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밟았는데..." 90세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1명 사망
작성일
90세 운전자 사고로 드러난 고령 운전의 위험성
면허 자진반납 시 받을 수 있는 지원금과 조건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인근에서 90세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오토바이와 택시를 잇따라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가운데, 고령 운전자의 안전 문제와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령 운전은 나이 자체보다 시력과 반응속도, 주의력 등 실제 운전 능력에 영향을 주는 변화가 중요하며, 운전을 중단하는 고령자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카드와 지역화폐 등을 지원하고 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90세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2일 오전 11시 50분쯤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사거리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앞서가던 오토바이와 택시를 잇따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4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졌고, 택시와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 등 2명이 다쳤다. A씨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시력·반응속도·판단력 변화가 운전에 미치는 영향
고령 운전이 교통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운전에 필요한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도로 표지판과 신호를 확인하고, 주변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핸들을 적절하게 조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각 정보 처리와 판단, 신체 반응이 동시에 이뤄진다.
시력 변화는 도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지된 물체를 보는 시력뿐 아니라 움직이는 차량이나 보행자를 인식하는 능력,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구별하는 능력도 운전에 중요하다. 야간에는 맞은편 차량의 전조등이나 조명이 시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비가 내리면 도로 표지와 차선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시각 기능이 저하된 운전자는 이런 환경에서 위험 요소를 발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응속도도 중요한 요소다. 앞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보행자가 도로로 진입하는 상황에서는 위험을 알아차린 뒤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위험을 인식하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페달을 조작하는 반응이 늦어지면 차량이 이동하는 거리가 늘어나 사고를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4년 발표한 고령운전자 안전실태 조사에서는 주행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고령 운전자와 비고령 운전자의 돌발상황 대응을 비교했다. 조사 결과 고령 운전자 집단은 일부 상황에서 브레이크 반응시간이 더 길게 나타났다. 선행 차량이 급정거하는 상황에서는 고령 운전자 집단의 브레이크 반응시간이 비고령 운전자 집단보다 0.47초 늦었고, 시야가 제한된 상태에서 어린이가 갑자기 횡단하는 상황에서는 1.08초 차이가 났다.
다만 이는 제한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모든 고령 운전자가 같은 반응속도를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운전 능력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시력, 인지 기능, 운전 경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의력과 판단력도 운전에 영향을 준다. 교차로에서는 신호와 표지판을 확인하는 동시에 좌우에서 접근하는 차량과 보행자를 살펴야 한다. 차선을 변경할 때는 사이드미러와 후방 상황을 확인하고 차량 간 거리를 판단해야 한다.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의가 분산되거나 판단이 늦어지면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하는 페달 오조작도 교통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다. 페달을 잘못 밟으면 차량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급가속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고령 운전자 안전실태 조사에서 페달 오조작과 신체·인지 기능 변화 등을 주요 위험 요소로 다뤘다. 다만 특정 사고가 페달 오조작 때문에 발생했는지는 개별 사고의 조사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

고령 운전자 사고는 얼마나 발생할까
고령 운전자의 사고 문제는 운전면허 보유자가 늘어나는 인구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운전면허를 가진 고령자도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23년 474만7426명으로,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의 13.8%를 차지했다. 같은 해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 인원은 11만2896명이었다.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도 적지 않다. 2023년 6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4만건에 육박했다. 인천연구원이 2025년 발표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현황 및 특성 분석 연구는 고령 운전자의 신체·인지 기능 변화, 페달 오조작, 사고 발생 시 피해의 심각성 등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제시했다.
사고 건수와 함께 살펴봐야 할 지표는 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인 치사율이다. 해당 연구가 검토한 자료에 따르면 65~69세 운전자 사고의 치사율은 1.6%였지만 85세 이상 운전자 사고에서는 4.6%로 나타났다. 85세 이상 집단의 치사율이 65~69세 집단보다 약 2.9배 높은 것이다. 이 수치는 연령대별 사고의 결과를 비교한 것으로, 모든 고령 운전자가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앞서 제시된 경찰 통계에서는 90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지난해 116건으로, 4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도 6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사고 증가가 연령에 따른 운전 능력 변화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당 연령대의 운전면허 보유자와 실제 운전 빈도 등도 함께 살펴야 사고 위험을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다.
