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쓴소리·대표팀 내분설에… 뼈 있는 한마디 던진 '2002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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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설기현·조원희가 진단한 대표팀 현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소란스럽다. 최근 치른 A매치 4연전 과정에서 드러난 경기력 불안과 선수단 내부의 갈등설, 수비 핵심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이른바 '머리 처박고' 발언이 맞물리며 축구계 안팎으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2005년 8월 한국인 수비수 최초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했던 이영표 해설위원이 최근 대표팀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과 내분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위원은 지난 13일 개인 동영상 채널을 통해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체제 아래 치러진 A매치 4연전을 총평하며 김민재의 발언과 대표팀 내부 분위기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했다.
발단 된 베네수엘라전과 김민재의 작심 발언
논란의 시작은 지난 2일 울산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0-0 무승부) 직후였다. 당시 대표팀은 전력상 아래로 평가받던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답답한 경기를 펼친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팀이었기에 반전이 필요했던 대표팀에게는 아쉬움이 큰 결과였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 나선 김민재는 직설적이고 강한 어조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는 "반전이 필요한 경기였는데 오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아쉽다. 많은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뗐다. 이어 "대표팀 포백 얘길 할 게 아니라 팀이 전체적으로 싸워주고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안 되고 있다. 수비수들을 보면 불쌍하다"며 팀 전체의 수비 참여와 투지 부족을 단호하게 지적했다.
김민재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오늘 경기도 전체적으로 뭔가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솔직히 오늘 결과가 7-0, 9-0으로 이겼다고 해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 같다"라며 승패를 떠나 내용 면에서 팀으로서의 응집력이 부족했음을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우선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개인이 빛나기보다는 팀 하나가 돼 빛나야 할 것 같다. 팀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머리 처박고 열심히 해야 한다"라며 선수단의 강도 높은 각성을 촉구했다.
베네수엘라전에서 김민재가 눈길을 끈 것은 경기 후 인터뷰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경기 중이었던 후반 35분 김태현과 교체돼 벤치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답답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교체 직후 벤치로 들어서며 축구화를 던지는 등 경기 내용과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을 행동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앞서 대표팀은 이번 A매치 4연전 중 2차전이었던 월드컵 2회 우승국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수비진이 크게 흔들리며 1-4 대패를 당한 바 있다. 이어 3차전 베네수엘라전마저 0-0 무승부에 그치며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베네수엘라전 나흘 뒤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4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2-0으로 승리하며 연패 탈출에는 성공했으나 김민재는 부상 등을 이유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이후 대표팀 주변의 분위기는 더 어수선해졌다. 김민재를 비롯해 황인범, 황희찬 등 1996년생 동기급 대표팀 핵심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대표팀 은퇴설' 소문이 나돌았고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대표팀 내 내분설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은 더 확산됐다.
이영표·설기현·조원희가 바라본 '김민재 발언'
이에 대해 선배 축구인이자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한 레전드들은 김민재 발언의 맥락과 대표팀의 현실에 대해 세밀한 해석을 내놓았다.

이 위원은 김민재의 발언이 특정 포지션에 대한 불평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위원은 "단순히 공격수들이 수비해야 한다, 수비수들이 불쌍하다 수준이 아니라 거기다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며 김민재의 인터뷰 내용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개인이 돋보이려 하면 안 된다'고 말한 부분은 매우 큰 메시지가 담겨 있는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이영표에 이어 2006년 레딩 FC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설기현 전 감독 역시 수비진의 입장에 공감했다. 설기현은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김민재가) 수비수로서 우루과이전에서 많은 실점을 했고 베네수엘라전에서도 힘든 경기를 치렀다"며 "수비 중심에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팀의 상황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선배들은 현대 축구 및 한국 대표팀의 특성상 공격수들의 전방 수비 가담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 위원은 과거 자신들이 활약하던 대표팀 시절을 떠올리며 "포워드가 앞에서 수비를 안 한다? 우리는 가만두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직접 뭐라 했다"라며 "포워드가 수비를 안 하는 것은 우리 사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김민재가 지적한 전방 압박과 팀적 수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감독의 지도력과 갈등 향방… "결과에 따라 평가 달라질 것"
대표팀 내부에 흘러나오는 '내분설'에 대해서도 선배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이 위원은 영상 촬영일을 언급하며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런 진통을 해결하는 핵심은 감독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설기현은 팀 내 불만과 갈등 해결에 있어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팀에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좋은 팀일수록 불만이 적어지는 것이고 결과가 안 좋고 분위기가 안 좋으면 불만이 더 커지는 법"이라며 "어느 팀에나 문제는 항상 존재하는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감독의 핵심 능력 중 하나다. 선수들이 모든 에너지를 경기장에서 쏟아부을 수 있도록 만들고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다양한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함께 자리에 참석한 조원희 역시 이에 동의하며 "모레노 감독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갈등과 소란을 잘 풀어나가는 것 역시 모레노 감독의 능력에 달린 문제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현재의 논란과 갈등이 향후 대표팀의 성과와 발전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위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 팀이 진짜 하나로 뭉치느냐, 경기장에서 어떤 축구를 펼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지금 상황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만약 향후 결과가 좋지 않게 된다면 팀을 위한 소통 과정에서의 의견 표명조차도 내분으로 폄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지금 대표팀이 겪고 있는 이 과정이 파국이나 단순한 내분, 갈등이 아니라 한국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거쳐 가는 하나의 성장통이자 발전 과정이었기를 바란다"고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