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선로가 휜 진짜 이유... '더위' 때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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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 구조 결함 때문… '뜬침목'이 진범

지난 5월 KTX 강릉선에서 선로가 휘어져 열차가 멈춰 선 사고의 원인이 더위가 아니라 선로 구조의 약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는 갑작스러운 기온 상승을 유력한 원인으로 꼽았다. 5개월 만에 나온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최종 조사 결과는 달랐다.

KBS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사진.  KTX 강릉선 선로 변형으로 KTX- 이음이 정차한 모습을 담은 것이다.
KBS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사진. KTX 강릉선 선로 변형으로 KTX- 이음이 정차한 모습을 담은 것이다.

선로 변형의 근본 원인은 이른바 '뜬침목'이었다. KBS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황운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코레일의 ‘KTX 강릉선 선로 휘어짐 최종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13일 이같이 보도했다.

침목은 선로 아래에 깔려 열차 무게를 떠받치는 직사각형 구조물이다. 뜬침목은 침목 아래에 빈 공간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사고 구간은 선로가 급하게 휘어지는 교량 구간이었다. 이곳에서 선로를 현장 용접한 부분의 침목 아래에 빈 공간이 생겼다.

침목 아래가 비면 선로를 붙잡아 주는 힘이 약해진다. 곡선 구간에서 생긴 작은 변형이 열차가 반복해서 지나가며 누르는 무게와 제동 충격을 받으면서 급격히 커졌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더위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사고 당시 기온은 29.8도였다. 선로 온도는 40.6도였다. 코레일은 선로 온도가 55도 이상이면 열차 운행을 제한한다. 사고 당시 선로 온도는 이 기준에 한참 못 미쳤다. 보고서는 고온에 따른 압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은 남겨뒀다. 다만 현장 여건과 선로 온도를 고려할 때 더위가 직접 원인은 아니라고 봤다. 국토부가 사고 직후 내놓은 설명과 달리 선로 자체의 구조적 약점이 주된 원인으로 확인된 것이다.

사고는 5월 18일 오후 강원 강릉시에서 났다. 승객 169명을 태우고 청량리에서 강릉으로 향하던 KTX-이음 869열차가 오후 3시 16분쯤 청량신호소 부근 운산고가에서 휘어진 선로를 발견하고 급히 멈췄다. 강릉역을 약 5㎞ 앞둔 지점이었다. 열차는 관제 지시에 따라 시속 25㎞로 천천히 달리던 중이었다.

멈춰 선 열차 안에서는 "선로 복구 작업으로 인하여 잠시 더 정차한 후에 출발하겠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열차는 뒤로 물러난 뒤 안인역을 거쳐 오후 4시 52분에 강릉역에 도착했다. 고속열차 17대와 일반열차 3대 등 열차 20대가 11분에서 94분까지 늦어졌다. 해당 구간을 지나야 하는 KTX 17대는 다른 노선으로 돌아갔다.

휘어진 선로는 사고 직후 임시로 복구됐다. 열차들은 한동안 선로가 변형된 구간에서만 속도를 크게 줄여 운행했다.

대형 사고를 막은 건 기관사들의 신고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2시 52분쯤 같은 구간을 지난 KTX 813열차 기관사가 평소와 다른 진동을 느꼈다. 그는 이를 강릉역에 알리며 뒤따르는 열차에 확인을 요청했다. 869열차 기관사는 해당 구간에서 휘어진 선로를 눈으로 확인하고 정차했다. 코레일은 앞 열차의 빠른 신고와 뒤 열차의 감속, 정차가 중대한 탈선 사고를 막았다고 평가했다.

KBS는 사고 직후 휘어진 선로 주변 약 5㎞ 구간에 고온으로 선로가 휘는 것을 막는 자동 살수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임남형 충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당시 KBS에 "다양한 복합적인 원인들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고요. 온도의 상승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러한 영역이라고 판단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이번 사고가 더위가 아닌 구조적 결함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KBS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고가 5월에 일어나면서 여름철 철도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해마다 여름이면 고온으로 선로가 변형될 수 있어 열차 서행이 잦아진다. 고속철도는 선로에 문제가 생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코레일은 사고 전에도 선로를 점검했다. 올해 1월과 3월 궤도검측차를 투입했다. 당시에는 보수 기준을 넘는 변형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는 침목 아래 빈 공간이 언제 생겼는지 밝히지 않았다. 기존 검측 방식으로 이런 취약점을 잡아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코레일은 사고 뒤 전국 선로를 특별 점검했다. 그 결과 조치가 필요한 곳 385곳을 찾아냈다. 이 가운데 266곳은 침목 아래 자갈을 다지거나 바꿨다. 나머지 119곳에는 선로가 좌우로 밀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횡방향 이동 방지 장치'를 달았다.

사고 지점의 레일은 교체하고 다시 설정했다. 코레일은 선로를 더 단단히 받치기 위해 기존보다 무겁고 바닥과 닿는 면적이 넓은 '중량화 콘크리트 침목'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사고 지점의 침목 교체 작업은 이달 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