고령 운전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령만을 기준으로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실제 운전 능력과 건강 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운전 중 표지판이나 신호를 놓치는 일이 잦아졌거나, 차선 변경과 주차가 이전보다 어려워졌거나, 돌발상황에서 대응하기 힘들다고 느낀다면 운전 습관과 능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족도 운전자의 실제 운전 상황을 살펴보고 필요할 경우 운전 중단이나 면허 반납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

면허 자진반납하면 교통카드·지역화폐 지원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교통비 성격의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운전을 중단한 고령자의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덜고, 면허 반납을 유도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는 목적이다.
지원 대상 연령과 금액, 지급 방식은 지역마다 다르다.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 있는 반면 만 70세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 곳도 있다. 지원금 역시 교통카드와 지역화폐, 상품권 등으로 지급되며, 일부 지자체는 실제 운전 여부를 증명하면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 전국 어디에서나 같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아니다.
서울시는 2026년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하는 만 70세 이상 시민에게 20만원이 충전된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상자는 서울시에 주민등록을 둔 만 70세 이상으로, 기존에 운전면허 자진반납 혜택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유효한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거주지 동주민센터를 방문하면 면허 반납과 지원 신청을 함께 할 수 있다. 2026년 사업은 정해진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므로 예산과 신청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경기 군포시는 2026년부터 지원 방식을 달리했다. 만 65세 이상 군포시민이 유효한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일반 반납자에게 지역화폐 10만원을 지급하고, 실제 운전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까지 제출하면 20만원을 지급한다. 추가 지원은 예산 소진 시까지만 제공된다. 실운전 증빙자료로는 자동차보험 관련 서류와 본인 소유 차량의 자동차등록증, 교통위반 단속 내역 등 사업에서 인정하는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충남 공주시도 2026년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지원사업을 운영한다. 공주시에 일정 기간 거주한 만 70세 이상 운전자가 대상이며, 지원 금액은 1회 10만원이다. 신청 대상과 거주 기간, 필요한 서류 등 세부 조건은 해당 지자체의 사업 공고에 따라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지원 제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같은 광역자치단체 안에서도 기초자치단체가 별도 지원을 더하는 경우가 있어 거주지의 시·군·구 공고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예산이 정해져 있어 신청자가 많으면 조기에 마감될 수 있고, 실제 운전 증빙이나 주민등록상 거주 기간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면허 반납 전 알아둘 점…원동기 면허도 취소될 수 있어
운전면허 자진반납은 지원금을 받는 절차인 동시에 운전할 수 있는 법적 자격을 내려놓는 결정이다. 반납 후에는 자동차 운전뿐 아니라 면허 종류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 등 다른 운전 자격도 함께 취소될 수 있다. 실제로 지자체 안내에는 면허 반납 시 원동기를 포함한 모든 면허가 취소되며, 단순 변심으로 철회할 수 없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지원금만 확인하기보다 반납 이후의 이동 수단을 먼저 살펴야 한다. 병원 방문이나 장보기, 가족·지인과의 만남에 자동차를 이용해 왔다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거나 이동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역의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 등 이용 가능한 수단도 알아볼 수 있다.
면허를 반납할 때는 일반적으로 유효한 운전면허증을 지참해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행정복지센터나 경찰서 등 안내된 접수처를 방문한다. 다만 모든 지역에서 신청 장소와 절차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대리 신청 가능 여부와 신분증, 운전경력증명서 등 대체 서류 인정 여부도 지역별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운전면허를 유지하는 고령자에게는 정기적인 적성검사와 안전교육도 중요하다. 현행 제도상 6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 갱신 주기가 일반 운전자와 다를 수 있고, 75세 이상은 3년마다 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75세 이상 운전자는 교통안전교육과 인지능력 관련 검사 등 추가 절차도 거친다.
고령 운전의 안전 문제는 특정 연령대 전체를 운전 부적격자로 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실제 운전 능력을 점검하고, 운전이 어려워졌을 때는 스스로 운전을 줄이거나 면허 반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동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함께 필요하다. 면허 자진반납 지원금은 이런 선택을 돕기 위한 제도인 만큼, 거주지의 대상 연령과 지원 금액, 신청 조건을 확인한 뒤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