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유학으로 같이 호주 갔다 혼외자 출산한 여자입니다, 남편이 이혼을 안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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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내가 먼저 이혼 청구 불가능하냐”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참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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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영어 조기교육을 위해 호주로 출국한 뒤 현지에서 외도해 혼외자를 출산한 여성 A 씨가 10년째 이혼을 거부하는 남편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유책배우자 신분인 A 씨는 장기간의 별거와 자녀의 성년 도달을 근거로 이혼 청구 가능 여부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A 씨는 최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이 같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A 씨에 따르면 그와 남편은 과거 동물병원에서 처음 대면했다.

페이닥터로 근무하던 A 씨의 병원에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반려견을 동반한 남편이 잦은 방문을 하며 연인으로 발전해 혼인에 이르렀고, 이후 두 딸을 출산했다.

부부는 성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A 씨는 "저는 상대방이 고민을 말하면 위로보다는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법부터 찾는 편이었고, 남편은 이성적인 판단보다 공감과 위로가 먼저인 사람이었다. 그래도 남편의 다정다감한 성격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혼인 생활은 자녀 교육 문제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자녀들의 영어 조기교육에 관심이 컸던 A 씨는 유학을 제안했다. 남편은 영어 교육에는 동의했으나 기러기 아빠가 되는 상황은 기피했다.

두 사람은 이견으로 잦은 다툼을 벌였고, 자녀를 위해 2~3년만 인내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A 씨는 두 딸과 함께 호주로 떠났다. 물리적 거리에 비례해 부부의 정서적 거리는 멀어졌고 잦은 부부싸움이 반복됐다.

호주 체류 중 A 씨는 현지에서 만난 제삼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혼외자를 출산했다. 아내의 외도와 출산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남편은 크게 분노하며 부부의 신뢰는 완전히 파탄 났다.

수년 뒤 귀국한 A 씨는 남편에게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으나 전면 거부당했다. A 씨가 남편의 집 앞까지 찾아갔으나 남편의 경찰 신고로 접근 금지 처분과 주거침입죄에 따른 벌금형이 부과됐다.

벌금형 부과 이후 5년이 경과해 부부의 실질적 별거 기간은 10년에 도달했고, 두 딸은 성년이 됐다. 혼인 관계를 정리하려는 A 씨와 달리 남편은 이혼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A 씨는 "혼인 관계가 파탄된 원인이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는 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 아이까지 낳았다. 10년 가까이 남남으로 지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가 먼저 이혼을 청구하는 건 정말 법적으로 불가능한가. 그리고 그동안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했는데 부양료와 과거 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냐"라고 물었다.

사연을 접한 김수진 변호사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큰 유책배우자는 원칙적으로 먼저 이혼을 청구하기 어렵다. 다만 장기간 별거가 이어졌고 자녀도 모두 성년이 됐으며 상대방 역시 실질적으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유책배우자라고 하더라도 혼인 중 함께 형성한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부양료와 과거 양육비 역시 청구권 자체는 인정된다. 자녀 양육 의무는 부모의 잘못과 별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에 대해서만 청구할 수 있고, 혼인 파탄의 경위가 참작돼 법원에서 인정하는 금액은 제한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에 대해 사법부는 여전히 엄격한 '유책주의' 법리를 고수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축출 이혼을 방지하기 위해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된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대 배우자에게 오직 오기나 보복적 감정만 남아 이혼을 거부할 뿐 실질적인 혼인 계속 의사가 없는 경우, 혹은 장기간의 별거로 유책성이 무의미해진 상황 등에 한해 극히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적용해 이혼을 인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도 다변화에 따른 분쟁 속에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보호하기 위한 양육비 지급 의무는 한층 확고해지는 추세다.

서울가정법원이 공표해 실무 기준으로 적용 중인 양육비 산정 기준표에 따르면 부모 중 한쪽에 혼인 파탄의 귀책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비양육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비 지급 의무를 소멸시키지 않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은 자녀에게 이혼 전과 동일한 수준의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본다"며 "비양육자에게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이나 부모 간의 갈등 등 제한적인 사정이 있더라도 소득이 없는 부모까지 최소한의 양육비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확립된 사법 기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