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격분해 고성까지…살벌했던 오늘(15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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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투표 누락 사태, 국민의힘 지도부 내 갈등 심화
ARS 시스템 오류 vs 전면 재선거 요구, 공개 충돌
국민의힘 지도부가 15일 경기 용인갑 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 경선에서 발생한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누락 사태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결선에서 패한 양향자 최고위원이 재경선 불참을 선언하고 경선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와 전면 재선거를 요구하자, 정희용 사무총장과 임이자 정책위의장이 공개 석상에서 반박에 나섰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는 장동혁 대표가 욕설이 섞인 고성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고, 그 소리가 회의장 밖까지 새어 나왔다.

양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에서 "이해충돌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이번 재경선에 불참하겠다"며 "대신 경선 부실 사태를 해결하고 경선 시스템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용인갑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는 제보가 많다"며 "1차 경선에서도 오류가 있었고 무자격자 투표, 이중당적자 포함 등의 제보도 계속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최고위원은 "전체 선거에 대한 전수조사 및 전면 재선거를 해야 한다"며 "용인갑 선거만, 그것도 전면 재선거가 아닌 결선만 다시 한다고 하면 과연 사태가 수습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달 초 같은 ARS 방식으로 조직위원장을 선출한 경기 남양주을 등 나머지 8개 지역에 대해서도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장 대표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문제 삼으며 재선거를 요구해 온 점도 직접 끌어왔다. 양 최고위원은 "ARS 경선에서는 전화가 오는 절차가 곧 투표용지"라며 "올공(올림픽공원) 원칙을 이 사태에 대입하면 이번에 실시된 모든 경선 전 과정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밝히고, 경선 모두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맞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올림픽공원 집회에서 내세워 온 원칙을 당내 경선에도 똑같이 적용하라는 요구다. 그는 "선관위 특검을 관철한 우리 당이 의혹을 남겨둔다면 직무유기"라며 "민주당이 '이제 국민의힘은 올림픽공원 시위에 나갈 자격 없다'고 하면 우리는 뭐라고 해야 할까 싶다"고 꼬집었다. 다만 "저는 불복하지 않는다"며 결과 불복과는 거리를 뒀다.

양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사무총장이 반박에 나섰다. 정 사무총장은 "본인이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됐을 때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다가 이번에는 본인이 안 되니까 문제를 제기한다"며 "당시 조강특위에서 재투표하자고 주장했지만 본인이 직접 결과를 공개하자고 하고 승복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양 최고위원은 6·3 지방선거에서 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정 사무총장은 이어 "승복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각서까지 써놓고는, 없는 사실을 가지고 1차 경선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의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발언을 하는 게 최고위원이 맞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최고위원이 반론을 펴려 했지만 정 사무총장은 말을 끊고 발언을 이어갔다.
임 정책위의장도 정 사무총장에게 힘을 보탰다. 임 정책위의장은 통신사 시스템 오류는 "어느 정당이든 투표, 선거하다 보면 또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며 "마치 지도부가 오류를 범한 것 같은 이런 발언이나 이런 부분들은 당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 대표를 두고는 "참정권 회복에 대해서는 가장 강력하게 주장을 해오신 분"이라고 감쌌다. 양 최고위원이 "문제를 바로잡으면 된다"며 재차 반박하려 하자 김민수 최고위원이 마이크 전원을 꺼 제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공개회의에서 드러난 갈등은 비공개회의로 넘어가면서 한층 격해졌다. 정 사무총장이 양 최고위원을 향해 "소설을 쓰고 있다", "해당 행위"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회의장 밖으로 들렸고, 양 최고위원이 맞받아치는 소리도 새어 나왔다.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던 장 대표도 비공개회의에서 작심한 듯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재선거하자고 했더니 후보자끼리 '문제제기하지 않겠다.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 사람 저 사람 전화 돌려서 '이의제기해 달라' 하고, 모든 경선이 문제 있었던 것처럼 하고, 정치하는 목적이 뭔가"라고 말했다. 이어 "참정권을 위해 올공에 나가 부정선거와 싸우는 대표까지 싸울 자격이 없는 XX으로 만들고 그게 정치냐"며 "어떻게든 지도부에서 실수한 것이 있으면 끄집어내 당대표를 흔들고, 기회나면 그러려고 정치하냐"고 했다.
