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갔으면 대참사 날 뻔…인천 흉기난동범, 20대 남성이 던진 '이것' 맞고 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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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난동...기지 발휘한 20대 직장인

인천의 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진 순간, 현장에 있던 20대 직장인이 기지를 발휘해 더 큰 피해를 막은 사실이 알려졌다. 그의 판단 덕분에 흉기를 든 남성은 어린이와 여성 관람객이 많던 영화관 층에 들어서지 못한 채 쓰러졌고, 이후 시민들의 손에 제압됐다.

시민 10명을 다치게 한 인천 흉기난동 범인 / 뉴스1
시민 10명을 다치게 한 인천 흉기난동 범인 / 뉴스1

지난 13일 인천 남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 씨앤씨(see&see) 건물에서 A(59)씨가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이 건물에는 대형마트와 영화관 등이 들어서 있어 평소에도 이용객이 많은 곳이다. 사건 당일 역시 평일 낮 시간이었지만 장을 보거나 식사를 하러 온 시민, 영화를 보러 온 관람객들로 붐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사건 피해자를 모두 10명으로 집계했다. 당초 부상자는 8명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피해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2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 여성은 수술 뒤 맥박은 되찾았지만 14일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아이들 장난 소리인 줄 알았는데…"살려달라" 비명이었다

추가 피해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23살 직장인 신중현 씨였다. 신 씨는 이날 여자친구와 함께 건물 4층에 있는 CGV 영화관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신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 들린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털어놨다. 어딘가에서 어린아이들이 장난을 치며 떠드는 소리 같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갈수록 상황은 전혀 달랐다. 귀에 들어온 것은 "살려달라", "도망치라"는 비명과 고함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손에 흉기를 쥔 A씨가 눈에 들어왔다. A씨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거슬러 4층 영화관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CCTV에 포착된 인천 흉기 난동범 / 연합뉴스
CCTV에 포착된 인천 흉기 난동범 / 연합뉴스

◆ 아이, 여성들 모인 4층으로 가려던 범인...23살 직장인 신 씨가 막았다

곁에 있던 여자친구는 다급하게 도망치라고 외쳤다. 신 씨 역시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다. 흉기를 든 사람과 마주친 상황에서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법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신 씨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들이었다. 상당수가 어린아이들과 여성들이었다는 생각이 스쳤다고 한다. 신 씨는 "이 남성이 4층에 올라오면 (제지할 사람이 없어) 정말 다 죽을 것 같았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몸을 돌린 신 씨는 주변에 놓여 있던 등받이 없는 의자 하나를 급한 대로 집어 들고 A씨가 올라오고 있던 에스컬레이터 난간 쪽으로 다가갔다.

그 사이 A씨는 이미 4층 영화관 입구에 거의 다다른 상태였다. 몇 걸음만 더 올라오면 관람객들이 있는 층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난간 너머로 A씨의 뒤통수가 보이자 신 씨는 들고 있던 의자를 온 힘을 다해 던졌다. 의자를 맞은 A씨는 정신을 잃은 듯 그 자리에서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워낙 긴박한 순간이었던 탓에 신 씨는 의자가 A씨의 몸 어느 부위에 맞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쓰러진 A씨는 아래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 실려 3층 쪽으로 내려갔다. 신 씨는 곧장 아래층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그를 붙잡으라고 소리쳤다. 이 외침을 들은 시민들이 달려들어 쓰러진 A씨를 의자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잠시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A씨를 체포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시민들도 저마다 힘을 보탰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일부 시민들은 범행 초기부터 주변 의자를 집어 들고 A씨를 막아섰고, 영화관이 있는 층 입구를 의자 등으로 가로막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씨는 정작 A씨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이었는지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뉴스를 보고 이 남성이 보이는 사람을 다 찌르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만약 이 사람이 4층에 올라왔다면 저희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행동을 두고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신 씨는 "어린애들이 너무 많기도 했지만 제가 살고 싶어서 한 행동"이라며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 현장 찾은 경찰 관계자 / 뉴스1
인천 흉기난동 사건 현장 찾은 경찰 관계자 / 뉴스1

◆ 전자발찌 찬 살인미수 전과자…법무부 "깊이 사과"

A씨는 과거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흉기난동 범행 당시에도 위치추적 전자장치, 이른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A씨는 범행 약 4시간 전 외부 전문가로부터 한 시간가량 정신질환 증상 완화를 위한 알코올 중독 및 심리 상담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호관찰관과 면담한 뒤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졌는데, 그로부터 약 1시간 20분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건 경위와 전자감독 관리 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대형마트 흉기난동사건 경위보고 받는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인천 대형마트 흉기난동사건 경위보고 받는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A씨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 앞에서 무좀 치료를 받았는데도 증상이 낫지 않는다며 1인 시위를 벌이다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범행 당시 A씨는 휘두른 흉기 외에도 둔기 1점과 흉기 1점을 추가로 갖고 있었으며, 다량의 약물도 소지하고 있었다. 다만 간이 마약류 시약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약물이 향정신성의약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범행 동기를 비롯한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를 마친 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