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카드도 증권도 하나로…신한금융, 인도네시아서 첫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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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그룹 최초 현지 금융지주 출범…900명 규모 종합금융체계 구축
카드·증권 자회사 지분 과반 확보, 재계 4위 시나르마스와 금융 협력 확대

신한금융그룹이 인도네시아에서 은행과 카드, 증권 사업을 하나로 연결하는 금융지주 체제를 구축했다.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현지 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킨 데 이어 인도네시아 대기업과 손잡고 기업금융과 공급망 금융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의 모습. / 뉴스1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의 모습. / 뉴스1

은행 중심으로 카드·증권 통합…현지 금융지주 체제 완성

신한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신한인도네시아 금융그룹(Shinhan Financial Group Indonesia)'을 공식 출범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개편은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이 금융지주회사 역할까지 맡는 사업지주회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신한카드가 보유했던 신한인도파이낸스와 신한투자증권이 보유했던 신한투자증권 인도네시아의 지분 일부를 각각 인수해 두 회사의 지분을 50%+1주씩 확보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개별 계열사를 중심으로 운영하던 은행과 카드, 증권 사업을 하나의 지배구조 아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여 년간 인도네시아에서 금융사업을 확장해 왔다. 현재 현지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은 약 900명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계기로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도 효율화할 계획이다. 특히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과 자금 조달, 투자금융 등 여러 금융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출범식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현지 금융당국 관계자와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인도네시아 금융 규제 변화가 계기…금융지주 전환 왜 필요했나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규제 변화에서 시작됐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2024년 12월 금융복합기업과 금융지주회사에 관한 규정을 시행했다. 여러 금융회사를 거느린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 감독을 강화하고, 계열사 간 거래나 위험이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은행과 증권사, 할부금융회사가 같은 금융그룹에 속해 있더라도 개별적으로 운영되면 전체적인 자금 흐름이나 위험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령 한 계열사가 특정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고 다른 계열사가 해당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면, 각각의 거래뿐 아니라 금융그룹 전체에 집중되는 위험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지주 체제는 이러한 계열사 간 거래와 재무 위험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모든 금융회사가 금융지주회사 설립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그룹의 자산 규모와 지배구조 등 관련 규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적용 대상이 결정된다. 기존 은행이 다른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사업지주회사 방식도 활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2024년 12월 관련 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지난해 9월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계열사 지분 이전 등의 절차를 진행했고, 올해 9월 16일 전환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과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도 협력했다.

인구 2억 8000만 명 금융시장…디지털 결제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나르마스 그룹과의 MOU에 참석한(사진 왼쪽부터) 푸칸토 위자야 시나르마스 그룹 금융 및 에너지 부문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신한금융
시나르마스 그룹과의 MOU에 참석한(사진 왼쪽부터) 푸칸토 위자야 시나르마스 그룹 금융 및 에너지 부문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신한금융

신한금융이 인도네시아 사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현지 금융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인구가 약 2억 8572만 명에 달한다. 인구 규모가 큰 만큼 개인 금융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 금융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올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디지털 결제 거래 건수는 61억 1000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36%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거래 건수는 47.08%, 인도네시아 표준 QR코드 결제 시스템인 QRIS 거래 건수는 67.22% 늘었다.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반면 금융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는 이용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과 통계청이 공동으로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금융서비스 이용 수준을 나타내는 금융포용지수는 80.51%였지만 금융상품과 관련 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금융이해력지수는 66.46%에 그쳤다. 금융포용지수 역시 도시 지역은 83.61%, 농촌 지역은 75.70%로 차이가 있었다. 금융서비스 이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고 지역별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금융회사들은 단순한 영업점 확대를 넘어 결제와 대출, 투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한금융도 은행과 카드, 증권 계열사를 하나의 체제로 묶으면서 종합금융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다만 이번 금융지주 출범이 곧바로 개인 고객의 대출금리나 수수료 변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고객 혜택은 향후 출시되는 금융상품과 계열사 간 서비스 연계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재계 4위 시나르마스와 협력…기업금융·공급망 금융 확대

신한인도네시아 금융그룹 출범식 행사에 참석한 (사진 왼쪽부터)김재민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장, 김종헌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장, 도날드 빵가리 인도네시아금융감독청 은행감독국장, 술리스띠오 다르마완 인도네시아금융감독청 금융지주감독국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순구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이영직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장, 조명현 신한인도네시아 금융그룹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신한금융 제공
신한인도네시아 금융그룹 출범식 행사에 참석한 (사진 왼쪽부터)김재민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장, 김종헌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장, 도날드 빵가리 인도네시아금융감독청 은행감독국장, 술리스띠오 다르마완 인도네시아금융감독청 금융지주감독국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순구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이영직 한-아세안 금융협력센터장, 조명현 신한인도네시아 금융그룹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신한금융 제공

신한금융은 금융지주 출범과 함께 인도네시아 재계 4위 기업집단인 시나르마스(Sinar Mas) 그룹과도 손을 잡았다. 양측은 지난 12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업금융과 공급망 금융 등을 중심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시나르마스는 제지와 농업·식품, 부동산, 금융, 통신·기술, 에너지·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현지 대기업 집단이다. 여러 산업에 걸쳐 기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금융회사와의 협력 범위도 넓다. 신한금융은 시나르마스의 현지 사업 기반에 은행과 증권 등 계열사의 금융 역량을 결합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사업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양측이 협력을 추진하는 공급망 금융은 기업 간 거래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서비스다. 예를 들어 중소 협력업체가 대기업에 물품을 납품하더라도 실제 대금을 받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걸릴 수 있다. 이때 금융회사가 납품대금 채권 등을 바탕으로 자금을 먼저 제공하면 협력업체는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거래기업의 신용도와 납품 실적 등을 활용해 자금 지원 여부를 판단한다. 제조업과 유통업을 비롯해 협력업체가 많은 산업에서 활용되는 방식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기업 간 거래 규모가 커지고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기업 자금관리와 공급망 금융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한금융은 이번 협약을 현지 기업금융 사업 확대의 발판으로 삼을 방침이다. 다만 양측의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신규 금융상품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 사업을 하나의 체계로 운영할 기반을 갖춘 만큼, 이번 업무협약은 현지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이를 계기로 시나르마스 그룹과 함께 현지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금융 가치를 제공하고 양국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