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B “스테이블코인 위기 대응 미성숙”…규제 틀 갖춘 곳은 28개 관할권 중 11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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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B, G20 앞두고 스테이블코인 국경 간 위기관리 ‘미성숙’ 경고
28개 관할권 중 규제 틀 완성 11곳, AI 사이버 위협 대응 촉구도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된 가상자산)의 국경 간 위기 대응 체계가 여전히 허술하다고 경고했다. 국제 금융 감독기구인 FSB의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 의장은 10월 12일(현지시각)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앞으로 서한을 보내 관련 감독·위기관리 장치가 “미성숙하거나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인공지능(AI)의 금융 안정 리스크에 대한 당부도 함께 담겼다.
FSB는 서한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관련 보고서도 내놨다. 서한은 목요일로 예정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제출됐다.
서한 핵심: 국경 간 감독·위기관리 장치 ‘미성숙’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베일리 의장은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감독과 위기관리 메커니즘이 “remain immature or are not yet developed”, 즉 미성숙하거나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코인데스크가 전한 서한의 다른 대목에서는 문제의 구조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베일리 의장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체계는 본질적으로 국경을 넘나들지만 각국 규제는 서로 다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고, 이 분야의 국경 간 협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적었다.
FSB가 인용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 FSB 점검에서 조사 대상 28개 관할권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규제 틀을 마무리한 곳은 11곳이었다. 크립토 브리핑은 FSB가 2023년에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체계를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 권고안을 내놨다고 전했다. 규제 지형에 빈칸이 많다는 얘기다.
서한은 AI 문제도 함께 다뤘다. 베일리 의장은 G20 회원국에 FSB가 새로 확정한 ‘금융 부문의 책임 있는 AI 도입 관행’을 지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보고서가 짚은 위기 시나리오: 한 번도 시험받지 않았다
크립토 브리핑에 따르면 FSB는 10월 12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체계: 국경 간 취약성과 금융안정 모니터링’이라는 제목의 노트를 공개했다. 노트의 요지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위기관리 체계가 극심한 스트레스나 지급불능 상황에서 대체로 검증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코인데스크도 같은 취지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심각한 스트레스나 지급불능 상황에서 시험받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각국 규제 틀이 서로 다른 속도로 발전하는 탓에 발행사가 무너질 경우 보유자가 자금을 어떻게 돌려받을지도 불분명하다. FSB는 기존 규제·감독·위기관리 체계에서 상당한 공백을 발견했다.
코인텔레그래프가 소개한 보고서의 경고는 전통 금융시장 파급 경로에 맞춰져 있다. 스테이블코인 런(대규모 환매 요구)이 발생하면 준비자산의 강제 매각과 은행 예금 인출을 통해 전통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 금융과 무관한 가상자산 시장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다중 발행 구조 지목…서클 USDC·팍소스 달러도 사례로
보고서가 특히 문제 삼은 설계는 ‘다중 발행(multi-issuer)’ 구조다. 계열 법인들이 같은 토큰을 발행하되 각자 다른 관할권에 준비금을 두는 방식이다. FSB는 서클(Circle)의 USDC와 팍소스 글로벌 달러(Paxos Global Dollar)를 다중 발행 사례로 들었다.
이런 구조에서는 환매 수요가 한 발행사에 몰려도 준비금은 여러 법인에 흩어져 있을 수 있다. 한 발행사가 환매 요구를 감당하지 못하면 같은 토큰을 가진 모든 보유자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환매 수요가 한 발행사에 집중되는데 준비금은 다른 관할권에 있는 경우도 FSB는 위험으로 규정했다.
두 상품이 거론됐다고 해서 위법 혐의가 제기된 것은 아니다. 다만 국경 간 취약성 논의의 한복판에 이들 구조가 놓이게 됐다. 스테이블코인의 99%가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어 미국 밖 당국은 자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통화에 묶인 토큰, 직접 감독하지 못할 수 있는 발행사의 토큰을 관리해야 한다. 준비금이 시야 밖 관할권에 있으면 위기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정보 공유를 강조하는 이유다.
시장 규모와 FSB의 처방, 병행된 AI 경고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025년 초 약 2,060억 달러에서 3,060억 달러(약 410조 원, 1달러 1,342원 기준)로 늘었다. 2026년 중반 기준 시장 규모는 약 3,000억 달러로 집계되기도 했다. 자료마다 기준 시점에 따라 수치가 조금 다르다.
FSB는 대부분의 가치가 가상자산 시장 안팎을 오가는 데 쓰인다고 봤다. 또 다른 주요 용도는 신흥·개발도상국에서의 가치 저장 수단이며 결제 시스템으로서 실물경제에 통합된 정도는 미미하다. 장기적으로 국경 간 결제를 포함해 더 빠르고 저렴한 결제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 FSB의 설명이다.
FSB의 처방은 세 갈래다. 당국 간 국경 간 데이터 공유를 늘리고 2023년 권고안을 완전히 이행하며 스테이블코인 부실에 대비한 계획 수립 연구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FSB는 모니터링 강화와 스테이블코인 부실·파산 대비 계획도 요구했다.
AI 쪽에서는 FSB가 6월에 책임 있는 AI 도입을 위한 12개 관행을 제안했고, 이번 G20 회의를 앞두고 지침을 확정했다. 이 관행은 조직 전반의 거버넌스, AI 개발·배치, 사이버보안, 제3자 서비스 리스크를 포괄한다. 베일리 의장은 “AI는 금융기관의 신중한 관리와 함께 우리의 지속적인 면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그는 AI를 활용한 정교한 사이버 위협이 핵심 금융기관과 시장 인프라의 복원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비슷한 우려는 다른 곳에서도 나왔다. 2025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유럽연합 안팎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환매 리스크를 경고했다. 7월에는 유럽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AI 발전이 시장 변동성과 사이버 보안 위협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