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도 보이스피싱 방지 의무, 10월 시행 예정…피해구제 대상에 가상자산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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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SNS 로맨스스캠이 코인 투자로 넘어가는 3단계와 1억원대 추정 피해 공개
송금 전 확인할 3가지와 피해 시 대응 순서, 거래소 의무 강화 법안 정리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남성과 탁자 위 돼지저금통, 동전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남성과 탁자 위 돼지저금통, 동전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SNS에서 알게 된 낯선 사람이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다가 어느 순간 ‘좋은 코인 투자 정보’를 꺼낸다면 의심해야 한다. 경찰청은 SNS로 친분을 쌓은 뒤 코인 투자금을 가로챈 1억원대 로맨스스캠 추정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핵심은 호감 표현 자체가 아니라 관계를 만든 뒤 금융행동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내가 지금 대화하는 상대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알아두면 송금 전에 멈출 수 있다.

호감에서 코인 송금까지, 로맨스스캠 3단계

경찰청이 소개한 1단계는 관계 형성이다. 범죄자는 SNS·데이트앱·메신저에서 외국인 사업가, 투자 전문가, 재테크에 성공한 지인처럼 접근한다. 이후 장기간 일상 대화를 이어가며 신뢰를 쌓는다.

2단계에서는 투자 제안이 나온다. ‘내가 쓰는 거래소’, ‘지인이 알려준 고수익 코인’, ‘해외 플랫폼의 차익거래’ 같은 명목으로 특정 사이트 가입이나 소액 송금을 권한다. 차익거래는 같은 자산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낸다는 거래 방식이다.

피해자가 사이트에서 수익 화면을 확인하면 3단계로 넘어간다. 범죄자는 출금 수수료, 세금, 보증금, 계정 해제 비용을 추가로 요구한다. 돈을 더 보내지 않으면 투자금이 동결됐다고 협박하거나 연락을 끊는다.

경찰청은 이런 신종 스캠이 단순한 투자 권유보다 심리적 신뢰를 먼저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가족이나 지인이 피해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여러 차례 송금한 뒤인 경우가 많다.

탁자 앞에서 금융 차트가 표시된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탁자 앞에서 금융 차트가 표시된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송금 전에 반드시 확인할 세 가지

첫째는 상대방의 신원이다. 프로필 사진, 명함, 영상통화만으로는 신원과 경력이 확인되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나 여권,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받아도 진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서류를 보내왔다고 안심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둘째는 거래소다. 상대가 권한 거래소의 이름과 화면이 실제 사업자와 일치하는지 봐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인지도 확인 대상이다. 상대가 보여주는 수익 화면만으로는 그 사이트가 정상인지 알 수 없다.

셋째는 출금 조건이다. 출금을 위해 추가 세금이나 보증금을 먼저 보내라는 요구는 정상적인 환급 절차가 아니다. 경찰청은 이를 전형적인 2차 사기 신호로 규정했다. 3단계에 해당하는 요구가 나왔다면 더 보내지 말고 대화를 멈춰야 한다.

이미 송금했다면 이 순서로 움직여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추가 송금 중단이다. 그다음 대화방, 프로필, 계좌번호, 지갑주소, 거래내역을 캡처하고 원본 파일을 보존한다. 지갑주소는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쓰는 계좌번호 같은 식별 문자열이다.

이후 기관별로 연락한다. 은행에는 즉시 지급정지가 가능한지 문의한다. 거래소에는 자산 이전 중지와 계정 동결을 요청한다. 경찰 112 또는 통합신고대응센터에도 신고한다.

범죄자가 ‘환급 대행업체’를 소개하며 수수료를 요구해도 응하면 안 된다. 경찰청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피해구제가 실제 피해자산의 흐름과 신고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추가 비용을 내면 돈을 되찾아준다는 약속보다 공식 기관 접수가 우선이다.

거래소 의무 강화…달라지는 점

제도도 바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은 3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 공포 6개월 후인 10월 시행될 예정이며 금융위는 시행 전까지 하위법령 개정 등 후속 조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가상자산거래소에 금융회사와 같은 수준의 보이스피싱 방지·피해구제 의무를 부과한다. 거래소는 가상자산 거래의 목적을 확인해야 하고, 의심 자금의 유통을 상시 감시해야 한다. 범죄가 의심되면 해당 계정을 즉시 지급정지한 뒤 피해자의 환급을 지원해야 한다.

피해구제 대상 자산도 현행 ‘금전’에서 ‘가상자산’까지 넓어진다. 가상자산을 직접 탈취당했거나 금전이 가상자산으로 바뀐 경우도 구제 범위에 들어온다. 피해자가 희망하면 거래소가 환급 대상 가상자산을 매도해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된다.

다만 금융위의 개정안 설명은 보이스피싱 대응을 중심으로 한다. 로맨스스캠 피해가 어떤 절차로 구제될지는 앞서 경찰청이 밝힌 대로 피해자산의 흐름과 신고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법이 바뀌어도 의심 단계에서 송금을 멈추고 빨리 신고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