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지사에게 빨대를 배송합니다”…성난 시민이 공개한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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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보다 더 웃프고 참혹한 현실”
“추미애 지사에게 빨대를 배송합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시민이 경기도지사실로 빨대 250개를 주문한 내역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추 지사가 소방 예산 부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표현에 항의하는 취지로, 실제 물품이 도지사실에 배송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8일 뉴스1에 따르면 시민 A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미애 지사에게 빨대를 배송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 주문 내역을 공개했다. 해당 내역에는 50개입 빨대 묶음 5개가 담겨 있었으며, 배송지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내 경기도지사실로 지정돼 있었다.
A 씨는 게시글에서 "소방은 재정 빨대라고 말하는 경기도지사가 있다"며 "코미디보다 더 웃프고 참혹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소방 예산을 '재정 빨대'에 빗댄 추 지사의 발언을 빨대 주문이라는 방식으로 꼬집은 것이다. 다만 공개된 것은 주문 내역으로, 물품이 실제 배송됐거나 추 지사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진행한 경기도 국정감사였다. 당시 추 지사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의 재정 비상 선언과 관련해 질의하자 소방 예산 부담을 설명하면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 관련 재정 부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 조직을 부적절하게 표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추 지사 측은 해당 발언이 소방관 개인이나 조직을 폄훼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에 대한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추 지사는 이후 소방공무원 인건비가 약 1조1000억원에 이르는 반면 정부 지원은 800억원 수준에 그친다며 재정 구조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경기 부천의 한 공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순직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추 지사의 발언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방관의 희생까지 발생하자 정치권에서도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추 지사는 지난 17일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구조적 재정 문제를 말씀드리다 나온 표현상의 실수인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잘해주고 싶다"고 해명했다.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소방관의 헌신을 낮춰 보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다.
추 지사는 이후 SNS를 통해서도 거듭 사과했다. 그는 "결코 소방관 여러분의 헌신을 가볍게 여기려는 뜻은 아니었으나 해당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방관들의 헌신에 걸맞은 예우와 처우 개선, 안전한 근무환경 마련을 위해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순직한 김 소방위와 유가족을 향해서는 "참으로 비통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어떤 말씀으로도 위로가 되기 어렵겠지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추 지사가 사과 과정에서 사용한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워딩을 쓰셨다. 깜짝 놀랐다"며 "누가 사과를 바라는 건가. 본인이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끝까지 오만했다. 사과하러 간 것인가, 변명하러 간 것인가"라며 "국민이 요구하지 않았다면 끝내 사과하지 않았겠다는 것이냐. 등 떠밀려 마지못해 내뱉은 사과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성회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추 지사의 사과에 대해 "사과했으니 그거는 그거대로 받아주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 역시 추 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에게 당을 대표해 사과하고, 부적절한 발언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야는 소방공무원의 희생을 애도하는 한편 안전 확보와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도 약속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가장 먼저 불길 속으로 뛰어드셨다가 화를 당하셨다고 한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다. 이어 "소방에 대한 투자는 소방관들을 위한 일만도 아니다. 국민 안전을 지키는 가장 기초적인 투자"라며 소방 예산 현실을 원점에서 검토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소방공무원과 가족들에게 사과하며 다가오는 예산안 심사에서 소방 인력과 장비 확충,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임명희 조국혁신당 대변인 역시 김 소방위의 희생을 추모하며 소방대원의 안전과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김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한정애 사무총장이 빈소를 찾았으며, 오후 7시에는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표와 정춘생 사무총장이 방문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18일에도 여야 정치권의 조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뉴스1에 따르면 개혁신당 이기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천하람 원내대표는 오전 11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는 임이자 정책위의장, 정희용 사무총장과 함께 오전 11시 20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도 이날 오후 9시 조문할 계획이다.
한편 김 소방위는 지난 16일 오전 8시 38분께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선착대로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다 순직했다. 당시 그는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교대를 약 20분 앞둔 상황이었지만, 화재 신고가 접수되자 곧바로 현장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경기도는 고인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예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김 소방위는 소방장에서 소방위로 1계급 특별승진했으며,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빈소를 찾아 영정 앞에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정부는 국립현충원 안장도 지원할 계획이다.
장례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경기도청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오는 19일 거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