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전 CFTC 대행 “양파·박스오피스 빼면 전부 상품”…새 법 없이 가상자산 규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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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전 CFTC 대행 위원장 “새 법 없이도 가상자산 규제 가능”
상품거래법 정의·개인 투자자 보호·토큰화 예금·토큰화 주식 전망 제시

캐럴라인 팜(Caroline Pham)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대행 위원장이 가상자산 규제를 위해 의회가 새 법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TOKEN2049 행사에서 나온 발언으로, 관련 내용은 10월 12일(현지시각) 보도됐다. 팜 전 대행 위원장은 상품거래법(Commodity Exchange Act)이 정한 상품의 범위가 워낙 넓어 CFTC 관할이 사실상 가상자산 대부분에 닿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가상자산 결제 기업 MoonPay에서 최고법무책임자 겸 최고관리책임자를 맡고 있다.
발언은 CFTC가 가상자산 규칙안을 내놓은 직후에 나왔다.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9월 의회에서 진전하지 못한 뒤 규제당국이 기존 법적 권한으로 움직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양파와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만 빼고 모두 상품
팜 전 대행 위원장이 근거로 든 것은 상품거래법의 상품 정의다. 이 법은 파생상품 계약으로 거래될 수 있는 재화·서비스·권리·금융 이익까지 폭넓게 상품으로 본다. 예외는 양파와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 두 가지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CFTC 공식 용어집도 이 두 가지가 상품의 법적 정의에서 제외된다고 밝히고 있다. 팜 전 대행 위원장은 이런 정의 덕분에 의회가 완전히 새로운 규제 체계를 만들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가상자산 시장과 신종 금융상품을 다룰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상품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CFTC가 모든 거래를 무제한으로 감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자산이 상품이더라도 그 자산을 둘러싼 모든 선물계약이 CFTC 규제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권한은 거래가 파생상품인지, 사기나 시장 조작과 관련됐는지, 레버리지를 쓰는 개인 대상 거래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투자 관련 사기처럼 다른 규제 영역이 소비자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팜 전 대행 위원장은 CFTC의 원칙 중심(principles-based) 규제 체계가 법 제정 당시 존재하지 않던 상품까지 수용하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 인공지능(AI) 컴퓨팅 자원을 들었다. 금융사들이 컴퓨팅 수요에 연동된 파생상품을 만들 수 있고 이런 상품도 상품마다 별도 입법 없이 기존 틀에서 다룰 수 있다는 논리다.

10월 5일 규칙안, 개인 투자자 보호 장치 될까
CFTC는 10월 5일 레버리지·증거금·금융 지원이 붙는 개인 대상 가상자산 거래를 다루는 규칙 제정 사전 공고를 냈다. 이름은 ‘가상자산 거래 규정’과 ‘가상자산 시장 규정’이다. 상품거래법 2항이 적용되는 거래가 대상이다. 세부 요건을 정하기 전에 공개 의견을 먼저 받는 단계이며, 내용은 바뀔 수 있다.
마이클 셀릭 현 CFTC 위원장이 설명한 구조에 따르면 적격 가상자산 사업자는 등록된 거래 플랫폼을 통해 연방 감독을 받을 수 있다. 개인 대상 특정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만 제공하는 업체는 새로운 지정계약시장 범주에 신청할 수 있다. 이미 CFTC 규제를 받는 거래소는 맞춤형 규칙 아래에서 해당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일부 주(州) 단위 면허를 대체할 연방 차원의 선택지를 마련하려는 구상이다.
셀릭 위원장은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에 CFTC 등록을 의무화하려면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반면 기존 법으로도 특정 개인 대상 거래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연방 등록 선택지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의회가 하는 일과 규제당국이 현행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의 경계를 구분하는 입장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셀릭 위원장이 FTX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의회 없이 가상자산을 규제하겠다고 했다는 게시물도 10월 9일 공유됐다.
팜 전 대행 위원장은 이 접근을 환영했다. 이 틀이 미국 개인 가상자산 투자자가 받아야 할 “바로 그런 종류의 보호”라는 것이다. 주마다 다른 요건에 따른 거래 방식보다 제대로 감독받는 시장에 접근하는 편이 고객에게 이득이라는 논리도 폈다. 그는 이번 규칙안이 CFTC 등록 거래소를 통한 현물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고 봤고, 2010년 도드-프랭크법으로 일부 레버리지 개인 상품 거래가 연방 요건 아래 들어온 점을 법적 근거로 짚었다.
팜이 던진 질문: 스테이블코인만으로 도매 결제가 될까
팜 전 대행 위원장은 스테이블코인만으로 금융기관 간 도매 결제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하루 동안의 금융시장 거래를 블록체인에서 실시간으로 모두 정산하려면 현금이 약 15조 달러 필요하다는 추산을 내놨다. 공식 요건이 아니라 그의 추정치다. 대규모 기관 거래에서는 서로의 청구와 채무를 먼저 상계하고 차액만 결제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논리에서 토큰화 예금이 힘을 얻는다. 은행 예금을 토큰 형태로 옮긴 것으로, 기관 입장에서는 기존 은행 관계와 차액결제 관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팜 전 대행 위원장은 토큰화 예금이 기관 금융 거래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거래 상대방끼리 서로 신뢰하기 어렵거나 자산과 대금을 동시에 주고받아야 할 때는 스테이블코인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팜 전 대행 위원장이 몸담은 MoonPay는 6월 기관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접근과 디지털자산 결제를 지원하는 ‘MoonPay Trade’를 내놨다.
토큰화 주식은 2028년경, NFT도 규제 불확실성 걷히면
팜 전 대행 위원장은 토큰화 주식 시장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서 실제 주식에 기반한 토큰화 증권의 의미 있는 거래가 2028년경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한 보도는 이를 향후 2년 이내로 전했다. 발행사 승인 없이 만들어진 합성 토큰과 달리 정식 토큰화 주식은 의결권 같은 주주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움직임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9월 자격을 갖춘 토큰화 주식 거래 장소에 조건부 임시 면제를 줬다. 나스닥은 크라켄 모회사 Payward와 2027년 2분기를 목표로 주식 토큰을 준비하고 있다. ICE와 OKX가 승인을 추진하는 사업은 NYSE 상장 기업 63곳의 주식을 다룬다. 두 사업 모두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NFT 시장도 언급했다. 멤버십과 로열티 프로그램, 고객 보상에 쓰이는 토큰이 규제가 명확해지면 다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내용은 전망일 뿐 확정된 출시 계획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