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30시간 결박된 11살·골절 23곳 영아…분노 부르는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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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11세·양주 3세 아동 사망 사건, 신고 후 대응 과정 추적
생후 133일 아기 온몸에 골절 23곳…판결문 62건 분석
16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 1TV ‘추적60분’ 1476회에서는 ‘지옥이 된 집, 왜 아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나’ 편이 공개된다. 제작진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 이후에도 비극을 막지 못한 사건들을 추적하고, 최근 3년간 부모의 학대로 숨진 아이들의 판결문 62건을 분석해 현행 아동보호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살펴본다.
네 번의 구조 신호…끝내 숨진 11세 아이

천안에서 발생한 11세 아동 사망 사건에는 아이를 구할 수 있었던 여러 차례의 기회가 있었다. 아이는 과거 다녔던 학교에서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했고, 얼굴에서 멍이 발견돼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두 차례 접수되기도 했다. 사망 직전에는 아이가 직접 교회 밖으로 나와 식당과 편의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다시 교회로 돌아가야 했다.
아이는 지난해 경도 지적장애와 주의력 장애 진단을 받은 뒤 1년 넘게 정신의료기관에서 입원 생활을 했다. 이후 외조모의 신청으로 올해 3월 취학 의무를 면제받으면서 학교에 다니지 않게 됐다. 그러나 학교 측은 아이에게 과거 아동학대 신고 이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은 관계 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가 부족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아이는 결국 30시간 넘게 결박된 끝에 의식을 잃고 숨졌다. 교회 측은 아이가 지적장애로 인한 문제 행동을 보여 어쩔 수 없이 결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이가 다녔던 유치원과 학원 관계자들의 설명은 달랐다. 이들은 아이에게 특별한 문제 행동이 있었다기보다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고 증언했다.
제작진은 아이의 위험 신호가 여러 차례 포착됐음에도 적절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추적한다. 학교와 교육청, 관계 기관이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유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학대 의심 신고 후 두 달…3살 아이에게 벌어진 비극

두 번째 사건은 지난 4월 경기 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3세 아동 사망 사건이다. 현재 친부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으며, 친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제작진은 끈질긴 설득 끝에 친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친부 역시 편지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두 사람은 아이의 사망이 아동학대가 아닌 단순 사고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모는 자신의 가정이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이었다며 남편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가 숨지기 전부터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다. 지난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쳐 병원을 찾았을 당시, 의사가 눈가의 상처와 멍을 발견하고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문제는 신고 이후의 대응이었다. 제작진 취재 결과, 신고가 접수된 뒤 약 두 달 동안 양주시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는데도 왜 신속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을까. 제작진은 신고 이후 관계 기관의 대응 과정을 살펴보고, 아이를 보호할 기회가 있었는지 짚어본다.
갈비뼈 6곳 골절된 7세…왜 가족과 분리되지 않았나

충남 서천에서는 중증 자폐가 있는 7살 빛나(가명)의 학대 의심 정황이 드러났다. 아이의 얼굴과 몸에서는 여러 차례 멍이 발견됐고, 갈비뼈에서는 서로 다른 시기에 발생한 골절 6곳이 확인됐다.
이러한 정황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유치원에서 빛나를 돌보던 교사였다. 교사의 신고 이후 학대 혐의를 받는 피고인은 구속 기소됐고, 친모 역시 방임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분리 보호 조치는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친모가 직접 학대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학대 의심 정황이 확인됐고 아이의 몸에서 여러 시기에 걸친 골절이 발견됐는데도 보호 조치가 지연된 것이다.

빛나를 관찰한 전문기관은 아이가 말이 아닌 방식으로도 의사소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아픈 부위를 누가 때렸는지 묻는 질문에 아이가 일관되게 피고인을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장애가 있거나 자신의 피해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기준과 제도가 필요한지 살펴본다. 아이가 언어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때 주변 어른과 관계 기관은 그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중요한 질문으로 떠오른다.
생후 133일 아기 몸에 골절 23곳…판결문 62건 분석
지난해 10월에는 생후 133일 된 아기의 몸에서 23곳의 골절과 뇌 및 장기 곳곳의 광범위한 출혈이 확인된 사건도 있었다. 피해 아동 해든이의 친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항소심에서는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인정되지 않았고,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초범이라는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아이에게 가해진 학대의 심각성과 별개로 형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이명숙 변호사와 함께 최근 3년간 부모의 학대로 숨진 아이들의 판결문 62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생후 3개월 미만 영아가 숨진 사건이 3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체 사건의 80%는 3세 미만 아동에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세 미만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부모에게 선고된 평균 형량은 6.8년이었다. 이명숙 변호사는 범행 인정과 반성, 우발성, 119 신고 여부,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이 형량을 감경하는 사유로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여전히 어린아이들이 가정과 시설 등에서 학대에 노출되고, 위험 신호가 발견된 뒤에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2025년 한 해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가 38명이라는 사실을 짚으며, 여러 차례 마련된 대책에도 비극이 계속되는 이유를 묻는다. 아이를 살릴 수 있었던 기회는 어디에서 사라졌고,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KBS 1TV ‘추적60분’ 1476회 ‘지옥이 된 집, 왜 아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나’ 편은 16일 금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