,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재잘거리던 모습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딸의 버킷리스트에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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