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인사 결정판”…대통령 변호했던 법조인들, 가족까지 요직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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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변호인 출신들과 그 가족들의 정부 고위직 진출 논란
야권 “완전히 잘못되 인사”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사건을 변호한 법조인들이 정부와 공공기관의 주요 보직에 잇따라 기용된 가운데, 대통령 변호인의 매형인 임광현 국세청장이 대통령비서실장에 발탁되면서 인사 논란이 확대됐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변호인과 그 가족의 연이은 고위직 진출을 두고 ‘보은 인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임 신임 비서실장의 행정 경험과 정무 감각 등을 인선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 전 변호인의 매형은 비서실장, 누나는 휴스턴 총영사
이 대통령은 지 14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임광현 국세청장을 발탁했다. 정부는 임 실장에 대해 “풍부한 행정 경험과 정무 감각을 겸비한 경제 관료 출신 정치인”이라 소개했다. 임 실장은 국세청에서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으로, 2024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7월 국세청장에 임명된 데 이어 이번에는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야권이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임 실장의 가족 관계다. 임 실장의 처남인 이승엽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공직선거법 위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의 변호인단에서 활동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관 후보로도 검토됐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서 임 실장 인선을 두고 “대장동 패밀리 보은 인사의 결정판”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 변호인의 가족이 외교·국세 분야에 이어 대통령비서실까지 진출했다는 주장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변호인과 가족들의 공직 진출을 거론하며 국가 요직을 통한 변호사비 대납이 아니냐는 취지로 비판했다.

인사 논란, 법제처장부터 청와대 민정·법무 비서관까지
대통령 변호인 출신의 정부 요직 기용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법령 심사와 해석을 담당하는 법제처의 수장에도 이 대통령 사건의 변호인 출신이 임명됐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조원철 법제처장은 이 대통령의 위례·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사건 등을 변호했다. 조 처장은 같은 해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의 혐의가 모두 무죄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야권에서 사퇴 요구와 탄핵론이 제기되자 11월 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에서도 변호인 출신들이 주요 업무를 맡고 있다. 이태형 공직기강비서관과 전치영 민정비서관, 이장형 법무비서관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인사들이다. 이태형 비서관과 전치영 비서관은 올해 4월 서로 보직을 맞바꾸기도 했다.
민정 업무를 담당하는 국무총리비서실에도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 기용됐다. 나승철 민정실장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변호인단에 참여했으며, 김혜경 여사의 이른바 ‘혜경궁 김 씨’ 의혹 사건도 변호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 대통령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을 맡았고, 이후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 등에서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밖에 대장동 사건 등을 변호한 조상호 변호사는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맡았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단에 참여한 김희수 변호사는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기용됐다.

금융·외교 기관장에도 변호인 출신…측근 사건 변호인도 기용
금융과 외교 분야에서도 대통령 변호인 출신이 기관장이나 대사로 임명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대북송금 의혹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 역시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직권남용 혐의 관련 재판에서 변호인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검사와 감독을,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 부실에 따른 예금자 보호와 금융 안정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두 기관의 수장에 법조인 출신이 기용된 것을 두고 금융 감독·예금자 보호 업무에 필요한 경험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쟁점이었다.
차지훈 주유엔대사도 이 대통령의 사법시험·사법연수원 동기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외교 경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외교부는 국제 현안에 대한 이해도와 국제중재·협상 경험 등이 인선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직접 변호인과는 구분되지만, 이 대통령 측근 사건을 맡았던 법조인도 정부 요직에 진출했다. 정일연 국민권익위원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 출신이다. 이 전 부지사는 해당 사건 등으로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보낸 돈 가운데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이 포함됐다고 보고 이 대통령을 별도로 기소했다. 정 위원장의 인선을 두고 야권은 공직자의 이해충돌과 부패 문제를 다루는 기관의 독립성을 문제 삼았고, 대통령실은 법관 경력과 전문성을 들어 반박한 바 있다.

반복되는 인사 논란, 공직 신뢰에도 영향
인사 논란이 반복될 경우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공직 인선의 공정성과 절차에 대한 신뢰다. 고위직 인사에서 전문성과 업무 능력은 중요한 기준이지만, 특정 인물과의 과거 법률 대리 관계나 가족·개인적 인연이 여러 기관의 인선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면 다른 후보자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부적절한 청탁이나 대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인선 과정과 평가 기준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 특수한 인연이 전문성보다 우선했다는 인식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공직 진출을 준비하는 다른 전문가들의 기회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관의 독립성과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도 쟁점이다. 법제처는 법령 심사와 해석을,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검사와 감독을,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 방지와 고충 민원 처리 등을 담당한다. 이처럼 법과 규정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기관의 수장이 대통령이나 여권 핵심 인사와 과거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면, 해당 기관이 대통령실이나 정치권의 이해와 거리를 두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논란은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을 키울 수도 있다. 정책의 내용과 결과보다 인사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 개편이나 행정 조치도 인맥에 따른 결정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OECD의 공직 이해충돌 관리 지침도 사적 관계가 공적 판단에 영향을 줄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이해관계를 공개하거나 해당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등 적절한 방식으로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