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수시 시험 도중 처음으로 벌어진 일…시험장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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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수시 논술고사장에서 수험생 적발

연세대학교 2027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장에서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스마트 안경을 쓴 수험생이 감독관에게 붙잡혔다. 그동안 토익이나 국가자격시험 등에서 스마트 안경 부정행위가 적발된 적은 있었지만, 대학 입시 현장에서 실제 적발 사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교육 현장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전경 /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전경 / 연세대학교 홈페이지

■ "그냥 안경만 써도 집중 마크"…커뮤니티 글, 사실이었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글로 먼저 알려졌다. 자신을 연세대 수시 논술 감독위원이라고 소개한 A씨는 수험생들을 향해 스마트 글라스를 쓰고 시험장에 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A씨는 평범한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도 감독관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대상이라며, 실제로 부정행위자 한 명을 잡아냈다고 밝혔다.

이 글의 내용은 사실로 확인됐다. 12일 연세대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 서대문구 신촌캠퍼스에서 진행된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 시험 도중 감독관이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을 발견했다. 감독관은 그 자리에서 안경을 회수했고, 해당 수험생은 시험이 끝난 뒤 학교 측에 스마트 안경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연세대 논술전형은 288명을 뽑는 데 1만4452명이 몰려 50.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2026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나서고 있는 모습 / 뉴스1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2026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나서고 있는 모습 / 뉴스1

■ 감독관 6명이 안경 검사했는데…시험지 받고 안경 바꿔 써

감독관들은 시험이 시작되기 전 안경을 쓴 수험생들을 따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감독관들이 안경을 유난히 꼼꼼하게 살폈다거나, 여러 명의 감독관이 안경을 점검해 부담감이 느껴질 정도였다는 후기가 잇따라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도 부정행위 시도를 원천 차단하지는 못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해당 수험생이 시험지가 배부된 이후 스마트 안경으로 교체해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전 점검 때는 일반 안경을 쓰고 있다가 감독의 눈길이 느슨해진 틈을 타 기기를 바꿔 낀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측은 현재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는 수험생 유의사항을 통해 전자·통신기기 등 휴대 금지 물품을 소지한 사람은 불합격 처리할 수 있다고 미리 안내했다. 유의사항에 '스마트 안경'이라는 표현이 직접 들어가 있지는 않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전자·통신기기의 범주로 보고 반입을 금지해 왔다. 특히 이번 논술고사를 앞두고 진행한 감독관 사전교육에서도 스마트 안경을 각별히 주의하라는 내용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 안경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와 연동된 소형 카메라로 문제를 인식하고 답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스마트 안경 자료 사진 / 뉴스1
스마트 안경 자료 사진 / 뉴스1

■ 토익·자격증 이어 대입까지…"수학·과학이 더 위험"

스마트 안경 부정행위는 올해 들어 국내 각종 시험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난 5월 치러진 토익 정기시험에서는 스마트 안경을 쓴 응시자 2명이 적발돼 시험 무효 처리와 함께 4년간 응시 자격 제한 조치를 받았다. 같은 달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한 국가기술자격 시험에서도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들이 서울과 목포, 대전 등에서 잇따라 붙잡혀 경찰에 고발됐다.

사법 처리 사례도 나왔다. 소방설비기사 자격시험장에 스마트 안경을 몰래 들고 들어가 사용한 혐의를 받은 40대 응시자는 지난 7월 약식기소됐다. 스마트 안경 부정행위가 형사 절차로 이어진 국내 첫 사례다.

전문가들은 대학 논술고사가 특히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김윤환(44) 강사는 지난 8월 80만원대 스마트 안경을 쓰고 과거 연세대 논술 문항을 직접 풀어보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경각심을 일깨운 바 있다. 김 강사는 여러 대학이 비슷한 시기에 각자 시험을 치르는 논술고사 특성상 감독이 상대적으로 허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어나 사회 계열 논술은 아직 스마트 안경으로 답을 얻기 번거롭지만, 수학과 과학은 풀이가 비교적 정형화돼 있고 답이 숫자로 떨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수험생이 유혹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가 바로 수학 논술 시험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수시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 / 뉴스1
수시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 / 뉴스1

■ 교육부 "수능서 걸리면 내년까지 응시 못 한다"…해외선 사용 자체 막기도

교육 당국은 수능을 앞두고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마트 안경 같은 새로운 수단으로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올해 수능 자격을 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듬해 수능 응시 자격까지 빼앗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이 직접 AI 안경을 쓰고 수능 영어와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미 2027학년도 수능 시행세부계획에 스마트 안경을 반입 금지 물품으로 명시했다. 교육부는 스마트 안경 적발 요령을 담은 표준 매뉴얼과 시청각 교육자료를 제작해 시도교육청을 거쳐 각 학교에 안내할 계획이다. 다만 전파탐지기를 올해 수능 시험장에 바로 투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 장관은 현장 테스트 결과 고사장마다 환경과 여건이 달라 올해 적용은 쉽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은 대학과 학교에만 책임을 미룰 것이 아니라, 수험생이 스마트 안경을 소지할 경우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서약을 받는 등 보다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시험장을 넘어 일상 공간에서의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5일 학교와 병원, 쇼핑몰,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카메라가 달린 AI 안경 사용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사이 촬영이나 녹음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전문가 그룹을 꾸려 영구적인 규정을 마련할 때까지 임시로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담당 장관은 과거 소셜미디어가 급격히 확산할 당시 정책 대응이 늦었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트론헤임의 한 대학 학생회관은 이미 자체적으로 촬영 기능이 있는 스마트 안경 사용을 막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