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도 유명... 'AI' 때문에 결국 무너진 거대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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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보호 절차 돌입한 게티이미지
월드컵 결승골 장면, 대통령 취임식, 레드카펫 위 할리우드 스타. 세계 신문과 방송 화면 한쪽에 붙던 ‘게티 이미지스(Getty Images)’ 표기는 30년 넘게 사람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그 회사가 쌓인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다.

게티이미지가 주요 채권자 그룹과 포괄적 구조조정에 합의하며 파산보호 절차를 밟는다고 1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빚을 정리하고 회사를 다시 세우는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것. 혼자서는 빚을 갚을 수 없으니 법원의 관리 아래 빚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돈을 빌려준 쪽과는 이미 조건을 맞췄다. 회사는 연말까지 이 작업을 끝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뉴욕 주식시장에서도 떠나 비상장사가 된다. 앞으로는 일반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팔 수 없는 회사가 된다.
몰락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쌓인 빚이다.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AI)이다. 사진을 사던 고객들이 AI로 직접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의 주력 상품 중 하나는 '스톡 사진'이다. 광고나 블로그, 회사 홍보물에 쓰는 범용 사진이다. '회의실에서 웃으며 악수하는 직장인' 같은 사진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돈을 내고 이런 사진을 내려받아 썼다.
생성형 AI는 이 시장을 정면으로 겨눴다. 문장 몇 줄만 입력하면 비슷한 이미지가 몇 초 만에 나온다. 사용료를 낼 필요도 없다. 원하는 구도와 색감도 마음대로 고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 보급으로 한 번 흔들렸던 사진 판매 업계가 두 번째로 큰 충격을 받은 셈이다.

손님이 사이트를 찾아오는 길도 막혔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구글에서 사진을 검색하다 게티이미지 사이트로 넘어왔다. 이제는 검색창 맨 위에 AI 답변이 먼저 뜬다. 굳이 사진 사이트를 클릭할 이유가 줄었다. 소규모 사업자와 프리랜서가 주로 쓰는 게티이미지의 저가 사이트 '아이스톡'이 직격탄을 맞았다. 게티이미지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억2910만달러였다. 1년 전보다 2.5% 줄었다.
게티이미지가 처음 택한 길은 싸움이었다. 이미지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을 만든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영국과 미국에서 소송을 냈다. 자기 회사 사진을 허락 없이 AI 학습에 썼다는 이유였다.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영국 법원은 지난해 11월 사실상 스태빌리티AI 편을 들었다. AI가 사진을 그대로 저장하거나 베끼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게티이미지가 이긴 부분은 하나뿐이었다. AI가 만든 일부 이미지에 게티이미지 로고 무늬가 찍혀 나온 문제였다. 담당 판사도 이 판단이 적용되는 범위는 아주 좁다고 선을 그었다. AI 회사에 사진값을 받아내려던 게티이미지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싸움이 여의치 않자 게티이미지는 AI와 손을 잡았다. 지난 6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계약을 맺었다. 챗GPT에서 무언가를 검색하면 게티이미지 사진이 함께 뜨는 방식이다. 시장은 열광했다. 주가는 하루 만에 장중 한때 145% 치솟았다. 그날 종가는 1.15달러였다. 그러나 잔치는 짧았다. 몇 달 뒤 주가는 다시 1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빚은 위기를 더 키웠다. 게티이미지는 경쟁사 셔터스톡과 합쳐 살길을 찾으려 했다. 업계 1·2위가 손잡고 AI 시대에 맞설 덩치를 키우겠다는 계획이었다. 두 회사를 합친 몸값은 37억달러로 평가됐다. 미국 정부는 합병을 허락했다. 하지만 영국 경쟁 당국이 셔터스톡의 보도사진 사업을 떼어내 팔라고 요구했다. 게티이미지는 이 조건을 거부하고 지난 7월 합병을 포기했다.
그 뒤로는 내리막이었다. 게티이미지는 9월 1일 갚아야 할 채권 이자를 내지 않았다. 6월 말 회사 금고에 남은 현금은 5160만달러뿐이었다. 갚아야 할 빚은 21억달러에 달했다. 높은 금리에 1억1090만달러의 소송 배상금과 합병 준비 비용까지 겹쳤다. 지난해에만 2억61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뉴욕증권거래소는 게티이미지 주식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구원투수로 나선 건 창업 가문과 미국 억만장자 코크 가문이다. 게티이미지는 1995년 마크 게티 현 회장과 조너선 클라인이 함께 세웠다. 게티 회장은 석유 재벌 J. 폴 게티의 손자다. 게티 가문과 코크 가문의 투자회사는 최대 5억3300만달러를 회사에 넣기로 했다. 이 돈으로 빚을 갚는다. 회사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돈 1억4300만달러도 코크 측이 따로 빌려준다.
돈을 빌려준 쪽도 손해를 나눠진다. 일부 채권자는 2억7000만달러를 돌려받지 않기로 했다. 나머지 채권자는 이자를 깎아주고 갚는 날짜도 늦춰주기로 했다. 정리가 끝나면 두 가문이 회사를 100% 갖는다. 지금 게티이미지 주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게티이미지는 사진 판매 사업을 평소처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을 올리는 작가와 고객, 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거래업체 대금도 제때 전액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