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안과서 마취 도중 심정지 빠진 2살 여아, 끝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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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중 심정지로 2살 아이 사망
울산의 한 안과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전신마취를 받다 심정지에 빠졌던 2살 여자아이가 결국 숨졌다. 사고가 난 지 11일 만이다. 경찰은 의료진 3명에게 적용한 혐의를 업무상과실치사로 바꾸고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울산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울산 중구의 한 안과병원에서 전신마취 도중 심정지를 일으킨 생후 27개월 A양이 지난 13일 오후 사망했다.
A양은 이날 안검내반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안검내반은 눈꺼풀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속눈썹이 눈동자 쪽을 향하는 질환이다. 속눈썹이 각막에 계속 닿으면서 자극을 주기 때문에 내버려 두면 각막에 상처가 나거나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영유아에게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자라면서 저절로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이 이어지거나 각막 손상 우려가 크면 수술로 교정한다.
A양 어머니가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 따르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 증상을 갖고 있었다. 가족은 1년 넘게 경과를 지켜봤지만 그 사이 난시가 생겼고, 통증과 빛에 예민한 증상까지 심해지자 수술을 결정했다. 병원은 위아래 눈꺼풀과 몽고주름을 함께 교정해야 해 수면마취가 아닌 전신마취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 마취 약물 투여 6분 만에 멈춘 심장…11일 버텼지만 끝내 사망
사고는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가기 전 마취 단계에서 벌어졌다. 어머니가 공개한 간호기록 내용을 보면 A양은 이날 오전 11시 5분쯤 수술실에 들어갔고, 11시 15분쯤 마취과 지시에 따라 약물이 투여됐다. 6분 뒤인 11시 21분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났다. 심박이 잡히지 않아 심폐소생술(CPR)이 시작됐다. 울산소방본부에 119 신고가 들어온 시각은 오전 11시 26분쯤이었다.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던 부모는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부모에 따르면 수술실에 들어간 아이는 한동안 울다가 조용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남성이 크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그 무렵 수술실 안에서 화내는 소리가 난다는 메시지를 남편에게 보내고 있었다고 했다. 곧이어 119 구급대원들이 수술실로 들어갔고, 아이는 심장 마사지를 받으며 들것에 실려 나왔다.

수술 당일 금식 후 잰 A양의 몸무게는 9.85kg이었다. 어머니는 병원으로부터 체중이 10kg을 넘어야 전신마취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어머니는 몸무게가 10kg에 못 미치는데도 마취가 괜찮은지 여러 차례 물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마취과 측으로부터 문제없다는 답을 받았다는 게 어머니의 설명이다.
A양은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응급처치 끝에 심장 박동은 되살아났다. 하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는 곧 부산의 한 대학병원 소아중환자실로 이송돼 집중 치료를 이어갔다. 앞서 JTBC '사건반장' 보도에 따르면 부모는 당시 의료진으로부터 뇌가 심하게 부어 뇌사 상태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장기기증과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안내까지 받았다고 했다. 아이는 11일 동안 중환자실에 머물다 끝내 눈을 감았다.
■ 병원도 인정한 '산소 공급 차질'…쟁점은 호흡기 회로
병원 측은 사고 직후부터 마취 과정에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며 과실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담당 마취과 의사 역시 실수를 인정했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었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자체 확인 결과 마취제 투여량은 정상이었지만, 마취 과정에서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저산소증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취지다.
수사의 초점은 산소호흡기 회로에 맞춰져 있다. A양 마취는 병원에 상주하지 않는 프리랜서 마취과 의사가 맡았다. 병원 측은 이 의사가 상근 인력은 아니지만 경험이 많은 전문의라고 설명했다. 또 수익을 위해 무리하게 수술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어려운 의료 여건 속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수술을 맡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어머니는 병원 측이 아이가 너무 작았다거나 더 큰 뒤에 수술했어야 했다는 취지의 말을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수술 전에는 이런 위험성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마취의의 설명은 시간이 지나며 달라졌다.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사고 직후에는 기관지가 갑자기 좁아지는 기관지 연축을 원인으로 의심했다. 마취 과정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그러나 이후 병원을 다시 찾아 장비를 살펴본 뒤에는 설명이 바뀌었다. 공기가 들어가는 회로와 빠져나오는 회로가 서로 뒤바뀌어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유족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이 의사가 수술 전에 장비 시험을 거쳐야 했지만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점검을 빠뜨렸다며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전신마취 상태에서는 환자가 스스로 숨을 쉬기 어려워 마취기에 연결된 호흡 회로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는다. 이 회로가 잘못 연결되면 산소가 폐까지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할 수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회로가 실제로 어떤 상태였는지, 마취 전 장비 점검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 '치상'에서 '치사'로…압수수색·부검 마치고 수사 속도
경찰은 A양이 숨지자 병원장과 집도의, 마취의 등 3명에게 적용했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변경했다.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최근 해당 안과병원을 압수수색해 수술과 마취 과정에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A양 부검은 지난 15일 진행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간호 인력 일부도 불러 조사를 마쳤고, 마취의와는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사건 초기 수사와 관련해 A양 어머니는 사고 직후 경찰이 병원에 출동했고, 고소가 없으면 정식 입건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이후 가족이 직접 고소장을 냈고, 경찰은 의료기록을 확보한 뒤 병원 관계자들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A양이 병원 치료 도중 끝내 숨지면서 혐의가 업무상과실치사로 바뀌었고 처벌 수위도 달라졌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는 5년 이하의 금고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은 관계자들의 진술과 부검 결과, 전문기관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회로 연결 상태와 의료진 각자의 과실 여부를 가려낼 방침이다. 마취 당시 수술실에 누가 함께 있었는지도 확인 대상으로 꼽힌다. 어머니는 수술 전 집도의나 마취의를 직접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수술실에는 마취과 의사만 있었던 것 같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 녹화되지 않은 수술실 CCTV…엄마의 호소 "증거로 진실 알고 싶다"
사고 당시 수술실 폐쇄회로(CC)TV 영상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도 논란이다. 부모는 수술 전 동의서를 작성하면서 촬영에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녹화 시스템이 손짓으로 켜는 방식인데, 우는 아이를 달래는 사이 이를 작동시키는 것을 놓쳤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일부러 촬영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2023년 9월부터 시행된 개정 의료법에 따라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이 대상이다.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촬영해야 한다. 이 법은 수술실 내 의료사고와 대리수술 논란이 잇따르자 2021년 국회를 통과했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됐다. 응급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기관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그 이유를 환자 측에 설명해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안에서 촬영 의무가 언제부터 생기는지 등에 대해 자문을 받은 뒤 의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A양 어머니는 사고 사흘 뒤인 지난 5일 SNS 스레드에 '울산에 사는 27개월 딸아이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고 소식을 처음 알렸다. 그는 글에서 "정말 마취과 의사의 실수인지, 병원의 꼬리 자르기인지 아무런 증거를 볼 수 없다"며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다. 사람의 말이 아니라 증거로 진실을 알고 싶다"고 적었다.
딸을 떠나보낸 뒤 어머니는 다시 SNS에 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그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는지, 막을 수 있었다면 왜 막지 못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라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혀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