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한 달 만에 8만 달러 붕괴…CPI·PPI 연타에 롱 청산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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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물가 지표 쇼크에 8만 달러 아래로…24시간 청산 9억 4,822만 달러
롱 비중 90.6%, 이더리움·XRP도 5% 안팎 급락

거래실 화면 속 정장 차림 인물이 비트코인 동전을 들어 보이는 모습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거래실 화면 속 정장 차림 인물이 비트코인 동전을 들어 보이는 모습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비트코인이 목요일(현지시각) 장중 8만 달러 아래로 밀렸다. 가상자산 매체 디크립트(Decrypt)에 따르면 한 달 넘는 기간 처음 있는 일이다. 수요일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목요일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번졌다.

코인글래스(CoinGlass) 집계로 24시간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 청산된 규모는 9억 4,822만 달러(약 1조 2,700억 원, 1달러 1,340원 기준)에 이른다. 청산 주체는 17만 7,440명이다. 이 가운데 롱(상승 베팅) 포지션이 90.6%를 차지했다.

수요일 CPI에 목요일 PPI, 연달아 예상 웃돌았다

방아쇠는 물가 지표였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9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시장 전망치 3.6%를 넘어섰다. 근원 물가도 2.6%로 전망치 2.5%보다 높았다. 가상자산 매체 크립토뉴스(Cryptonews)는 8월 CPI 상승률이 3.4%, 근원 CPI가 2.4%였다고 전했다.

하루 뒤 나온 PPI는 충격이 더 컸다. 기업의 투입 비용을 반영하는 생산자물가는 연 6.3% 올라 전망치 5.5%를 크게 웃돌았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9월 생산자물가 상승 속도가 4년 넘는 기간 가장 빨랐다고 보도했다.

물가를 밀어 올린 요인으로는 유가가 지목됐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104달러로 1년 전보다 70% 정도 높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배경이다. 연료와 운송비가 오르면 소비자에게 닿는 거의 모든 상품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물가가 뜨거우면 연준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국채 금리도 오른다. 위험이 거의 없는 국채가 연 5% 안팎을 준다면 비트코인을 파는 일이 어려워진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비용이 늘고 달러가 강해져 레버리지(차입) 투자자가 쓰던 값싼 자금도 마른다.

크립토뉴스는 CPI 발표 직후 10월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이 50%에 근접했다가 30% 안팎으로 되돌려졌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올렸고 중앙은행 수장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고 적었다.

컴퓨터 모니터에 붉은 하락 그래프와 비트코인 기호 컵이 놓인 거래 화면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컴퓨터 모니터에 붉은 하락 그래프와 비트코인 기호 컵이 놓인 거래 화면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청산 9억 달러, 롱이 8억 5,896만 달러

코인글래스 기준 롱 청산액은 8억 5,896만 달러다. 이더리움이 2억 8,203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비트코인이 2억 달러를 조금 넘어 뒤를 이었다. 최근 90일 중 롱 청산이 세 번째로 많은 날이다. 앞선 두 날은 10월 8일과 8월 22일이다.

단일 최대 청산은 바이낸스의 1,203만 달러 비트코인 롱이다. 8만 208.96달러에서 강제 청산됐다. 청산이란 빌린 돈으로 베팅한 트레이더의 손실이 담보를 넘어서면 거래소가 포지션을 자동으로 팔아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강제 매도가 가격을 더 끌어내리고 다음 롱 포지션을 연쇄적으로 건드린다.

코인데스크가 집계한 수치는 규모가 다르다. 아시아 오전 시간대에 확인한 코인글래스 자료로 비트코인·이더리움 선물 포지션 약 4억 8,300만 달러가 청산됐다는 것이다. 이더리움이 약 2억 8,600만 달러, 비트코인이 1억 9,700만 달러였다. 기준 시점과 집계 대상이 달라 총액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이며 두 매체 모두 이더리움 쪽 청산이 비트코인보다 컸다.

