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교무실에서 '부엌칼' 들고... 서울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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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들었는데도 정신건강 문제로 판단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한 일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 학생이 과도와 끌을 잇달아 손에 들었는데도 학교가 이를 교육활동 침해가 아닌 정신건강 문제로만 다룬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가 위기학생 지원 절차를 밟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이 학생은 교무실 부엌칼을 쥐고 교사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 학생이 교무실에서 부엌칼을 쥐고 교사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 학생이 교무실에서 부엌칼을 쥐고 교사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아 13일 공개한 자료에 이 같은 사건 경위가 담겼다.

사건은 지난 5월 13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의 공립 일반고인 A고등학교에서 일어났다. 1학년 학생이 교무실 싱크대 서랍에 있던 부엌칼을 집어 들고 교사를 위협했다.

당일 정보 수업을 맡은 교사는 이 학생이 수업 장소인 컴퓨터실로 가지 않고 교실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담임교사에게 알렸다. 담임교사와 교무부장은 교실로 가서 엎드려 자고 있던 학생을 깨웠다. 두 교사는 학생에게 수업에 들어가라고 권했다.

잠에서 깬 학생은 교사들에게 위협적인 말과 행동을 보였다. 학생은 곧이어 1학년부 교무실로 이동해 싱크대 서랍 속 부엌칼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학생은 여러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교무부장을 죽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있던 교사 한 명이 곧바로 칼을 빼앗았다. 다른 교사는 교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학교는 경찰에 신고했다. 학생은 보호자와 함께 경찰서로 갔다.

피해교원인 담임교사는 이 일로 심한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담임교사는 특별휴가와 병가를 쓴 뒤에도 지금까지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학생은 부엌칼 사건 전에도 두 차례 위험한 도구를 손에 든 적이 있었다. 지난 4월 6일에는 과도를 들었다. 같은 달 30일에는 날카로운 끌을 들었다.

학교는 두 사건을 교육활동 침해 사안으로 보지 않았다. 학교가 내린 판단은 정신건강 위기학생 지원 사안이었다. 학교는 5월 6일 생명존중위원회를 열었다. 학교는 이튿날 교육지원청에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학교 방문 컨설팅을 요청했다. 학생의 심리·정서적 위기에 대응하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컨설팅을 요청한 지 일주일 만에 교사를 겨냥한 흉기 협박이 벌어졌다.

학교는 당시 학생의 행동을 자해·자살 위험 등 정신건강 위기와 관련된 사안으로 보고 학생 보호와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위험행위가 되풀이되는 동안 교직원 안전을 지키고 교육활동을 보호할 대책이 충분했느냐를 두고는 의문이 나온다.

사건 뒤 피해교원 보호조치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일었다. 학교의 사안 처리 경과보고를 보면 사건 이튿날인 5월 14일 피해교원 3명이 교육활동 침해를 신고한 사실이 교육지원청에 보고됐다. 학교는 같은 달 21일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공문으로 냈다. 학교가 학생에 대한 출석정지 긴급조치를 교육지원청에 보고한 날은 6월 4일이었다. 사건 발생 22일 만이었다.

피해교원 측은 사건 직후부터 학생과 분리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지만 학교가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교의 설명은 다르다. 학생은 사건 당일인 5월 13일부터 22일까지 병원에 보호 입원했다. 학생은 퇴원한 뒤에도 등교하지 않았다. 학교는 이 기간 피해교원과 학생이 실질적으로 분리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학생의 정신건강 상태를 고려해 교원·보호자와 면담하면서 출석정지가 가능한지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피해교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학생이 언제든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실제 등교 여부와 상관없이 공식 출석정지 같은 행정조치가 필요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생기면 피해교원의 치유와 교권 회복을 위한 보호조치를 즉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교원지위법은 일정한 상해·폭행이나 성폭력 범죄에 해당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해 학교장이 긴급조치를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교원을 상대로 한 상해·폭행 같은 중대 교권침해는 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5학년도 전국 교권침해 신고는 모두 1만9819건이었다. 이 가운데 1만9252건이 교권침해로 인정됐다. 학생에 의한 신고는 1만8100건으로 전체의 91.3%였다. 상해·폭행으로 인한 교권침해 신고는 2020년 113건에서 2025년 561건으로 5배가량 늘었다.

정 의원은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 침해행위 발생 시 피해교원 보호와 가해자·피해교원 분리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실제 보호·분리조치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와 출석정지 소급 적용의 근거를 따져 보고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학교의 사안 보고 및 피해교원 보호조치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