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축구 대표팀 파벌 논란 속 SNS에 '이런 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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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노, K리그 누비며 정식 사령탑 의지 피력… 변수는 대표팀 내부 갈등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을 맡은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적극적인 '셀프 어필'과 K리그 현장 행보를 이어가며 정식 감독직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K리그1·2 가리지 않는 열정… 모레노 "더 높은 건물 짓고 싶다"

모레노 감독은 지난 12일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A매치 휴식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 배우고, 한국 축구를 가까이에서 알아가며 즐기고 있다"며 "다가와 인사를 건네주신 모든 팬분과 보내주신 따뜻한 애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글과 함께 국내 경기장을 찾은 사진을 게재했다.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전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전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실제로 모레노 감독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제주 SK의 K리그1 경기뿐 아니라 수원 삼성과 안산 그리너스가 맞붙은 수원월드컵경기장까지 직접 방문하는 등 K리그1과 K리그2를 가리지 않는 정성을 보였다.

모레노 감독의 이런 행보는 다음 달 A매치 소집을 앞두고 정식 사령탑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홍명보호가 참사를 겪은 후 대한축구협회는 K-축구 혁신위원회와의 논의를 거쳐 공개 채용 절차를 진행했고 모레노 감독을 다음 달 A매치 기간까지의 임시 사령탑으로 낙점한 바 있다.

지난 2일 울산 남구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 대한민국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교체를 지시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2일 울산 남구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 대한민국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교체를 지시하고 있다. / 뉴스1

단 6경기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모레노호는 최근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를 끝으로 9월과 10월 A매치 4연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모레노 감독은 베네수엘라전 이후 자신들의 팀 구축 과정을 "건물을 짓는 중"이라고 표현하며 현재 4경기를 치른 시점을 4층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6층짜리 건물은 너무 낮은 것 같다. 더 높은 건물을 짓고 싶다"고 말해 정식 사령탑 연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뉴스1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에도 모레노 감독은 "다음 나의 역할은 정보를 세밀히 분석하고 이성적으로 파악해 다음 소집을 준비하며 선수들을 관전하고 분석하는 것"이라며 "선수 이름값이나 소속팀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대표팀이 추구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는 활약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차기 소집에 대한 세밀한 구상을 밝혔다.

1996년생 라인 vs 고참 라인… 곪아 터진 대표팀 내분

그러나 모레노 감독의 의욕적인 지도 행보와 달리 대표팀 내부 실상은 심각한 세대 갈등과 파벌설로 얼룩져 있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과 이재성이 파라과이와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과 이재성이 파라과이와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갈등의 수면 위 표출은 베네수엘라전 도중 발생했다. 교체 아웃된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축구화를 벗어 던지는 행동을 보였고 이는 경기 결과에 대한 불만을 넘어 팀 내 갈등의 연쇄 반응으로 이어졌다.

이어진 우즈베키스탄전 이후에는 휴식 차원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김민재와 선발로 나선 황희찬(샬케04), 황인범(FC포르투) 등 1996년생 동갑내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따로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나아가 이들이 라커룸에서 일부 동료들에게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남겼다는 소식과 함께 축구협회 수뇌부와 심야 면담을 갖고 국가대표 은퇴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며 축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호주와의 8강전을 앞두고 있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희찬(왼쪽부터), 황인범, 김민재가 2024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호주와의 8강전을 앞두고 있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희찬(왼쪽부터), 황인범, 김민재가 2024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황인범은 이후 취재진 앞에서 "감독님이 결정할 문제"라며 "언제든지 내려놓을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해 일단 은퇴설을 일축했으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황인범이 베네수엘라전 이후 "대표팀 9년 차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해야 할 게 많다. 의문도 많고 문제점이 분명히 보이는데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고 발언한 대목은 손흥민이 주장을 맡아온 기간과 겹치면서 1996년생 라인과 손흥민·이재성(마인츠) 등으로 대표되는 1992년생 고참 라인 간의 갈등설에 기름을 부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불만이 아닌 기존 리더십 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과 수년간 축적된 선수들의 극심한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얽혀 터져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임시 사령탑으로서 단기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모레노 감독이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곪아 터진 내부 갈등을 완화하며 정식 사령탑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축구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