장 대표는 "가산점이 없어도 윤 후보가 이겼다. 가산점을 더하면 더 벌어진다"며 "수사해서 부정선거니 뭐니 아무것도 없고, 시스템 오류로 나온다면 당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데 대한 책임을 질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양 최고위원의 문제 제기에 힘을 실어온 우재준 청년최고위원까지 겨냥해 "매번 두 분은 당을 흔들고 책임은 안 지고 빠져나간다"며 "제가 누구를 위해 용인갑에서 부정선거를 하겠냐. 정도껏 해야지"라고 소리친 뒤 회의장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 8일 치러진 양 최고위원과 윤재복 후보 간 용인갑 조직위원장 결선투표에서 시작됐다. 특정 통신사의 자체 시스템이 당의 ARS 투표 전화를 스팸으로 분류하면서 예정된 네 차례 발신 가운데 일부가 책임당원에게 닿지 않은 것이다. 당에 따르면 용인갑 책임당원 4000여명 가운데 1500여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최종적으로 44명이 전화를 받지 못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결선에서는 윤 후보가 양 최고위원을 앞섰다. 양 측은 지난 9일 ARS 누락 사실을 통보받은 뒤 선거 종료에 동의하고 결과에 승복하기로 합의했지만, 당은 지난 13일 윤 후보의 임명을 보류하고 시스템을 보완해 오는 18일 용인갑 책임당원 전원을 대상으로 결선을 다시 치르기로 결정했다. 양 최고위원은 자신도 투표 당일 오후 3시까지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조직국에서는 이미 세 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안내했고, 첫 전화는 오후 4시 15분에야 걸려 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경선은 장 대표가 '당원주권'을 내걸고 추진해 온 당협위원장 당원 직선제가 처음 적용된 선거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크다. 장 대표는 당초 전국 254개 당협위원장 전원을 당원 투표로 다시 뽑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당은 지난 8월 31일 전면 도입 대신 위원장이 공석인 사고당협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방향을 틀었고, 지난달 28일 용인갑을 포함한 사고당협 9곳을 첫 경선 지역으로 확정했다. 축소된 첫 시험대에서마저 관리 부실 논란이 터지면서, 투표 오류를 둘러싼 공방에 장 대표 체제와 비당권파 사이의 해묵은 주도권 다툼이 겹친 양상이다. 양 최고위원과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우 최고위원은 6·3 지방선거 패배 직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던 인물들이다.
우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와 설명도 없이 다시 같은 시스템을 사용해 재선거 절차부터 진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투표권을 침해당한 당원이 누구이고 몇 명인지 철저히 조사해 설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SK텔레콤 측의 설명을 들은 뒤 "인공지능(AI) 시스템에 의한 스팸 분류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 있었고 일정 부분 납득되는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아직 100% 의문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투표 절차부터 밀어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양측은 물러서지 않았다. 양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1차(경선)에 승복했다고 하는 것은 (사무총장의) 프레임"이라며 "재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사무총장은 "근거 없는 의혹을 확대해 당 경선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국민의 숭고한 참정권 회복을 위해 싸워온 당의 가치까지 훼손하는 발언에 대해 사무총장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양 최고위원의 발언에 해당 행위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징계 요구를 언급할 것은 아니지만 가치 훼손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도부는 18일 결선 재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 사무총장은 "양 최고위원이 참여를 안 한다면 조강특위에서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안상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투표용지 못 받은 것과 전화 못 받아 투표 기회박탈 당한 것은 쌍둥이처럼 닮은 참정권 침해"라며 "확실한 진실규명이 이뤄지기 전에는 재선거는 해선 안 될 것"이라고 적었다. 재투표 강행과 전면 재조사 요구가 맞서면서 당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