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대신 배려 택한 어느 부장의 데스노트... 직장들에게 깊숙이 전파된 훈훈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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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첩에 메모하는 부장, 자리 비웠을 때 슬쩍 봤더니

직장 내에서 이른바 데스노트로 불리며 팀원들에게 공포를 줬던 한 부장의 수첩이 사실은 부하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한 관찰 일지였음이 밝혀져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리멤버를 통해 알려진 해당 사연은 조직 사회에서 리더십과 소통의 방식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평소 업무 평가 기록이나 살생부로 오해받았던 해당 수첩에는 직원 개개인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상사의 기록이 담겨 있었다.
사연의 제보자인 직장인 A 씨에 따르면 팀을 이끄는 부장은 최신 전자기기인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대신 항상 작은 수첩을 지니고 다녔다.
부장은 공식적인 업무 회의 시간은 물론이고 막내 직원이 의견을 개진할 때조차 수첩에 무언가를 빼곡히 기록했다.
심지어 부서 내 과장이 "점심은 중국집 어떠세요?"라고 묻는 일상적인 대화의 순간에도 부장의 펜은 쉬지 않았다.
이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부장의 메모 습관은 팀원들에게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수첩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직원들은 이를 만화 제목에 빗대어 데스노트라고 칭했다.
회의 중 누군가 발언할 때 부장이 수첩을 펼치면 동료들끼리 "너 아까 부장 수첩에 적혔다"라거나 "망했다, 이직 준비하라"라며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수첩은 부서 내에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팀원들의 인식이 바뀐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회의가 진행되던 중 부장이 외부 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 회의실을 비웠다.
당시 부장의 자리에 펼쳐져 있던 수첩의 맨 윗부분을 무심코 시선에 담게 된 A 씨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용을 확인한 그는 충격에 빠졌다. 이름 하단에는 '발표할 때 긴장하면 말이 빨라짐. 중간에 끊지 말 것'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팀원들의 이름 옆에도 철저히 업무적 배려를 목적으로 한 메모가 나열돼 있었다.
최근 업무 성과가 부진했던 한 직원을 향해서는 '요즘 자신감 떨어져 있음. 공개적으로 칭찬해 줄 것'이라고 기재돼 있었고,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막내 직원에 관해서는 '질문하려다 자꾸 포기함. 먼저 물어봐 줄 것'이라는 내용이 남겨져 있었다.
이는 직원들의 실수나 치부를 평가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각자가 직면한 어려움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상사가 고민해 온 흔적이었다.
통화를 마치고 회의실로 돌아온 부장에게 A 씨는 "죄송합니다. 일부러 본 것은 아닌데 제 이름이 보여서"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부장은 "봤냐"라고 응수했다. A 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부장은 수첩을 내밀며 "그럼 하나만 지워 달라"라고 요청했다.
부장이 가리킨 곳은 A 씨의 발표 습관과 관련된 메모였다. 부장은 "요즘은 많이 좋아졌으니까"라고 덧붙이며 미소를 지었다.
해당 일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소식을 전해 들은 과장 역시 자신의 이름 옆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A 씨에게 물었다.
A 씨가 '매운 것 못 먹음'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귀띔하자 과장은 즉각 부장 자리로 찾아가 "부장님, 저 매운 것 잘 먹습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자 부장은 수첩의 과거 페이지를 한참 동안 넘기더니 "지난해 회식 때 떡볶이 먹고 우유 2개 마셨잖아"라고 정황을 짚어냈다.
순간 고요했던 사무실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당황한 과장이 "그걸 아직도 기억하십니까"라고 묻자 부장은 "기억 못 하니까 적어 놓는 것"이라고 답했다.
일련의 상황을 겪은 A 씨는 직장 생활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이 뒤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동안 업무와 관련된 숫자나 실적을 잘 기억하는 사람만이 능력을 인정받는 직장인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곁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특징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훌륭한 리더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밝혔다.
A 씨에 따르면 여전히 회의 시간이 되면 부장은 수첩을 펼치고, 팀원들은 "또 데스노트 시작하셨네요"라며 짓궂은 농담을 던진다.
이때 부장은 "걱정 마. 아직 아무도 안 죽었어"라고 맞받아친다.
A 씨는 "저희 팀의 데스노트는 오늘도 계속 작성 중이다. 다만 이상하게도 이 수첩에 이름이 올라가는 건 조금 괜찮을 것 같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상사의 리더십에 찬사를 보냈다. 이들은 "'그러면 하나만 지워줘'에서 진짜 리더십이 보인다. 그 한 줄 지워드리는 순간이 상 받은 것보다 더 뿌듯했을 것 같다", "저 위치에서라면 업무보다 사람을 먼저 챙기는 것이 맞지. 멋있는 부장이다", "얼마나 팀을 아끼는지 보인다", "정말 따뜻한 상사다" 등의 극찬 반응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