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은 병원 보냈는데 아내 몸엔 구더기… 전직 부사관에 무기징역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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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방치해 패혈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
1심 징역 30년… 2심서도 무기징역 구형

심각한 건강 상태에 놓인 아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전직 육군 부사관에 대해 공소청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공소청은 남편이 최소한의 구호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에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욕창과 피부 괴사에 구더기까지…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는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직 육군 부사관 김 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11월 26일에 열릴 예정이다.

심각한 건강 상태에 놓인 아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전직 육군 부사관에 대해 공소청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공소청은 남편이 최소한의 구호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에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일러스트.
심각한 건강 상태에 놓인 아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전직 육군 부사관에 대해 공소청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공소청은 남편이 최소한의 구호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에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일러스트.

김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아내의 몸에 욕창이 발생했는데도 적절한 치료나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자택에 있던 아내의 의식이 혼미하다며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아내의 몸이 오물로 오염된 상태인 것을 확인했다. 다리 등 신체 여러 부위에서는 욕창과 감염으로 피부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구더기도 발견됐다.

아내는 병원으로 옮겨지는 도중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후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 패혈증으로 숨졌다.

병원 측은 방임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을 군 경찰에 넘겼고, 군검찰은 김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공소청 “119에 전화 한 통만 했어도”… 무기징역 요청

이날 공소청은 김 씨가 아내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공소청은 법률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에게는 서로를 부양할 책임이 있으며, 특히 아내가 스스로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웠던 만큼 김 씨가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생존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며 "119에 전화 한 통만 했어도 살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위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법적으로 특정 행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다른 사람을 숨지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사건에서는 김 씨에게 아내의 사망을 막을 의무가 있었는지와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공소청은 김 씨가 자신의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소염진통제를 처방받고, 반려견이 아플 때는 동물병원에서 치료받게 하면서도 정작 아내에게는 필요한 의료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씨의 혐의는) 흡사 피해자에게 사형한 것으로 보인다"며 1심에서 선고된 징역 30년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주장했다. 공소청은 재판부에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압수수색 당시 현장 영상 공개… 수사관들 증언

항소심에서는 사건 발생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촬영된 사진과 영상도 증거로 제시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수사관이 피해자가 머물렀던 안방에 들어가려다가 심한 냄새에 코를 막는 모습이 담겼다.

공소청은 현장을 직접 수색한 수사관 2명을 증인으로 불러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수사관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안방 문을 열었을 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현장에 투입된 수사관들 모두 코밑에 악취를 차단하기 위한 제품을 바르고 마스크를 겹쳐 쓴 상태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해야 할 만큼 위생 상태가 극도로 열악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 측 “살해할 이유 없어”… 혐의 부인

반면 김 씨 측은 아내를 숨지게 할 의도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김 씨가 아내를 위해 매일 장을 보고 음식을 마련했으며, 생활비와 보험료도 계속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내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가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요구했고, 병원에 가자는 제안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집 안에서 에어컨과 방향제 등을 사용하고 있었던 점도 언급했다. 이 때문에 김 씨가 악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거나 아내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공소청은 참혹한 결과만 설명할 뿐 피고인이 왜 아내를 숨지게 해야 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고인에게는 살인 동기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씨 역시 최후진술에서 자신이 아내의 건강 상태를 뒤늦게 알게 됐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그는 "아프지 않다는 말과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을 믿은 제 자신이 후회된다"며 "너무 늦게 아내의 상태를 알게 돼 죄송하다. 평생 미안함을 간직하고 살겠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 징역 30년 선고… “납득 어려운 변명” 질타

앞서 1심 군사법원은 김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아내는 김 씨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극도로 오염된 환경에 장기간 방치돼 비참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특별한 수고 없이 조금의 노력만 기울였더라도 아내의 사망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김 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