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 제쳤다…멜론 ‘3위’까지 찍은 노래, 뒤늦게 알려진 ‘가수 정체’에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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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부른 노래, 멜론 3위까지 역주행한 이유
가사 공감 vs AI 거부감, 엇갈린 청취자 반응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 믿었던 어린 시절의 기대와 달리, 여전히 불안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현실을 담은 노래 한 곡이 국내 음원차트 최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공감을 자극하는 가사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순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런데 이 노래가 주목받은 이유는 성적뿐만이 아니었다. 뒤늦게 알려진 ‘가수의 정체’를 두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리센느 제치고 멜론 3위…두 달여 만에 역주행
15일 오전 10시 기준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 톱100에서 음악 크리에이터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3위를 기록했다.
걸그룹 리센느의 ‘Deja Vu’가 5위, ‘LOVE ATTACK’이 4위에 오른 가운데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가 이 기록을 제치고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6월 발매된 곡이 처음부터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것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시점은 9월부터다. 지난 2일에는 멜론 톱100 18위에 올랐고, 이후 약 열흘 만에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다른 플랫폼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유튜브 뮤직 한국 인기곡 톱100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유명 아이돌과 정상급 가수들의 신곡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음원차트에서 나타난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곡을 게시한 한 유튜브 영상 역시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하며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현실에 지친 어른들 울린 가사…그런데 가수가 없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어린 시절 상상했던 어른의 모습과 실제 성인이 된 뒤 마주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담아낸 록 발라드다.
어른이 되면 걱정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여전히 크고 작은 고민과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내용을 노래한다. 취업과 직장 생활, 경제적 부담 등 저마다의 무게를 짊어진 청취자들 사이에서 가사가 공감을 얻으면서 곡의 인기도 함께 높아졌다.
하지만 음원차트를 빠르게 역주행한 뒤 또 다른 사실이 알려졌다. 노래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실제 가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해당 곡의 보컬은 생성형 음악 인공지능 서비스 ‘수노(Suno)’를 활용해 만들어진 가상의 목소리다. 사람 가수가 녹음실에서 직접 노래한 음원이 아니라 AI 기술을 이용해 구현된 보컬이 국내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음악 크리에이터 머무르는 곡의 기획과 작사, 전체 프로듀싱을 직접 담당했다. 다만 멜로디와 보컬 등 음악을 실제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했다.
“AI인 줄 몰랐다”…엇갈린 청취자 반응
머무르는 음원 소개를 통해 AI를 단순히 사람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닌 창작 도구로 바라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저에게 AI는 현대적인 악기이자, 제 상상을 함께 현실로 옮겨주는 파트너”라며 “도구는 변해도 이야기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지친 하루를 보내는 청취자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노래가 AI를 활용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네티즌 반응은 엇갈렸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은 “가사에 공감이 간다”, “AI가 불렀다는 사실을 알고도 계속 듣게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누가 노래했는지보다 곡이 전달하는 감정과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반면 AI 음악에 거부감을 드러낸 의견도 있었다. “기계가 부른 노래에 무슨 감동이 있느냐”, “AI로 만든 줄 전혀 몰랐다”, “정말 충격이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AI로 제작한 음악이라는 사실을 청취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음원차트까지 올라온 AI 음악…남은 숙제는 ‘저작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의 흥행은 생성형 AI가 음악 제작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기존에는 음원을 만들기 위해 가수 섭외부터 녹음과 편곡 등 여러 제작 과정을 거쳐야 했다. 반면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 창작자 역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아이디어를 실제 음악으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AI 음악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는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현행 저작권 제도에서는 인간이 어느 정도 창작 과정에 기여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AI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저작권이 모두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AI가 만들어낸 결과물 전체가 자동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도 지난 8월 AI 음악의 저작권 신탁 등록과 관련한 기준을 마련했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22일 만에 이를 철회했다.
AI 음악에서 인간의 창작 기여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생성 과정에서 AI가 담당한 부분의 권리를 어떻게 판단할지, 수익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를 두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AI가 부른 노래는 이미 멜론 3위와 유튜브 뮤직 2위까지 올라왔다.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의 역주행은 AI 음악이 더 이상 실험적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대중음악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