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중 누가 더 잘못했어?”…커플 싸움에 등장한 뜻밖의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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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싸움에 AI 판사 등장…잘잘못 가리고 화해 방법까지 제안
출시 두 달 만에 이용자 3만 명…연애 고민 3000건 넘게 등록

연인이나 부부가 다툰 뒤 인공지능(AI)에게 잘잘못을 가려달라고 요청하는 이색 서비스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AI 판결 앱으로 갈등을 중재받는 커플의 상황을 표현한 일러스트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AI 판결 앱으로 갈등을 중재받는 커플의 상황을 표현한 일러스트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연애 갈등 중재 앱 '내마리마찌'의 판결 화면과 이용 후기가 공유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연인 사이에서 흔히 벌어지는 다툼을 실제 재판처럼 다루고 AI가 양측의 책임을 판단해 주는 서비스다.

지난 5월 출시된 '내마리마찌'는 커플이 겪은 갈등 상황과 각자의 입장을 입력하면 AI가 내용을 분석해 판결을 내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어느 쪽의 잘못이 더 큰지 판단하는 것은 물론, 서로 서운함을 느낀 이유와 갈등이 발생한 원인, 화해 방법까지 제안한다.

약속에 42분 늦은 연인…AI 판사가 내린 판결은?

이 서비스의 특징은 연인 사이의 사소한 갈등을 법정 사건처럼 표현한다는 점이다. 실제 공개된 사연에는 '한강 텐트 5분 세팅 지연 징징 사건', '기념일 식당 예약 유기 사건', '쇼핑 피드백 영혼 가출 사건', '답장 3시간 늦음 사건' 등 독특한 이름이 붙어 있다.

'초초초 지각사건'이라는 제목의 사연도 눈길을 끈다. 작성자는 연인과 오후 7시에 홍대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상대방이 42분이나 늦게 도착했다고 밝혔다. 늦는 동안 정확한 도착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고,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렸는데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상대방이 도착한 뒤 지하철 때문에 늦었다는 짧은 설명만 했고, 자신이 기분 나쁜 기색을 보이자 오히려 "왜 이렇게 예민해?"라고 말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지각한 연인은 퇴근하려던 순간 직장 상사가 갑자기 불러 어쩔 수 없이 늦었다고 해명했다. 자신도 늦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상대방이 지나치게 화를 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는 입장이었다.

양측의 진술을 검토한 AI는 지각한 연인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은 참작하면서도 40분 넘게 늦었고, 기다리는 상대방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알리거나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AI는 지각한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주문했다. 이어 사과 메시지에 하트 이모티콘 3개를 넣어 보내기, 함께 디저트를 먹으며 지각 경험을 이야기하기, 다음 약속에는 10분 일찍 만나기 등을 '화해 미션'으로 제안했다.

기념일 식당 예약도 재판으로…과실 비율 '60대 40'

또 다른 사례인 '기념일 식당 예약 유기 사건'은 교제 1주년을 앞두고 식당 예약을 서로 미루다가 결국 원하는 식당에 가지 못한 커플의 이야기다.

한쪽은 상대방이 예약하겠다고 말해 기다렸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상대방 역시 예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맞섰다. 결국 두 사람은 기념일에 예약할 식당을 찾지 못해 분식집에 가게 됐다.

AI는 양측의 주장을 분석한 뒤 신청인과 상대방의 책임을 각각 60%, 40%로 판단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룬 상황과 각자의 행동을 종합해 과실 비율을 나눈 것이다.

'답장 3시간 늦음 사건'에서는 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도 제시됐다. 상대방의 연락 습관을 고려해 답장하는 연습을 하고 서운함을 표현하는 대신 안부를 묻는 방식으로 대화를 바꾸거나 일정 시간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서로에게 손편지를 써보라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AI는 누가 잘못했는지 결론을 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이 실제로 시도해 볼 수 있는 화해 방법까지 제안한다. 다만 AI의 판결과 과실 비율은 법적 효력을 갖는 판단이 아니라 연인들이 관계를 돌아보도록 돕는 서비스상의 결과다.

연애 고민 3000건 넘게 등록…다른 이용자가 '배심원' 참여

연애 갈등 중재 서비스 '내마리마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내마리마찌 홈페이지
연애 갈등 중재 서비스 '내마리마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내마리마찌 홈페이지

서비스에는 커플끼리만 진행하는 비공개 재판과 다른 이용자들에게 사연을 공개하는 재판 기능이 있다. 공개 재판에서는 이용자들이 일종의 '배심원'으로 참여해 투표하거나 댓글로 의견을 남길 수 있다. AI와 일대일로 연애 상담을 나누는 기능도 제공된다.

실제 공개 게시판에는 다양한 고민이 올라와 있다. 함께 식사할 때 휴대전화를 보는 문제부터 연인의 이성 친구와 연락 빈도, 전 연인과의 관계, 가족에게 연애 사실을 알리지 않는 문제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퇴근 후 힘들다는 말을 반복하는 연인 때문에 지쳤다는 사연이나 상대방의 가족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의견이 엇갈려 서운했다는 이야기 등 일상에서 충분히 겪을 법한 갈등도 눈에 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인지, 상대방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것이 정당한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

15일 오후 기준 공식 사이트의 공개 재판 게시판에는 3054건의 사연이 등록돼 있었다. 서비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출시 두 달 만에 이용자 3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AI 판결은 이용자가 직접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양측의 진술이 얼마나 정확하고 충분한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AI가 모든 사실관계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다툼을 AI에게 맡기고 다른 이용자들의 의견까지 구하는 방식이 등장하면서, 연애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온라인 문화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