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을 만나러 고양이들이 찾아왔다…김주성 개인전 ‘나는 고양이를 본다’

작성일

김주성 초대 개인전 「나는 고양이를 본다(I SEE CATS)」개최
함께 산 고양이부터 길고양이까지 총 45점…일부 소아병동에 기증

긴 기다림이 이어지는 병원에 고양이를 담은 특별한 그림 전시가 찾아온다.

한양대학교 창원한마음병원은 오는 10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김주성 작가의 초대 개인전 「나는 고양이를 본다(I SEE CATS)」를 개최한다. 작가가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지켜본 고양이들을 담은 회화 45점이 병원 1층 로비 특별전시실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소아과에서 치료받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작가의 뜻에서 시작됐다. 전시 작품 일부는 소아병동에 기증된다.

반려묘가 열어준 화가로서의 길

김주성 작가의 화가 이력은 조금 특별하다. 그는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공예를 전공한 뒤 연세대학교에서 식품생물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성대학교 국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음식과 책, 생활문화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와 집필 활동을 이어 왔고 세 권의 저서를 펴냈다.

‘아롱이(Arongi)’, 2019
‘아롱이(Arongi)’, 2019

그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는 함께 지낸 흰 고양이 ‘아롱이’였다. 전시의 첫 작품 역시 2019년 색연필과 아크릴로 완성한 「아롱이」다.

김주성 작가는 “이 아이는 내가 다시 그림을 시작하게 만든 존재였다. 나는 아직도 그 아이의 눈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주성 작가에게 고양이는 반려동물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존재다. 그는 “고양이는 사람과 닮아 있다. 저마다의 독립심과 기분이 있고, 자유롭게 마음을 표현하며 다가올 때와 물러날 때를 안다”며 “조심스레 다가왔다가 어느새 멀어지는 몸짓 속에서 나는 사람의 마음을 본다”고 밝혔다.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한 뒤에는 고양이에 관한 책도 찾아 읽었다. 그 과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던 고양이의 독립심과 호기심, 놀이, 잠, 영역 본능, 관계 등의 특성을 열두 점의 작은 그림으로 묶은 작품이 연작 「ABOUT CATS」다. 작가는 이를 두고 “내가 이해한 고양이의 사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집에서 길로, 다시 숲으로… 세 갈래로 이어지는 전시

이번 전시는 ‘집(HOME)’, ‘길(STREET)’, ‘자연(NATURE)’ 세 갈래로 구성된다. 사람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고양이에서 길 위에서 스스로 삶을 이어가는 고양이, 다시 자연 속 고양이로 시선이 확장된다.

‘쥴리엣(Jeliet)’, 2023
‘쥴리엣(Jeliet)’, 2023

‘집’에는 작가와 함께 살아온 반려묘들이 등장한다. 푸른 눈으로 관람객을 올려다보는 「줄리엣」, 꽃 그늘 아래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지은 「건들지 마」, 이집트풍 목걸이를 두른 스핑크스 고양이 「여왕 폐하」 등 각기 다른 표정과 개성을 지녔다.

‘희노애락(Joy, Anger, Sorrow&Delight)’, 2025
‘희노애락(Joy, Anger, Sorrow&Delight)’, 2025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을 다섯 점의 그림에 나눠 담은 「희로애락」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에게도 슬픔과 기쁨, 분노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먼저 떠난 고양이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Memory Ⅰ | 구름 속에서」와 「Memory Ⅱ | 다시 만나는 날」에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한 이들이 공감할 만한 감정이 담겨 있다.

‘자동차 위의 고양이(Cat on the Car)’, 2026
‘자동차 위의 고양이(Cat on the Car)’, 2026

‘길’에서는 거리에서 만난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계단 위에서, 벤치 위에서, 자동차 보닛 위에서 잠시 쉬어 가는 고양이들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들을 보호받지 못하는 가엾은 존재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그린다. 같은 고양이의 젊은 시절과 나이 든 모습을 각각 담은 「Young Blue」와 「Old Blue」는 길 위에서 흘러간 시간을 보여준다.

“고양이의 행복은 안전한 집 안에만 있을까?”

전시의 마지막 갈래인 ‘자연’은 작가가 오랫동안 돌본 한 마리 길고양이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흰둥이(Heendungi)’, 2026
‘흰둥이(Heendungi)’, 2026

작가는 전쟁기념관 풀밭에서 만난 고양이를 흰둥이라고 불렀다. 흰둥이는 세 차례 새끼를 낳았고, 작가는 그때마다 생선뼈를 뽀얗게 끓여 가져다주었다. 추운 겨울이면 뜨거운 물을 담은 병을 안고 찾아가기도 했다.

흰둥이로 인해 작가가 고양이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는 “나는 오랫동안 집고양이만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흰둥이를 보며 처음으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고양이에게 행복은 안전한 집 안에만 있는 걸까. 이 아이는 들판과 비바람 속에서 가족을 이루고 계절을 살아내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흰둥이는 3년 전부터 자취를 감췄다. 작가는 “아직도 가끔 뒤돌아보며 내게 인사하던 흰둥이의 눈빛을 기억한다”고 했다.

‘야생고양이(Wild Cats)’, 2026
‘야생고양이(Wild Cats)’, 2026

흰둥이의 기억은 숲 연작으로 이어진다. 꽃과 풀이 가득한 밤의 숲에서 흰 고양이 가족이 저녁 한때를 보내는 「FOREST Ⅱ | 흰둥이」, 푸른 달빛 아래 고양이 형제들이 몸을 맞댄 「FOREST Ⅲ | 밤숲 고양이 형제들」, 어미와 새끼가 어둠 속에서 관람객을 바라보는 「야생고양이」 등이 전시된다.

작가는 “엄마는 지키고 새끼는 배워간다”며 “이 그림은 야생의 생명에 대한 나의 존중”이라고 설명했다.

「FOREST Ⅰ | 창원의 숲」은 전시가 열리는 창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를 “창원에 내려와 보낸 시간의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벚꽃과 메타세쿼이아, 철새가 머물다 가는 풍경 속에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고양이의 모습을 담았다.

반려묘 217만 마리 시대…고양이가 건네는 위로

병원 로비에 고양이 그림이 걸리는 모습은 달라진 가족의 풍경과도 맞닿아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반려가구는 591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6.7%에 이른다. 반려견은 546만 마리로 조사 이래 처음 감소한 반면, 반려묘는 217만 마리로 한 해 사이 18만 마리, 9.2% 늘었다.

집 안의 반려묘와 골목의 길고양이, 숲속 고양이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어떤 거리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작가가 고양이에게 끌린 이유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는 “고양이는 쌀쌀하고 독립적이면서도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고 위로를 건넨다. 그런 매력이 나를 끌어당겼다”고 말했다.

치료의 공간에서 치유의 공간으로

병원에 예술 작품을 들이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사무소는 2019년 3,000편이 넘는 연구를 검토한 보고서를 통해 예술 활동이 건강 증진과 질환의 관리 및 치료 과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예술 활동이 아동의 발달과 질환을 앓는 환자의 돌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전시는 여기에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작가는 전시 작품 일부를 소아병동에 기증해 치료받는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그림을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작가는 “이 전시가 병원을 오가는 이들에게 잠시 머물 수 있는 뜻깊은 만남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창원한마음병원 전경 / 연합뉴스
창원한마음병원 전경 / 연합뉴스

김주성 초대 개인전 「나는 고양이를 본다(I SEE CATS)」는 오는 10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한양대학교 창원한마음병원 1층 로비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