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뽁뽁이'로 만든 미술작품 전시해뒀는데... 어느 배송기사가 벌인 황당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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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뜨리려고...” 예술작품 훼손 사건의 전말

택배 상자를 열면 흔히 나오는 에어캡, 이른바 뽁뽁이로 만든 미술 작품이 매장에 잠시 들른 배송 기사의 손에 뜯겨 나갔다. 작품 일부를 주머니에 넣어 간 이 기사는 뽁뽁이를 터뜨리려고 가져갔다고 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에 전시해 둔 작품이 훼손됐다는 A씨의 제보가 15일 JTBC '사건반장'에 소개됐다.

미술 애호가인 A씨는 평소 SNS로 작품 활동을 지켜보던 작가가 있었다. 두 달 전 이 작가의 작품을 살 기회가 생기자 갤러리를 거쳐 구매했다. 작품은 파란색 두루마리 휴지처럼 생긴 오브제다. 돌돌 말린 에어캡 위에 웃는 얼굴을 하나하나 그려 넣어 만들었다. 얼핏 보면 휴지 같지만 엄연한 예술 작품이다.

에어캡은 흔히 뽁뽁이라고 부르는 완충 포장재다. 얇은 비닐 두 장 사이에 공기를 가둬 작은 돌기를 촘촘히 만든 형태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뽁'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나 이런 별명이 붙었다. 영어권에서는 버블랩(bubble wrap)으로 부른다. 원래 포장재로 태어난 물건은 아니다. 1957년 미국 엔지니어 앨프리드 필딩과 마크 샤반이 비닐 두 장을 붙여 질감 있는 벽지를 만들려다 실패한 것이 시작이다. 두 사람은 이를 온실 단열재로 팔아 보려 했지만 이마저 신통치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이 세운 실드에어가 1961년 IBM에 컴퓨터 운송용 포장재로 공급하면서 완충재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택배 포장은 물론 겨울철 창문에 붙이는 단열 용품으로도 널리 쓰인다. 터뜨리는 재미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찾는 사람도 많다. 미국에는 매년 1월 마지막 월요일을 '버블랩 감사의 날'로 기념하는 문화도 있다.

A씨가 구매한 미술작품 / JTBC
A씨가 구매한 미술작품 / JTBC

A씨는 이 작품을 매장 고객 대기실에 뒀다. 작품이 놓일 자리에 홈을 파서 전시 공간을 따로 만들고 핀 조명까지 달았다. 주변에는 다른 작품들도 함께 전시했다.

A씨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건 이달 초였다. 처음에는 누군가 작품을 안쪽으로 말아 둔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웃는 얼굴이 그려진 부분이 통째로 뜯겨 나가 있었다.

A씨가 확인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한 남성이 작품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담겼다. 남성은 휴지를 풀듯 작품을 풀어낸 뒤 웃는 얼굴이 그려진 부분만 뜯어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떴다.

A씨는 "원래 만지면 안 되는데 만지더니 찢어서 주머니에 넣어 가더라"며 "속상한 건 둘째 치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림을 찢어서 가져가는 건 상상해 본 적도 없다"며 "자리가 파여 있고 핀 조명도 있는데 그걸 가져가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무엇보다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SNS로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 사정을 알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영상을 본 작가도 황당하단 반응을 보였다. 작가는 “CCTV를 보더라”며 "왜 그랬는지 궁금하더라"고 말했다.

남성의 정체는 그날 매장을 처음 찾은 배송 기사였다. 매장 고객은 아니었다. 업무차 들렀다가 화장실을 이용한 뒤 고객 대기실 앞을 지나던 길에 작품을 발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전화로 묻자 기사는 처음에 모르는 일이라는 듯 반응했다. A씨가 CCTV 영상이 있다고 하자 그제야 뜯어가도 되는 줄 알았다며 실수라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에어캡에 그린 그림이라 터뜨리려고 가져갔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A씨는 "그림을 좋아해서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전시한 건데 이렇게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기사는 가져간 부분을 돌려줬다. 돌아온 작품은 이미 돌기 몇 개가 터진 상태였다. A씨는 훼손에 대한 보상금을 제시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A씨는 계속 연락이 닿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다.

작품은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작가는 떨어져 나간 부분을 낚싯줄로 꿰매 붙이고 웃는 얼굴이 있던 자리 위쪽에 우울한 표정을 새로 그려 넣었다.

방송에 출연한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뽁뽁이를 터뜨릴 때 보면 생각을 흘려보내면서 명상처럼 할 수 있다"며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희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단순한 행동을 계속 반복할 때 머리가 깨끗해지고 휴식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에어캡, 이른바 뽁뽁이로 만든 미술 작품이 매장에 잠시 들른 배송 기사의 손에 뜯겨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 배송 기사는 손으로 터뜨리려고 미술 작품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