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옛, ‘96라인’ 은퇴설 파문 속 “손흥민 은퇴하면 후계자는…”

작성일

“손흥민은 한국의 신”… 포옛 감독이 전한 캡틴의 위상과 차세대 리더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원했던 거스 포옛 감독이 ‘캡틴’ 손흥민(34·LAFC)의 막강한 위상과 함께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 흐름을 진단했다. 포옛은 손흥민이 언젠가 태극마크를 내려놓게 된다면 빈자리를 채울 적임자로 이강인(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지목했다.

"한국에서 손흥민은 신… 은퇴 후엔 이강인이 뒤 이을 것"

미국 축구 전문 팟캐스트 ‘듀얼 내츠(Duel Nats)’는 지난 9일(한국시간) 포옛 감독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포옛은 인터뷰를 통해 "손흥민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이강인 선수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느낄 수 있다"면서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하게 된다면 이강인이 그 뒤를 이어 대표팀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손흥민이 전반 5분 프리킥 득점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손흥민이 전반 5분 프리킥 득점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2018년 기성용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손흥민은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표팀의 리더로서 팀을 다잡아 왔다. 특히 이번 9월과 10월 A매치 기간 중에는 개인 통산 59호 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 A매치 최다 득점 신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 축구 사정에 밝은 포옛 역시 손흥민이 지닌 압도적인 존재감과 위상을 높이 평가했다. 포옛은 "손흥민은 한국에서 '신'과 같은 존재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자국에서 받는 대우와 정확히 같다"며 "국가대표팀 경기가 다가와 손흥민이 한국 땅을 밟으면 현지 축구 관계자들이 그 옆에 있기 위해 하던 일을 멈출 정도"라고 전했다.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손흥민이 교체 후 필드를 나가며 모레노 감독의 격려를 받고 있다. / 뉴스1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손흥민이 교체 후 필드를 나가며 모레노 감독의 격려를 받고 있다. / 뉴스1

이어 "손흥민은 어디에 있든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한다"며 "만약 그가 경기 전날 도착해 선발로 나서지 않고 벤치에 앉아 있더라도 전반전 동안에만 TV 카메라가 벤치에 있는 그를 최소 5번은 비출 것이다. 그때마다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차게 된다"고 현장 분위기를 묘사했다.

세대교체 필연성… 포옛이 주목한 차세대 리더 이강인

엄청난 인기와 기량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태극마크를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운동선수의 숙명이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어느덧 만 34세에 접어들었다. 대표팀에서 영원히 뛸 수는 없는 만큼 한국 축구로서도 손흥민의 뒤를 이을 새로운 기둥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오세훈이 득점 후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오세훈이 득점 후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포옛은 이미 한국 축구 내부에서 세대교체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로 이강인을 꼽았다.

지난달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1-4로 패배한 대한민국 이강인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지난달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1-4로 패배한 대한민국 이강인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이강인은 어릴 적부터 천재 미드필더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여름 스페인 라리가의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등번호 7번을 달았고 구단의 전설적인 선수 앙투안 그리즈만의 후계자로 활약하며 아틀레티코 팬들이 선정한 9월 ‘이달의 선수’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기량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포옛은 손흥민의 은퇴 과정이 단기간에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믿기 힘들 정도다. 손흥민이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무게감 때문에 이행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음을 짚었다.

한국 대표팀 감독직 도전과 탈락, 그리고 MLS에서의 재회 가능성

포옛은 과거 한국 축구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관심을 보였으나 최종 선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감독상을 수상한 거스 포옛(전북 현대) 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감독상을 수상한 거스 포옛(전북 현대) 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2025시즌 K리그1 전북 현대를 이끌며 K리그1과 코리아컵 우승을 달성했던 포옛은 한국 축구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기를 희망했다. 전북 시절 그가 지도했던 제자들 역시 포옛의 선임을 예상하고 미리 축하 메시지를 보냈을 정도였으나 대한축구협회의 서류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면서 최종 후보 2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인터뷰에서 포옛은 “여름 동안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잘되지 않았다.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곳은 당연히 한국이었다. 내가 과거에 그곳에서 보낸 시간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비록 대표팀 감독직은 무산됐지만 포옛이 손흥민을 스승과 제자로 만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손흥민이 활약하고 있는 미국프로축구(MLS) LAFC의 차기 감독 후보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현재 LAFC는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을 경질한 뒤 임시 감독 체제로 팀을 운영 중이다.

포옛은 “가까운 미래에 MLS로 갈 기회가 생기길 정말 고대하고 있다. (지원자 명단에) 이름을 제출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성적 부진·내부 갈등… 손흥민과 대표팀이 직면한 과제

한편 포옛 감독의 평가와 별개로 현재 손흥민과 한국 축구 대표팀은 안팎으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김민재와 황인범이 지난 6월 멕시코 몬테레이 유니버시티 스타디움에서 남아공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김민재와 황인범이 지난 6월 멕시코 몬테레이 유니버시티 스타디움에서 남아공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대표팀은 최근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성적 부진 이후 스페인 출신의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로 전환했고 9월과 10월 A매치 4연전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 내부의 세대 간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갈등의 시작은 베네수엘라전 도중 교체 아웃된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행동이었다. 경기 후 축구화를 벗어 던진 그의 행동은 초기에는 경기 결과나 양상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됐으나 이후 대표팀 내부의 세대 간 갈등에서 비롯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휴식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은 김민재와 선발로 나선 황희찬(샬케04), 황인범(FC포르투) 등 1996년생 동갑내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따로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한 점과 라커룸에서 일부 동료들에게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파장은 더 커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일정을 마친 축구 국가대표팀 황희찬이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뉴스1
2026 북중미 월드컵 일정을 마친 축구 국가대표팀 황희찬이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뉴스1

황인범이 추후 취재진 앞에서 “감독님이 결정할 문제”라며 “언제든지 내려놓을 준비는 하고 있다”고 밝혀 은퇴설을 일축하긴 했으나 묘한 여운을 남겨 팬들과 여론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1996년생 라인과 손흥민, 이재성(마인츠) 등으로 대표되는 1992년생 고참 라인 사이의 깊어진 갈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황인범이 베네수엘라전 이후 “대표팀 9년 차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해야 할 게 많다. 의문도 많고 문제점이 분명히 보이는데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고 발언한 대목은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주장을 맡아온 기간과 맞아떨어지면서 파벌설에 불을 지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층과 1996년생 선수들 간의 면담을 통해 관련 사건은 우선 봉합됐으나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완벽히 해결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