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감독, 이 정도면 취업사기”…손흥민・이강인・김민재 한국축구 현상황, 정말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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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노호, 임시 감독 체제 넘어서 정식 부임까지 매끄럽게 갈 수 있을까

스페인 출신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로 출발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9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 이어진 A매치 4연전을 2승 1무 1패로 마무리했다. 성적표만 놓고 보면 낙제점은 아니다. 문제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이다. 에콰도르를 3-0으로 꺾은 개막전을 빼면 한국은 어느 경기에서도 상대를 확실하게 누르지 못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주전급 선수들의 공개 발언이 잇따르며 팀 분위기까지 흔들렸다. 모레노 감독은 부임 직후 전술과 라커룸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떠안았다. 일각에서는 "모레노 감독 이 정도면 취업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뼈가 있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 뉴스1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 뉴스1

첫 경기 3골 뒤 내리막, 4-4-2의 한계

한국은 에콰도르(3-0 승), 우루과이(1-4 패), 베네수엘라(0-0 무), 우즈베키스탄(2-0 승)을 차례로 만나 6골을 넣고 4골을 허용했다. 득점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에콰도르전 이후 경기력은 오히려 후퇴했다. 시차 적응이 안 된 채 입국한 에콰도르를 상대로 손흥민(LAFC)과 오현규(베식타시)를 투톱에 세운 4-4-2가 먹혔을 뿐이다.

이후 약점이 드러난 곳은 중원이다. 중앙 미드필더를 두 명만 배치하는 구조에서 한국은 허리 싸움의 수적 열세를 반복적으로 겪었다. 후방에서 시작한 패스는 속도가 붙지 않았고, 전방으로 연결되지 못한 공이 다시 골키퍼 쪽으로 돌아오는 ‘U자형 빌드업'이 되풀이됐다. 패스 길이 막히는 순간 수비 라인은 상대 역습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루과이에 4골을 내줬고, FIFA 랭킹 48위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는 슈팅 수가 7개 대 12개로 밀렸다. 승리한 우즈베키스탄전 역시 점유율 46%대 54%, 슈팅 10개 대 12개로 열세였다. 한국이 32년간 우즈베키스탄에 진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를 주도하지 못한 사실 자체가 눈길을 끈다. 후반 골키퍼 조현우(울산)의 연이은 선방이 없었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실험을 예고했지만 선발은 '기존 멤버'

모레노 감독은 소집 명단을 발표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김민수(레인저스), 김봉수(대전), 정승원, 구성윤(이상 서울), 오세훈(시미즈) 등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거나 오랜 기간 부름을 받지 못한 선수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그러나 실전에서 꺼낸 선발 라인업은 홍명보 전 감독 체제에서 기용되던 선수들 위주였다. 포메이션이 4-4-2로 바뀐 점을 빼면 2026 북중미 월드컵 당시와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모레노 감독과 선수들. / 뉴스1
모레노 감독과 선수들. / 뉴스1

이에 대한 모레노 감독의 해명은 건물 짓기 비유로 요약된다. 자신의 축구 철학을 팀에 입히는 단계이며, 한 층씩 쌓아 올리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6경기를 6층 건물에 빗댄 질문에는 "한국에서 6층은 너무 낮은 건물"이라며 웃음으로 받았다. 한 경기가 잘되든 안되든 건물 전체를 허물고 다시 짓는 방식은 지양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김민재의 직격, 황인범의 눈물...그리고 불거진 '손흥민 왕따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이재성, 황인범 등 그 어느 때보다 '황금세대'를 자랑하는 한국 축구지만, 그라운드 안팎의 소음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전 도중 교체된 김민재(뮌헨)는 벤치에 앉자마자 벗은 축구화를 집어 던졌다.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는 "오늘은 수비 선수들이 불쌍했다"고 말했고, 팀 수준을 올리려면 모든 선수가 "머리를 처박고"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진의 수비 가담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혔다.

황인범(포르투)의 발언은 결이 달랐다. 믹스트존에서 "도움을 주실 분이 안 계신다"고 입을 뗀 그는 문제점이 분명히 보이는데도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나설 사람조차 없다고 털어놨다. 인터뷰 도중 울먹이기도 했다. 한국 선수가 팀 내부 문제를 바깥을 향해 직접 언급하는 일은 흔치 않다.

김민재와 모레노 감독. / 뉴스1
김민재와 모레노 감독. / 뉴스1

우즈베키스탄전 뒤에는 한층 민감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샬케) 등 1996년생 ‘96라인'이 대표팀 생활을 일단락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팀 내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온 이들이 동료와 대한축구협회 측에 그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해졌다. 손흥민이 9년째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는 점이 이 사안을 더 예민하게 만든다. 이런 가운데 96라인과 이강인 등이 주축이 돼 주장 손흥민을 배척시키려고 한다는 '왕따설' 의혹까지 불거져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혹에 불가하다. 협회 측의 정확한 설명이나 확인은 아직 없는 상태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경기와 믹스트존 인터뷰가 끝난 뒤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을 붙잡고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세 선수가 경기장을 나선 시각은 자정을 넘긴 뒤였고, 경기 종료 후 두 시간 넘게 흐른 시점이었다. 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황인범은 웃으며 "아니요, 아니요"라고 답하고 자리를 떴다. 다만 협회 관계자는 상황을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를 휴화산"이라고 표현했다. 봉합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모레노가 내놓은 처방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모레노 감독은 선수단을 향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냈다. 어느 선수도 팀보다 위대하지 않으며, 개인의 성과와 목표는 팀의 성과와 목표 뒤에 놓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가 생기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 풀고, 내부에서 일어난 일은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외부 발언이 이어진 상황에서 사실상 단속에 나선 것.

