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3만 원 내고 1억 수령…” 국민연금 수급자, 구간별로 살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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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돈의 10배 이상 돌려받은 국민연금 가입자 1만9972명

국민연금에 1000만 원도 내지 않고, 연금으로 1억 원 넘게 받아 간 사람이 2만 명에 가깝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뉴시스가 13일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의 모습. / 뉴스1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의 모습. / 뉴스1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납부보험료가 1000만 원 이하이면서 연금을 1억 원 넘게 받은 수급자는 약 2만 명에 달했다.

국민연금 납부액 조회해 보니… 833만 원 내고 1억 넘게 받은 1만9972명

이들 1만9972명이 낸 보험료는 평균 833만 원이다. 그런데 이들은 260개월 동안 평균 1억1190만 원의 연금을 받았다. 평생 낸 보험료보다 10배 이상 많은 돈을 연금으로 돌려받은 셈이다.

낸 보험료보다 연금을 더 많이 받은 사람으로 범위를 넓히면 숫자는 훨씬 커진다. 자료에 따르면, 이런 수급자는 최소 326만147명에 이른다.

납부액이 1000만 원 이하인 가입자는 75만8893명이다. 이 가운데 20만2486명은 연금을 5000만 원 이상 받았다. 4000만 원 이상을 받은 사람은 10만4156명이었고, 3000만 원 이상은 10만5168명이었다. 2000만 원 이상과 1000만 원 이상을 받은 사람은 각각 12만4938명과 11만8630명으로 집계됐다.

보험료를 1000만 원 넘게 2000만 원 이하로 낸 205만9542명 중에서는 129만4563명이 2000만 원 넘는 연금을 받았다. 이 중 329명은 받은 연금이 2억 원을 넘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의 모습. / 뉴스1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의 모습. / 뉴스1

2000만 원 초과 3000만 원 이하 구간에서는 101만6145명 중 55만5232명이 낸 보험료보다 많은 연금을 받았다. 3000만 원 초과 4000만 원 이하 구간은 50만9080명 중 26만8774명이었다. 이어 4000만 원 초과 5000만 원 이하 구간은 31만7526명 중 18만4720명이었고, 5000만 원 초과 6000만 원 이하 구간은 23만268명 중 8만1404명이었다. 6000만 원을 넘게 낸 62만1832명 중에서도 20만5256명이 낸 돈보다 많이 받았다.

국민연금 납부액 조회방법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내 곁에 국민연금'을 이용하면 된다. 본인이 지금까지 납부한 보험료를 확인할 수 있으며, 궁금한 내용은 국민연금공단 고객센터나 가까운 지사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 1억 넘긴 수급자들, 제도 초창기 가입이 갈랐다

연금을 1억 원 이상 받은 수급자를 납부 보험료 별로 나누면, 1000만 원 초과 2000만 원 이하 구간이 11만6226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2000만 원 초과 11만1749명, 3000만 원 초과 9만8256명, 4000만 원 초과 8만6560명 순이었다. 이어 5000만 원 초과 8만1404명, 6000만 원 초과 7만1233명, 7000만 원 초과 6만2534명, 8000만 원 초과 4만6944명, 9000만 원 초과 2만4545명이었다. 1000만 원 이하 구간은 1만9972명이었고, 1억 원 초과 구간은 3518명이었다.

이처럼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제도 초창기 가입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1988년 처음 도입될 때 가입을 독려하려고 보험료율 3%에 소득대체율 70%로 출발했다.

수급 자격도 지금보다 느슨했다. 현재는 10년(120개월)을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초기에는 5년만 가입해도 연금을 주는 특례노령연금제도가 한시적으로 운영됐고, 이 제도는 1999년까지 이어졌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이 높던 초기에 가입한 사람과 특례연금으로 연금을 받아온 사람 등 두 갈래를 이유로 꼽았다. 그러면서 윤 명예연구위원은 "납부한 보험료보다 받은 연금이 더 많은 가입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수령나이는 출생연도마다 달라… 늦추면 36% 더, 당기면 30% 덜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출생연도마다 다르다. 1957~1960년생은 62세부터 받는다.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부터 받는다. 그리고 1969년 이후 태어난 사람은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수령 시기는 본인이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 당장 생활비가 급하지 않다면, 수령을 늦춰 연금액을 늘리는 '연기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연기연금은 노령연금을 받을 권리가 생긴 사람이 신청할 수 있고 수급개시연령부터 최대 5년까지 미룰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는 모습. /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는 모습. / 뉴스1

