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사람 8명 내보내고 AI 20명 투입…회사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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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차 디자이너는 목수로 전직…AI 영상 본 현직 PD도 '충격'
한국·중국·일본 현장 취재…인공지능이 바꾸는 일자리의 미래
직원 12명이 일하던 회사에 이제 사람은 4명만 남았다. 나머지 빈자리는 이름까지 붙은 20명의 인공지능(AI) 직원이 채웠다. 10년 동안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30대 남성은 AI가 자신의 작업을 순식간에 재현하는 모습을 보고 목수로 전직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13일 방송되는 MBC ‘PD수첩’ 1525회에서는 특집 2부작 ‘AI 딜레마’의 첫 번째 이야기인 ‘일자리 종말론’을 선보인다. 제작진은 4개월 동안 심층 취재를 진행하며 약 1000만 건의 구직 이력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았다. AI가 개인의 직업과 기업의 고용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고, 일자리의 미래를 둘러싼 질문을 던진다.
10년 차 디자이너가 목수로…AI 때문에 직업 바꾼 사연

제작진이 찾은 한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는 30대 남성 이종선 씨가 마감재를 자르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남짓 된 신입 목수인 그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0년 경력의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오랫동안 자신만의 디자인 스타일을 만들어왔고 실력에도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AI가 자신의 디자인과 닮은 결과물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모습을 목격한 뒤 직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전혀 다른 분야인 목수 일을 시작했다.
AI의 발전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이씨뿐만이 아니었다. 제작진이 만난 번역가와 개발자, 성우, 모션그래픽 분야 취업준비생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직업과 경력은 달랐지만 공통적인 질문은 하나였다. 앞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AI가 대신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20대 직장인 최지현(가명) 씨는 올해 회사로부터 갑작스러운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회사가 설명한 퇴사 사유는 경영 악화였다. 그러나 최씨가 퇴사 과정에서 넘긴 인수인계 목록에는 자신이 맡았던 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AI 프롬프트도 포함돼 있었다. 프롬프트는 AI에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입력하는 명령어다. 제작진과 인터뷰하던 최씨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21명이 밤새 만든 영상…AI 결과물 본 ‘심야괴담회’ PD 반응

그렇다면 AI는 실제 방송 제작 현장에서 사람의 업무를 어느 정도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 ‘PD수첩’ 제작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특별한 실험을 진행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심야괴담회’의 한 장면을 AI로 다시 제작해 보기로 한 것이다. 원래 해당 장면은 제작진 21명이 참여해 13시간 동안 촬영하고 밤샘 편집까지 거쳐 완성한 영상이었다.
실험 결과물을 확인한 사람은 ‘심야괴담회’를 총괄하는 임채원 PD였다. 임 PD는 2년 전 방송에 AI 영상을 활용하려다가 시청자들로부터 화면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당시에는 AI 영상이 실제 촬영물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웠지만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이번에 새롭게 제작된 AI 영상을 본 임 PD는 "솔직한 심정으로… 좀 무섭네요"라고 털어놨다. 방송에서는 실제 제작진이 만든 영상과 AI가 구현한 결과물을 비교하며 영상 제작 현장에 불어닥친 변화를 보여준다.
직원 12명에서 4명으로…24시간 일하는 AI 직원 20명

AI가 가져온 변화는 기업의 운영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혼자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가영 씨에게 AI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과거에는 상품 홍보용 룩북을 제작하기 위해 모델과 스튜디오를 섭외해야 했지만 이제는 휴대전화 카메라와 AI만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기존에 약 500만 원이 들던 제작비도 30만 원대로 줄었다. 작업에 필요한 시간까지 단축되면서 어린 자녀와 함께할 여유도 생겼다.
반면 AI 도입으로 실제 인력이 크게 줄어든 기업도 있다. 한 브랜드 마케팅 스타트업은 AI 중심으로 업무 방식을 전환하면서 직원 수를 기존 12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사람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회사는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부족한 인력을 대신하는 것은 이름까지 부여받은 20명의 AI 직원이다.
이 AI 직원들은 단순히 질문에 답하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일정을 정리하고 메신저로 소통한다. 사람이 퇴근한 뒤에도 업무를 이어가며 24시간 작동한다. 해당 업체 대표는 경영자 입장에서 사람이 수행하는 업무를 AI로 대체할 수 있는지 계속 비교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의 변화가 실제 고용 규모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옷 개고 택배 상자까지 개봉…중국서 등장한 ‘일하는 로봇’

AI의 영향력은 이제 컴퓨터 화면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작진은 물리적인 환경에서 직접 움직이며 작업하는 이른바 '피지컬 AI'의 발전상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을 찾았다. 지난 7월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와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휴머노이드로봇대회에서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로봇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로봇 전시회에서 주목받던 것은 춤을 추거나 높이 뛰어오르는 퍼포먼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제 노동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로봇들이 등장했다. 로봇은 옷을 개고 매대에 상품을 진열하는가 하면 커터칼을 사용해 택배 상자의 테이프를 정교하게 잘라냈다. 사람의 움직임을 흉내 내는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자사 AI 로봇의 작업 능력이 아직 사람의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람은 일반적으로 하루 8시간 일하는 반면 로봇은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별 작업 능력이 사람보다 떨어지더라도 장시간 가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로봇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산업 현장을 통해 AI와 로봇이 미래 노동시장에 가져올 변화를 살펴본다.
AI가 일자리 빼앗을까…머스크와 젠슨 황의 엇갈린 전망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두고 세계적인 기술 기업 경영자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일자리도 필요가 없어지는 시점이 올 겁니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정반대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기업은 사람을 더 뽑는 경향이 있습니다"라며 다른 견해를 내놨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과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어 고용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맞서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도 AI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확산 속도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평가됐다.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일부 직종에서는 고용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약 200년 전 산업혁명 당시 기계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방적기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졌다. 그리고 오늘날 AI의 등장으로 비슷한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 시대, 기술 발전으로 창출되는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방송은 AI 시대의 일자리 변화가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본다.
MBC ‘PD수첩’ 특집 2부작 ‘AI 딜레마’ 1부 ‘일자리 종말론’은 13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