알트코인 낙폭도 컸다. 이더리움과 XRP는 5% 가까이 내렸고 지캐시는 10% 가까이 빠졌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코인 가운데 1% 넘게 오른 종목은 5개뿐이었다. 이더리움은 6% 넘게 하락한 2,35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고, 솔라나와 XRP는 5% 안팎, 도지코인은 6% 안팎 떨어졌다.

매체마다 다른 낙폭, 저점은 7만 9,700~7만 9,800달러대

비트코인의 하락률은 매체와 시점에 따라 다르게 집계됐다. 크립토뉴스는 24시간 기준 2.5% 하락한 8만 1,100달러를 제시했다. 디크립트는 2.6% 하락, 코인데스크는 약 3% 하락한 8만 1,000달러 안팎을 전했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반등 이후 24시간 기준 1% 남짓 하락한 8만 1,028달러로 집계했다. 같은 매체는 지난 한 주 동안 3% 가까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장중 저점은 비트코인 매거진이 뉴욕 목요일 오전 7만 9,805달러로 전했다. 일봉 차트 기준 저점은 7만 9,711달러다. 이후 매수세가 가격을 8만 925달러 부근까지 되돌렸고, 기사 작성 시점에는 8만 2,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비트코인 매거진에 따르면 현재 가격은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 6,080달러보다 36% 가까이 낮다. 같은 매체는 올해 대부분 약세장을 보낸 비트코인이 8월과 9월 랠리 이후 약세장에서 벗어났다는 분석가들의 선언이 있었다고도 적었다.

8만 달러가 분기점, 반등 조건은 세 가지

넥소 애널리스트 일리야 칼체프의 분석은 이렇다. 칼체프는 이번 하락을 연준 이슈라기보다 위험자산 전반에서 빠지는 흐름으로 읽었다. 주식과 구리가 내리고 금이 오르는 가운데 한국 코스피는 8% 안팎 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칼체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9월 말부터 유지해 온 8만 1,000~8만 7,000달러 박스권 하단까지 내려왔다. 글래스노드는 8만 달러를 눈여겨볼 가격대로 짚었다. 미국 현물 ETF 보유자의 평균 매입 단가는 8만 2,300달러 부근이다. 9월 21일 이후 24일 중 21일은 이 선 위에서 마감했지만 지금은 2% 가량 아래라 ETF 투자자가 다시 평가손실 구간에 들어섰다. 칼체프는 이 선을 되찾는 것이 반등의 첫 시험대라고 말했다.

차트 지표는 엇갈린다. 비트코인은 8월부터 10월까지 6만 2,763달러에서 8만 7,422달러로 오른 랠리의 상승 되돌림 지지선 8만 1,603달러를 내줬다. 상대강도지수는 약 44로 내려왔지만 골든크로스(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선을 뚫고 오르는 신호)는 유지돼 장기 상승 추세는 살아 있다는 해석이다. 일봉 종가가 8만 1,603달러를 되찾으면 8만 4,245달러와 8만 7,422달러가 열린다. 8만 286달러를 내주면 7만 8,002달러, 이어 7만 5,092달러가 다음 지지선이다. 크립토뉴스는 일봉 종가가 8만 1,000달러를 밑돌면 7만 8,000달러가 시야에 들어오고, 8만 2,500달러를 회복해야 단기 구조가 개선된다고 짚었다.

칼체프는 차익 실현이 잦아드는 등 매도세가 깊어지지 않는 초기 신호는 있다고 봤다. 다만 단순 반등을 넘어서려면 세 가지가 맞아야 한다고 했다. ETF 자금이 지속적으로 순유입으로 돌아서야 하고, 장기 보유자의 매도가 줄어야 하며, 레버리지가 아닌 지속적인 현물 매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ETF는 지난주 6억 8,100만 달러가 순유출됐고 유입은 하루 1억 7,700만 달러에 그쳤다. 크립토뉴스는 10월 14일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1억 5,05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고 전했다.

칼체프는 연준 경로가 25bp 인상 한 번에서 멈추면 부담이 어느 정도 덜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10월 28일 금리 결정을 발표한다. 다음 날에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 지표가, 11월 6일에는 10월 고용 보고서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