연금을 1년 늦추면 7.2%가 더해지고, 5년을 늦추면 36%가 더해진다. 월 100만 원을 받을 예정이던 사람이 5년을 미루면, 월 136만 원을 받게 된다. 연금 전액이 아니라 일부만 미루는 것도 가능하다. 연금액의 50~100% 사이에서 10% 단위로 고를 수 있고, 미룬 금액에는 매월 0.6%씩 가산된다. 연기 기간이 끝나면 늘어난 연금액을 평생 받는다.

반대로 연금을 앞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도 있다. 수급개시연령보다 최대 5년 일찍 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금액이 줄어든다. 한 달을 앞당길 때마다 0.5%씩, 1년이면 6%씩 깎인다. 따라서 5년을 꽉 채워 일찍 받으면 연금액이 30% 줄어든다.

연금 5년 미루면 84세부터 누적 수령액 앞서

연기연금을 고를 때는 손익분기점을 따져봐야 한다. 65세부터 월 100만 원을 받을 사람이 5년간 전액을 미루면, 70세까지 받지 못하는 연금이 총 6000만 원이다.

이 사람은 70세부터 월 136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매달 늘어난 36만 원으로 앞서 받지 못한 6000만 원을 메우려면, 약 13년 11개월이 걸린다. 결국 약 84세가 돼야 65세부터 연금을 받은 사람보다 누적 수령액이 많아진다.

다만, 이 계산에는 물가와 세금이 빠져 있다. 실제 국민연금에는 매년 물가변동률이 반영된다. 또한 연금액에 따라 연금소득세, 보험료, 기초연금 액수도 달라질 수 있다.

예상 수명도 따져야 할 변수다. 연금을 오래 받을수록 연기로 늘어난 금액의 효과가 커진다. 반면, 연금 지급이 다시 시작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면 생전에 받은 총액이 연기하지 않았을 때보다 적을 수 있다.

유족연금도 살펴봐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연기로 늘어난 노령연금액이 유족연금액 산정에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수급개시연령 이후에도 소득이 있다면, 연기연금을 고려할 수 있다. 일정 수준 넘게 벌면 노령연금이 깎일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당장 깎인 연금을 받는 대신, 수령을 미뤄 나중에 받을 연금을 늘리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다만, 지난 6월 17일 개정 국민연금법이 시행되면서 소득에 따른 연금 감액 기준이 완화됐다. 과거에는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A값)을 넘는 소득이 있으면 감액 대상이 됐다. 현재는 A값에 200만 원을 더한 금액을 초과해야 연금이 줄어든다. 올해 A값은 월 319만3511원으로, 감액 기준은 월 519만3511원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준 완화로 매년 약 10만 명이 감액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령연금이 줄어들 걱정 없이 어르신들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연기연금을 고르기보다 자신의 소득이 실제 감액 대상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기연금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내 곁에 국민연금'에서 신청할 수 있다. 우편이나 팩스로 신청하거나 지사를 찾아가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험료율 13%로 올렸지만, 기금은 2069년 바닥 전망

국민연금 재정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기금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국민연금은 모수개혁을 거쳤다. 개혁에 따라 보험료율은 13%, 소득대체율은 43%로 조정됐다.

그럼에도 앞날은 불투명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시나리오별 재정 전망에 따르면,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재정수지는 2050년 적자로 돌아선다. 이어 기금은 2069년에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 정책토론회에서는 추가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득대체율 43%를 지급하면서 재정 수입과 지출을 맞추려면, 보험료율이 21.2%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논의되는 추가 개혁 방안으로는 가입 연령과 수급 개시 연령 상향, 자동조정장치 도입, 사전 국고 투입, 운용 수익률 제고 등이 있다.

최보윤 의원은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역할을 하면서도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수급 실태와 재정 상황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세대의 부담까지 고려한 합리적인 연금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