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 '전세 전멸'로 빚 내서 아파트 매입하는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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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 매물 70% 증발... 문재인정부 때 134주 걸린 폭등, 87주 만에 뚫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 속도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역대 전세난 시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선일보가 13일 보도했다.
매체가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이달 첫째 주까지 87주 연속 올랐다. 박근혜 정부 시절 135주, 문재인 정부 시절 134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긴 상승 기간이다.

87주간 누적 상승률은 12.4%다. 문재인 정부 134주간 상승률 12.3%를 이미 넘어섰다.
상승 속도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빨라졌다. 취임 전 17주간 누적 상승률은 0.65%에 그쳤다. 취임 후 70주간은 11.62%에 달했다. 주간 평균으로 따지면 취임 전 0.04%, 취임 후 0.17%다. 4배가 넘는 차이다.
과거 전세난 시기와 비교해도 빠르다. 역대 최장 상승기인 박근혜 정부 135주(2014년 6월 셋째 주~2017년 1월 둘째 주)의 누적 상승률은 19.6%다. 주간 평균으로는 0.15%다. 문재인 정부 134주의 주간 평균은 0.09%였다. 현 정부 취임 이후 속도가 두 시기를 모두 앞선다.
오름세는 최신 통계에서도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8일 발표한 이달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6% 올랐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8.35%다. 지난해 같은 기간(1.87%)의 4배를 웃돈다. 자치구별로는 성동구와 성북구가 각각 0.31%, 노원구가 0.30%, 도봉구가 0.29% 오르는 등 강북권이 두드러졌다. 입주 물량 영향을 받은 서초구는 0.21% 내렸다.
전세난의 원인으로는 실거주 의무화가 꼽힌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전세를 낀 매수는 사실상 막혔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높이기로 하면서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 유인도 커졌다.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통로 자체가 좁아진 셈이다.

매물 감소는 수치로 확인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4.8% 줄었다. 동대문구는 약 70%, 구로구는 59% 감소했다. 금천구와 중랑구도 절반 넘게 줄었다.
과거 전세난과는 양상이 다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집값 상승 기대가 낮아 매수 대신 전세를 택하는 수요가 몰렸다. 저금리 속에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한 것도 전세 공급을 줄였다. 문재인 정부 때는 2020년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대거 거둬들였다. 그래도 당시 계약한 세입자는 최소 4년 거주를 보장받았다. 지금은 매물 자체가 사라졌다.
강북권 상승 폭이 특히 컸다. 도봉구 전셋값은 문재인 정부 134주간 7.6% 올랐다. 최근 87주간은 13.5% 뛰었다. 더 짧은 기간에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성북구(16.7%), 노원구(16.6%), 광진구(14.8%)도 문재인 정부 때보다 상승 폭이 컸다.
송파구의 최근 87주간 상승률은 19.5%다. 박근혜 정부 135주간 누적 상승률(15.7%)마저 넘어섰다. 송파구에서는 작년 말부터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잠실르엘(1865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며 전셋값이 한때 눌렸다. 입주장 효과가 사라진 뒤 재건축 예정 단지의 이주 수요까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인접한 강동구도 17.9% 올랐다.
전세난은 매매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기존 보증금에 대출 등을 보태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서고 있다.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성북구의 올해 누적 매매가 상승률은 15.21%에 이른다. 강서구(12.24%), 구로구(12.07%), 노원구(11.86%), 강북구(10.46%)도 10%를 넘었다. 서울 전체 매매가는 이달 첫째 주 0.12% 올라 전주(0.09%)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전세 제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 대통령 발언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메가 트렌드라고 본다"고 답했다. 1인 가구 증가와 전세 사기 여파를 이유로 들었다. 홍 장관은 최근 집값 상승 원인으로 지난 3년간의 공급 부족을 지목했다. 연말에는 상승 폭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