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5000 만원 날릴 뻔” 눈썰미 빛난 농협 직원, 사기극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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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낙농농협 김화정 계장, 수상한 고액 인출 시도 포착 후 경찰 공조로 고객 재산 1억 5,300만 원 보호 쾌거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점점 지능화되고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일선 금융기관 직원의 예리한 관찰력과 침착한 대처가 자칫 허공으로 날아갈 뻔한 고객의 막대한 재산을 지켜내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1억 5000만 원이 넘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완벽하게 막아낸 김화정 계장의 공로를 높이 사 14일 전남경찰청장 명의의 감사장을 수여했다.  / 전남농협
전남경찰청은 1억 5000만 원이 넘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완벽하게 막아낸 김화정 계장의 공로를 높이 사 14일 전남경찰청장 명의의 감사장을 수여했다. / 전남농협

현장 최일선에서 고객을 마주하는 은행 창구 직원이 보이스피싱 예방의 가장 확실하고 든든한 최후의 보루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 거액의 예탁금 중도 해지… 예사롭지 않은 현금 요구

사건의 발단은 평범했던 어느 날, 한 고객이 다급한 표정으로 전남 순천시에 위치한 전남낙농농협 본점 창구를 방문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고객은 창구 직원인 김화정 계장에게 자신이 오랜 기간 정성껏 모아두었던 정기예탁금 1억 5,300만 원을 돌연 중도 해지하겠다고 요청했다. 나아가 이 거액을 전액 현금 내지는 수표로 인출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거액을 이체나 송금이 아닌 현물로 직접 인출하려는 시도는 금융권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김화정 계장은 고객의 초조해하는 행동과 섣부른 고액 인출 요구에서 직감적으로 평범한 금융 거래가 아님을 감지했다. 평소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철저히 받아온 김 계장의 머릿속에 '보이스피싱'이라는 단어가 스치는 순간이었다.

◆ 꼬리를 무는 변명, 직원의 집요한 확인이 덫을 풀다

김 계장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매뉴얼에 따라 차분하게 고객 응대에 나섰다. 우선 고액의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 계획인지 조심스럽게 사용 목적을 물었다. 고객은 "급하게 토지를 구입해야 할 일이 생겨서 자금이 필요하다"고 둘러댔다. 이에 김 계장은 거액을 현금으로 들고 다니는 것은 분실이나 도난의 위험이 매우 크다며, 안전하고 확실한 계좌이체 방식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하지만 고객은 "돈을 이체할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모른다"며 막무가내로 수표 지급만을 고집했다. 의구심이 더욱 커진 김 계장은 거래의 안전성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해 토지매매계약서 원본과 매매 상대방의 정확한 연락처를 제시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그러자 고객은 "관련 서류와 상대방 연락처는 모두 남편이 가지고 있는데, 하필 남편의 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지금 당장 수리를 맡긴 상태라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 기지 발휘한 112 신고… 경찰 출동으로 사기극 전말 탄로

고객의 이러한 비상식적인 답변과 불안한 눈빛은 김 계장에게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확신하게 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전형적인 사기범들의 '외부 연락 차단' 및 '거짓 시나리오 세뇌' 수법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김 계장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 고객을 안심시키며 인출 절차를 진행하는 척 시간을 끄는 동시에 신속하고 은밀하게 관할 남도파출소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신고를 받고 즉각 은행으로 출동한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해 고객을 상대로 정확한 자초지종을 확인하고 심층 면담을 진행한 결과, 이는 예상대로 사기 조직의 치밀한 함정에 빠진 보이스피싱 범죄로 최종 판명 났다. 검찰이나 경찰 등 정부 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를 겁박하고 현금을 인출하게 만드는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수법이었다. 김 계장의 번뜩이는 눈썰미와 침착한 초동 대처가 아니었다면, 고객은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전 재산을 하루아침에 사기꾼들의 손에 넘겨줄 뻔한 아찔하고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 강동준 조합장 "고객 중심 경영과 철저한 예방 교육의 결실"

전남경찰청은 1억 5000만 원이 넘는 막대한 재산 피해를 완벽하게 막아낸 김화정 계장의 공로를 높이 사 14일 전남경찰청장 명의의 감사장을 수여했다. 이날 박송희 순천경찰서장이 전남낙농농협 본점을 직접 방문해 김 계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며, 민생 치안 유지와 금융 범죄 예방에 크게 기여한 시민 영웅의 헌신에 깊은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전했다.

전남낙농농협 강동준 조합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창구에서 고객과 가장 먼저 마주하는 우리 직원의 세심한 관찰력과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처 능력이 고객의 소중하고 귀한 재산을 지켜낼 수 있어 금융기관의 책임자로서 무척 자랑스럽고 뜻깊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강 조합장은 "갈수록 진화하는 금융사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민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적으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신뢰받고 든든한 전남낙농농협을 만들어 가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