손흥민과 모레노 감독. / 뉴스1
손흥민과 모레노 감독. / 뉴스1

선수 선발 기준에 대해서는 경쟁을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 중 눈여겨보는 자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표팀은 항상 열려 있다"고 답했고, 코치진 분석과 현장 관전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어느 선수도 자기 포지션에서 확실한 주전이라고 안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구상이다. 4-4-2의 활동량 때문에 불만이 나왔다는 지적에는 선수 특성에 맞춘 시스템을 만드는 중이라면서도 상대와 변수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이강인이 전반을 마치고 발목 불편을 호소해 교체를 요청한 것도 계획에 없던 변수로 꼽았다.

훈련은 이틀, 외박은 반복…소집 일정의 빈틈

경기력 부진을 일정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만, 소집 운영에는 의문이 남는다. 약 4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골키퍼 구성윤(서울)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31라운드 제주SK전(2-1 승) 뒤 믹스트존에서 소집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경기가 끝나면 외박을 나가는 일정이 반복됐고 "훈련할 시간도 이틀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집 전체의 훈련 횟수가 이틀이었다는 뜻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선수가 체감한 일정이 그만큼 빠듯했다는 증언이다.

모레노 감독도 비슷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베네수엘라전 뒤 “3경기를 하는 동안 6번 훈련했다. 이상적인 환경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소집 기간이 3주로 길었어도 경기 간격이 짧으면 회복과 다음 상대 준비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고, 외박 뒤 복귀 일정까지 겹치면 선수단 전원이 모여 전술을 다듬을 시간은 더 줄어든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모레노 감독은 선수들의 잦은 외박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다만 누가 어떤 판단으로 일정을 짰는지, 외박이 부진의 원인이었는지는 현재 공개된 발언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생각에 잠긴 모레노 감독. / 뉴스1
생각에 잠긴 모레노 감독. / 뉴스1

선수들끼리 속을 터놓을 기회도 적었다. 구성윤은 삼삼오오 모이는 경우는 있었어도 단체로 경기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고 전했다. 식사나 훈련 뒤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더라도 주제는 대개 축구 밖의 일이었다. 4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처음이었고 선수들이 지쳐 있어 가벼운 이야기를 주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리더 아래에서 막내들을 챙기는 중간 역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후배가 선배에게 요구 사항을 편하게 말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구성윤은 최근 불거진 내부 갈등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고, 관련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고 밝혔다.

11월 중동 2연전이 시험대, 계약 연장은 변수 투성이

모레노 감독의 현 계약은 11월 27일까지다. 9월부터 11월까지 6차례 A매치를 지휘한 뒤 평가를 거쳐 2027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다. 중동 원정으로 치를 가능성이 큰 11월 2연전이 정식 감독 승격 여부를 가르는 무대다. 모레노 감독은 국내에서 코치진과 4연전 내용을 복기하고 K리그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살필 계획이다.

변수는 협회 쪽에만 있지 않다. 모레노 감독은 부임 때부터 정식 감독 전환 가능성에 말을 아꼈다. 한국 대표팀을 오래전부터 맡고 싶었다고 밝히면서도 장기 거취는 우선 주어진 6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협회가 좋은 평가를 내려 아시안컵까지 연장을 제안해도 모레노 측이 받아들인다고 단정할 수 없다. 협회가 회장 선거와 개혁 문제, FIFA의 '제3자 개입' 검토 등으로 행정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아시안컵까지 두 달 남짓만 더 맡는 단기 연장인지, 이후까지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인지도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이 계약 연장을 거부하겠다고 공식 언급한 적은 없다. 현재는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수준이며, 11월 2연전 이후 협회의 평가와 감독의 의사가 모두 맞아야 동행이 이어진다.

모레노 감독과 이강인. / 뉴스1
모레노 감독과 이강인. / 뉴스1

FIFA 랭킹 32위 유지, 4위 자리도 그대로

FIFA가 지난 7일 공식 업데이트한 남자 세계랭킹에서 한국은 7월 발표와 같은 32위를 지켰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로 탈락한 뒤 한국은 2021년 12월(33위) 이후 4년 7개월 만에 30위 밖으로 내려앉은 바 있다. 이번 랭킹은 9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 치른 A매치 성적을 반영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에서는 일본(17위), 이란(23위), 호주(26위)에 이은 4위다. 세계 1위는 북중미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이 지켰고, 아르헨티나, 프랑스, 잉글랜드가 2~4위에 머물렀다. 주축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표팀에서 스스로 중도 하차한 뒤에도 2연승을 거두며 UEFA 네이션스리그 조별리그 4전 전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은 두 계단 올라 5위가 됐다. 5위였던 브라질은 6위로 내려갔다. 다음 공식 랭킹은 11월 9~17일 A매치 기간 결과를 반영해 11월 18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