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거짓말 드러나 17년 만에 재심… '택시기사 살해 혐의' 우즈벡 남성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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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창원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 개시
법원, 경찰의 허위 설명과 통역권 침해 인정

택시기사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약 17년간 복역한 우즈베키스탄 국적 남성이 교도소 밖으로 나왔다. 법원이 과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해 사건을 다시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17년 만에 출소… 기다리던 아버지와 눈물의 포옹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보조로브 아크말(37) 씨는 지난 15일 오후 6시 35분쯤 경남 창원교도소에서 석방됐다. 법원이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법원의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약 17년 만에 풀려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보조로브 아크말(37) 씨가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정문에서 마중 나온 부친과 포옹하고 있다. 아크말 씨는 2009년 창원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26.10.15. / 연합뉴스
법원의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약 17년 만에 풀려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보조로브 아크말(37) 씨가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정문에서 마중 나온 부친과 포옹하고 있다. 아크말 씨는 2009년 창원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26.10.15. / 연합뉴스

교도소 정문에는 아크말 씨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온 아크말 씨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와 포옹했다.

아크말 씨는 취재진에게 "지금까지 억울하게 살았지만, 한편으로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큰 피해가 가는 것 같아 정말 죄송스럽다"며 "앞으로 남은 재판 과정에서 진실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법원의 재심 결정에 관한 질문에는 "그냥 눈물밖에 안 나왔다"며 "오랜만에 밖에 나온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재심) 재판을 마무리하고 저의 억울한 부분을 다 벗기고 나서 하루라도 빨리 부모님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도와주신 박준영 변호사님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법원의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약 17년 만에 풀려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보조로브 아크말(37) 씨가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5. / 연합뉴스
법원의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약 17년 만에 풀려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보조로브 아크말(37) 씨가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5. / 연합뉴스

이날 법원의 결정을 지켜본 부친 역시 박 변호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크말 씨 측은 피해자 유족 측을 찾아가 인사를 한 뒤 재심을 준비할 계획이다.

2009년 택시기사 살인사건… 무기징역 확정까지

아크말 씨가 연루된 사건은 2009년 3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에서 발생했다. 당시 50대 택시기사가 숨지고 금품을 빼앗긴 사건이다.

유학생으로 한국에 입국했던 아크말 씨는 같은 해 7월 창원에서 발생한 별도의 택시 강도 사건으로 구속됐다. 이후 경찰은 그를 앞서 발생한 택시기사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했다.

아크말 씨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10년 4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최종 확정됐다.

아크말 씨는 복역 중이던 2015년 7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이듬해 기각됐다. 이후 지난해 1월 재심 사건을 주로 맡아온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다시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법원의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약 17년 만에 풀려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보조로브 아크말(37) 씨가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5. / 연합뉴스
법원의 재심 개시와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약 17년 만에 풀려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보조로브 아크말(37) 씨가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5. / 연합뉴스

경찰의 허위 설명·통역권 침해… 법원 판단은

재판부가 재심을 허용한 핵심 근거는 당시 경찰관들의 수사 방식이었다. 당시 경찰이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범행 현장에서 아크말 씨의 DNA가 발견됐다고 거짓 설명하거나, 이미 숨진 피해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속인 사실이 인정됐다. 또한 외국인 신분이었던 아크말 씨에게 필요한 통역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통역 받을 권리를 침해한 사실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들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이 증명된다고 밝혔다.

앞서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을 청구하면서 자백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미성년 외국인이었던 아크말 씨가 위법한 수사와 충분하지 못한 변호·통역 지원 속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이었다.

재심 개시 여부를 심리하는 과정에서는 피해자의 상처에 관한 법의학적 의견, 택시 이동 경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 통신 기록 등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범행 도구로 지목된 흉기에 관한 증언과 수사 과정에서 폭행이나 강압이 있었는지도 쟁점이 됐다.

검찰은 경찰의 폭행 의혹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변호인 측이 제시한 자료만으로 기존 판결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제시한 추가 증거가 무죄를 인정할 정도로 명백한 증거에 해당하는지는 향후 재심 재판에서 판단할 사항으로 남겨뒀다.

박 변호사는 기존 재판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쟁점과 증거를 다시 제출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아크말 씨의 강도살인 혐의에 대한 최종 판단은 향후 진행될 재심 재판에서 가려지게 됐다.

재심청구 : 확정된 형사판결을 다시 심리하는 절차

재심청구는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에 법률이 정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에 사건을 다시 심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일반적인 항소나 상고와 달리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청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따르면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청구할 수 있다. 기존 판결의 증거가 위조되거나 변조된 사실이 증명된 경우,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 등이 재심 사유에 포함된다. 또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무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도 청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435조는 법원이 재심 청구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재심 개시를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이때 법원은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도 내릴 수 있다. 다만 재심을 청구했다고 해서 기존 형의 집행이 자동으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며, 재심 개시 결정과 형집행정지 결정 역시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