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진행자 김호민의 실제 집 공개…제주에 이런 집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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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호민, 제주 바닷가에 원형집 짓기까지 5년
윤영미 아나운서 부부, 7년 빌릴 집에 1억 넘는 리모델링 견적
제주 바닷가에 집을 짓기 위해 무려 5년을 쏟아부은 건축가가 있다. 거센 바람과 폭우를 견디기 위해 선택한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동그란 원형집이었다. 한편 자신의 집도 아닌데 1억 원이 넘는 공사비를 감수하며 오래된 제주 가옥을 고치기로 한 부부도 있다. 소유보다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이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20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제주가 좋아 지은 집’ 편이 공개된다. 건축가이자 프로그램 프리젠터로 활동해 온 김호민 소장이 직접 지은 제주 원형집과 윤영미 아나운서, 남편 황능준 씨가 꾸민 제주 전통 가옥을 찾아간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제주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들의 특별한 집짓기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주 바닷가에 동그란 집을 지은 건축가 김호민


제주섬 동쪽 끝에 자리한 종달리 마을. 이곳에 일반적인 주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동그란 집이 들어섰다. 유년 시절을 제주에서 보낸 건축가 김호민 소장이 직접 건축주가 돼 지은 첫 번째 집이다. 수많은 집을 설계하고 탐구해 온 건축가가 정작 자신의 집을 지으면서 선택한 형태는 시공이 까다로운 원형이었다.
이유는 제주 특유의 거친 자연환경에 있었다. 바다와 가까운 땅에서는 사람이 서 있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무섭게 쏟아지기도 한다. 바다 앞에서 살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루려면 이러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집이 필요했다. 김 소장은 지붕 높이까지 올라오는 담을 둘러 바람을 막고, 빗물이 원활하게 빠져나가도록 지붕의 형태를 고안했다. 해풍에 실려 오는 염분 때문에 일반적인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해변에서도 살아남는 토종 식물들로 정원을 꾸몄다.


하지만 건축 전문가에게도 자신의 집을 짓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 소장은 설계뿐 아니라 현장소장 역할까지 맡아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직접 공사를 지휘했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내려갔다가 밤에 다시 육지로 돌아오는 생활이 반복됐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용 부담도 커졌고, 결국 약 1년 동안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았다.
그렇게 집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이었다. 다만 김 소장은 오랜 공사 기간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시간을 들인 만큼 작은 하자도 꼼꼼하게 바로잡을 수 있었고, 처음으로 건축주의 입장이 되면서 그동안 자신에게 설계를 맡겼던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5년 공들여 지었는데…살림집 아닌 사무실이 된 이유
김호민 소장이 처음 제주집을 구상했을 때는 가족과 함께 살아갈 공간을 꿈꿨다. 하지만 집을 짓는 동안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했다. 당장 서울에서의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제주로 이주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가족의 보금자리로 계획했던 집은 현재 업무를 위한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집 안에는 그동안 ‘건축탐구 집’을 진행하며 얻은 아이디어도 곳곳에 녹아 있다. 다른 제주집에서 발견한 단차를 활용해 공간의 높낮이에 변화를 줬고, 실내에 아궁이를 들인 집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했던 벽난로 대신 아궁이를 설치하기도 했다. 여러 집을 탐구하면서 배운 건축적 요소들을 자신의 공간에 직접 적용한 셈이다.
처음 꿈꿨던 거주 공간과는 쓰임새가 달라졌지만 김 소장은 집의 미래를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언젠가 가족과 함께 머무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지금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5년에 걸쳐 완성한 원형집의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거친 제주의 자연을 견디기 위해 어떤 설계가 적용됐는지 방송을 통해 살펴본다.
윤영미 아나운서, 남의 집에 1억 넘는 공사비를?


두 번째로 소개되는 집의 주인공은 윤영미 아나운서와 남편 황능준 씨다. 제주 전통 마을에 자리한 부부의 집은 오래된 가옥을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고친 공간이다. 그런데 이 집에는 놀라운 사연이 있다. 부부가 집을 매입한 것이 아니라 7년 동안 빌려 살기로 계약했다는 사실이다.
윤영미 아나운서는 자신의 집을 스스로 '무모한 집'이라고 부른다. 소유한 집도 아닌데 리모델링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부부가 한동안 비어 있던 제주 가옥을 고치기 위해 받아본 견적은 1억 원을 훌쩍 넘었다. 세를 들어 사는 집에 억대 공사비를 들이는 선택을 두고 주변에서는 걱정이 이어졌지만 부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부부의 생각은 분명했다. 집을 소유했는지보다 그곳에서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루를 살아도 자신이 머무르는 동안에는 자신의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집을 꾸미기로 했다.
공사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계약 직후에는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워 집을 약 1년 동안 비워둬야 했다. 대신 부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로 내려가 집의 구조를 살펴보고 직접 그림을 그리며 공간을 구상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방치됐던 집은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1년간 구상한 제주집…돌창고가 특별한 부엌으로


평소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윤영미 아나운서는 디자인하우스 리빙페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국내외 건축 투어에도 참여해 왔다. 오래된 제주집을 고치는 작업은 그에게 두려움보다 설렘이 큰 도전이었다.
부부가 선택한 집은 제주 전통 가옥의 특징인 안거리와 밖거리, 모커리가 나뉘어 있는 구조였다. 각각의 공간을 부부가 생활하는 곳과 가족 및 지인들이 머무는 곳, 부엌으로 새롭게 꾸몄다. 원래의 구조를 무조건 허물기보다 오래된 제주집의 특징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 맞도록 변화시킨 것이다.
특히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모커리다. 과거 물부엌과 축사로 쓰였던 제주 특유의 돌창고 공간으로, 리모델링 과정에서 흙을 걷어내자 화산석과 수수깡 등 오래된 재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부는 이러한 재료의 거친 질감과 흔적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여기에 주방 가구와 앤티크한 인테리어를 더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완성했다.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놓칠 수 없는 요소였다. 부부는 감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서도 위치를 신중하게 결정했고, 바깥 풍경을 가리지 않도록 문까지 주문 제작했다. 덕분에 안거리와 밖거리, 모커리 어디에서든 사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감나무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말했지만 부부는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집은 반드시 소유해야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5년에 걸쳐 완성한 건축가의 원형집과 7년 동안 빌린 집을 억대 비용으로 고치기로 한 부부의 제주집. 건축 방식도, 집을 마련한 과정도 다르지만 자신이 꿈꾸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마음만큼은 닮아 있다. 제주라는 특별한 환경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집의 의미를 찾아간 두 이야기가 공개된다.
EBS1 ‘건축탐구 집’ ‘제주가 좋아 지은 집’ 편은 10월 20일 화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