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황당한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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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소장품 국립중앙박불관 전시 사실 또 드러나
애국지사의 글씨라며 전시했다가 친일파의 글씨로 드러나 철거된 유묵에 이어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또 다른 개인 소장품이 박물관 특별전에 출품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의 권위를 빌려 관장 개인 소장품의 가치를 끌어올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으로 익히 알려진 유 관장이 소유한 자수 상보자기가 국립중앙박물관의 우리 음식 문화 관련 특별전에 출품됐다고 채널A가 17일 보도했다. 앞서 논란이 된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 걸렸던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이다. 상보자기는 음식상을 덮는 데 쓰던 보자기다.
관장 개인 소장품이 잇따라 전시에 오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셀프 추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미술계에선 권위 있는 기관에 전시된 이력이 이후 유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채널A 인터뷰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흔히 똘똘하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쉽게 얘기하면 벼슬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이력 자체가 유물의 이력서에 '훈장'처럼 붙는다는 뜻이다. 미술품과 고미술 시장에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전시 이력이 작품의 진위와 가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해 박물관 측은 채널A에 "개인 소장품을 대여해 전시하는 건 흔한 일"이라며 "전시 기획 단계부터 유 관장 소장품이란 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일반시국은' 유묵에서 의혹이 시작됐다.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라는 뜻의 글귀다. 박물관은 지난 7월 1일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이 유묵을 선보이며 필자를 독립운동가 박원근(1912∼1950)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작품 낙관에 적힌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이 쓰던 또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물관은 지난 8월 10일 작품을 즉시 철수했다. 이틀 뒤엔 유 관장 명의의 사과문을 박물관 누리집에 올려 "애국지사 박원근 유가족분들이 겪으셨을 혼란과 상실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서예·역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교차 검증을 거쳐 지난달 7일 이 작품이 박중양의 글씨라고 결론 내렸다.
이 유묵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은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박물관은 의원실 질의에 "유홍준 관장의 소장품"이라고 답했다. 정연욱 의원실에 따르면 박물관 관계자는 관장이 추천해 믿고 전시에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관장 역시 이 작품을 박중양이 아닌 박원근의 글씨로 알고 있었다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박종인 작가에 따르면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이 유묵을 샀다. 시작가 1만원에 나온 작품은 5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당시엔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참여한 '박덕원'의 작품으로 소개됐다. 5만원짜리 정체불명의 족자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애국지사 유묵'으로 걸린 셈이다.
박물관 권위를 빌린 가치 상승 의혹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매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작품으로 거래된 유묵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애국지사의 친필로 소개되면 작품의 의미와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관장이 직접 추천한 작품이 관장이 이끄는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구조 자체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물관은 시세 차익을 노린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박물관은 이 작품이 "유 관장이 부여문화원에 기증하기 위해 구입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하며 유 관장이 부여군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서화와 도자기, 민속품 등 865점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박물관과 유 관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사과했다. 유 관장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에 대해 미흡했다"며 "앞으로 전시품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하는 동안 작품 소장자가 유 관장 자신이라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물관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표준 윤리 강령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증 실패의 책임을 '박물관'이라는 조직에 돌리면서 정작 관장 본인의 소장품이라는 핵심 사실은 감췄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셀프 추천·셀프 감정·셀프 전시'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관장 개인 소장품이 전시에 오르는 과정에서 적절한 심사와 절차를 거쳤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19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