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내가 대통령 빼고 갈 자리가 어디 있나"
작성일
"이재명 정권에 아부 안 했다" 주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이재명 정권에 아부했다는 비판에 "대통령 빼고 내가 갈 자리가 어디 있느냐"라면서 반박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권이 잘해 줘서 나라가 안정되고 번영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난 1년 5개월 동안 비판 안 하고 지켜봤는데 그걸 두고 무지한 자들은 내가 한자리 하기 위해서 이재명 정권에 아부했다고 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홍 전 시장은 “43년을 즐풍목우(櫛風沐雨)의 세월을 보낸 내가 무슨 자리 욕심이 더 있겠느냐”며 "저런 무지한 자들이 있는 바람에 세상이 혼탁하게 흘러가고 있는 거다. 일부 틀딱들 대상으로 한 유튜버들도 무지하기는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즐풍목우는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빗물로 몸을 씻는다는 뜻이다. 오랜 세월 객지를 떠돌며 온갖 고생을 다 한다는 말이다.
그는 "나는 내 나라가 안정되고 번영하기를 바랄 뿐이다. 삼권분립이 아닌 삼권통합이 되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합헌적 독재시대가 올 거다. 그런데 그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글을 맺었다.
홍 전 시장이 말한 삼권통합은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대법관 증원을 겨냥한 것이다.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1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대법관 수가 그렇게 많은 나라는 세계에서 베네수엘라밖에 없다"며 "늘려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한다"고 말했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대법관 수를 늘려 사법부를 장악한 일을 거론한 그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고 있는 삼권통합이 그런 길이다"라고 했다. 대법관 증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 후 재판과 맞닿아 있다는 주장도 폈다.
홍 전 시장은 전날 공개된 kbc광주방송 '여의도 중진대담'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출연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한 의원을 "패 죽이고 싶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앞서 페이스북에 한 의원을 두고 "한 번은 문재인의 사냥개로, 또 한 번은 20년 키워준 윤석열을 배신해 두 번이나 보수 집단을 괴멸시킨 보수의 적"이라고 적었다. 이 글에 대해 박 의원은 "홍 전 시장이 아주 맞는 말을 했다. 그 양반은 배신자"라고 말했다.

진행자는 한 의원이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 수위권을 기록하는 등 보수 진영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홍 전 시장은 "환호하는 게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의 잔영"이라고 답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 같이 있을 때 대한민국 2인자였다. 그 잔영이 아직 남아 보수 진영에 투영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며 "자기가 저지른 배신행위는 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윤 전 대통령의 계엄으로 보수가 괴멸했는데 그 잔영을 반길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홍 전 시장은 "아직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세력이 있다"고 답했다.
홍 전 시장은 한 의원의 여론조사 순위에도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그 등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옛날 DJ처럼 20~30%가 되는 등수냐"며 "맹신자들 중에서 끌어모은 게 한 10% 된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이 보수 진영 대권 후보가 될 가능성을 묻자 홍 전 시장은 "그건 알 수 없다"면서도 "보수 진영에는 레밍 근성이 좀 있다. 그 근성을 가진 사람들한테는 일부 지지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밍은 무리를 지어 맹목적으로 따라다니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진 들쥐다. 보수를 폄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진보 진영에도 레밍 근성이 있는 사람이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한 의원의 복당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박 의원은 "한 의원은 어떻게 해서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줄을 서서 복당하려 하는데 근본적으로 안 된다"며 "한 의원은 조심해야 한다. 감옥 갈 순서가 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한 의원이라는 친구는 좀 깐죽댄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아주 많이 깐죽댄다"고 했다. 홍 전 시장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있을 때도 그랬다. 윤통이 나를 만나 '하도 깐죽대니까 패 죽이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검찰과 국가정보원 같은 기관에 쌓여 있는 정보 자료로 화제를 옮겼다. 그는 "검찰이나 국정원 같은 데는 그런 자료들이 좀 있다. 대검 캐비닛에도 있다"며 "옛날 대검에는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범죄정보과가 있었다. 여의도 '카더라 통신'도 받아오지만 그냥 올리는 게 아니라 육하원칙에 따라 확인을 몇 번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이 검사 시절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파견됐던 경험도 꺼냈다. 그는 "검사할 때 안기부에 11개월 파견 나가 러시아 마피아 대책반장을 했다"며 "그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마피아가 한국에 너무 많이 침투했다. 마피아를 통해 넘어온 권총이 10만정가량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전 시장은 "안기부에는 수십 년 동안 쌓인 존안자료라는 게 있다. 그 당시 한국 상류층 집단에 대해선 다 존안자료가 있었다"며 "범죄가 될 만한 걸 1000페이지 정도로 추려 안기부를 나올 때 가지고 나왔는데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바로 파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걸 가지고 있으면 쓰고 싶은 유혹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 그 유혹을 차단하려고 없애버렸다"고 했다. 안기부를 나올 때 나이는 39살이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아주 잘했다. 안 그랬으면 감옥 간다"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한 의원이 검찰 자료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을 두고 "어떤 경위로 입수했는지는 조사를 해보면 알 것"이라며 "기소계획서 같은 건 (유출이 확인되면)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도 언급됐다. 진행자는 항소심 선고가 27일 열린다며 당선무효형이 나올 경우 국민의힘이 대선 때 보전받은 397억원가량을 국가에 반환해야 하는 문제를 물었다.
홍 전 시장은 "반환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재산은 지방에 있는 재산까지 합치면 한 1800억원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금이 아니라 건물·부동산"이라며 "광주에도 국민의힘 당사가 있다. 민정당 때 각 지역마다 사 놓은 게 아직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00억원을 내놔야 하니 큰 타격이 있다”면서도 "중앙당사를 팔아서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행자가 남의 얘기하듯 말한다고 하자 홍 전 시장은 "지금은 남의 이야기다. 국민의힘을 나왔고 정계를 졸업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건전한 보수 정당이 있어야 진보 정당인 민주당도 성공할 수 있다"며 "홍 전 시장이나 이재오 전 의원 같은 분들이 보수를 이끌어야 정치가 산다. 나오시라"고 권했다. 홍 전 시장은 "체력이 달려서 못 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한 의원 등과 함께 보수를 재건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홍 전 시장은 부정적이었다. 그는 "보수 괴멸의 주범들이 보수를 재건한다고 하는 건 코미디"라며 "거기 따라가는 보수 진영 사람들도 그냥 레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두 눈으로 세상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보수 진영 안에서는 홍 전 시장과 달리 한 의원을 보수 재건의 중심으로 보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대표적이다.

조 대표는 지난달 2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우리 국민들이 진짜 야당을 하나 가지게 됐다. 한동훈 당"이라며 "한 의원은 1인 정당이고 1인 언론기관"이라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서 그는 보수를 갈기갈기 찢은 사람으로 윤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장 대표 세 사람을 꼽았다.
한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 조 대표는 "한 의원이 복당할 이유가 없다. 개선장군처럼, 점령군처럼 들어가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며 "구걸해서 복당할 필요가 없고, 구걸해야 할 쪽은 힘이 약해진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국민의힘 안에서 한 의원을 찾아와 제발 입당해서 선거를 이끌어 달라고 할 것 같다"고도 했다.
조 대표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민주당 전략자산 장 대표를 밀어내고 한 의원의 지도를 받아야만 총선 승리를 기약할 수 있음도 명백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