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대기업 사표 내고 고향으로…딸이 지은 ‘동화 속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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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비학산 자락에 지은 북유럽풍 집…모녀 3대 위한 특별한 설계
초고속 승진하던 패션 디자이너도 귀향…1600평 농장의 변신

해외 유학을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해 승승장구하던 딸이 돌연 사표를 내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0년 넘게 건축 시공 일을 해온 엄마와 함께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집을 지었다. 서울에서 잘나가던 패션 디자이너 역시 화려한 직장 생활을 내려놓고 농부가 됐다. 남들이 부러워하던 성공 대신 고향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은 두 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13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에서는 도시에서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두 여성이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특별한 집을 소개한다. 경북 포항 비학산 자락의 북유럽풍 주택과 경기 여주의 1600평 농장에 자리한 단층집을 통해 가족을 향한 사랑과 인생의 새로운 선택이 담긴 공간을 살펴본다.

대기업 사표 내고 고향으로…엄마와 함께 지은 동화 속 집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경상북도 포항시 비학산 자락에는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독특한 주택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경사가 가파른 지붕과 붉은 벽돌 담장이 어우러져 마치 북유럽 동화 속에 등장할 법한 모습이다. 이 집을 지은 주인공은 딸 연지 씨와 엄마 채현 씨다. 연지 씨는 해외 유학을 거쳐 대기업에 입사할 정도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오랜 타지 생활에 지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그리워하게 됐다. 그때 딸의 선택을 응원한 사람은 엄마였다. 채현 씨는 딸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라며 용기를 북돋웠고, 연지 씨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채현 씨는 10년 넘게 시공 일을 해온 전문가다. 직접 기술을 익혀 작은 사업체까지 운영해 왔다. 연지 씨는 엄마의 일을 돕다가 자신에게도 건축과 시공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녀는 그동안 꿈꿔왔던 북유럽풍 주택을 직접 짓기로 했다. 집의 외관부터 남다르다. 줄눈 없이 쌓아 올린 붉은 벽돌 담장과 가파른 지붕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건축 자재도 특별하다. 북미산 적삼목과 레드 오크, 화이트 오크, 미송, 자작나무 등 다양한 목재를 사용했다. 평소에는 고객의 예산에 맞춰 시공해야 했지만 이번만큼은 모녀가 원하는 자재를 마음껏 선택했다. 현장에서 목재에 오일 스테인을 여러 차례 덧발라 색감까지 세심하게 맞췄다. 그렇게 두 사람이 오랫동안 꿈꿔온 동화 속 집이 완성됐다.

할머니 위해 서둘러 지은 집…엄마 방 안에 숨은 특별한 공간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모녀가 집을 짓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바로 연지 씨의 외할머니 때문이다. 할머니의 건강이 갑작스럽게 나빠지자 연지 씨는 하루라도 빨리 좋은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공사를 서둘렀다. 집의 구조 역시 할머니를 중심으로 설계했다. 엄마가 할머니를 편하게 돌볼 수 있도록 엄마 방 안에 할머니 방을 배치한 것이다.

엄마를 위한 공간에도 딸의 마음이 담겼다. 연지 씨는 엄마와 함께 여행했던 베르사유 궁전에서 영감을 받아 엄마 방을 숲속 공주의 침실처럼 꾸몄다. 거친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홀로 두 딸을 키워낸 엄마를 이제는 공주님처럼 모시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엄마를 향한 고마움과 할머니를 향한 효심이 집 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매트리스 하나뿐인 다락…알고 보니 세 식구의 침실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또 다른 특별한 공간이 나타난다. 커다란 삼각형 창문 너머로 비학산의 푸른 산세가 펼쳐지는 다락이다. 숲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이 공간은 집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런데 다락에는 침대나 화려한 가구 대신 매트리스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처음부터 이렇게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당초 연지 씨는 엄마와 할머니를 위한 집을 짓고 자신은 주말에만 머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집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전원생활에 대한 마음이 커졌고, 결국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고 이곳으로 들어왔다.

현재 다락은 연지 씨와 남편 수범 씨, 네 살 아들까지 세 식구가 함께 사용하는 침실이다. 좁아 보이는 공간이지만 살림살이를 보관하는 방법도 마련했다. 다락 양쪽에 수납장을 짜 넣어 물건을 최대한 보이지 않게 정리한 것이다. 아내의 꿈을 응원하며 처가 식구들과 한집에서 사는 생활을 선택한 남편 수범 씨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있다고 한다. 과연 수범 씨는 대가족이 함께하는 이 낭만적인 집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을까.

초고속 승진하던 패션 디자이너…1600평 농부가 된 이유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두 번째로 찾아가는 곳은 경기도 여주시의 깊은 산속이다. 끝없이 펼쳐진 밭 사이에 새하얀 백설기를 연상시키는 단층집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주인은 패션 업계에서 일하다 농부로 변신한 경준 씨다. 농가의 다섯 남매 중 늦둥이 막내로 태어난 경준 씨는 부모의 도움 없이 대학에 진학했고,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패션 업계에 입문한 뒤에는 뛰어난 성과를 내며 초고속 승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바쁜 도시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서울에서의 삶이 과연 진정으로 행복한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어린 시절 농사를 지으며 자란 경준 씨에게 농촌 생활은 한때 벗어나고 싶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가꾸는 순간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결국 그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1600평 밭 품은 하얀 집…100여 가지 작물 키우는 특별한 농장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경준 씨가 가꾸는 땅은 약 5300㎡, 1600평에 달한다. 넓은 땅 한가운데 자리한 집은 주변의 밭을 감싸 안는 듯한 사다리꼴 구조로 설계했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층고와 일자로 길게 이어진 거실, 주방이 눈길을 끈다. 불필요한 가구와 수납공간을 줄이는 대신 앞뒤로 커다란 창을 배치했다. 집 안 어디서든 산과 밭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침실 역시 단출하다. 한때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작은 옷장과 매트리스가 살림살이의 대부분이다.

실내는 노출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을 살려 스튜디오 같은 분위기로 꾸몄다. 다만 주방만큼은 다르다. 파란색과 초록색 타일에 노란색 줄눈을 더해 개성 있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패션 디자이너 시절부터 쌓아온 경준 씨의 색채 감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다락에는 아버지가 직접 만든 물지게와 부모님의 손때가 묻은 농기구가 보관돼 있다. 어린 시절 벗어나고 싶었던 농촌의 기억이 이제는 소중한 삶의 일부가 됐다.

집 밖에는 경준 씨가 직접 설계하고 가꾼 밭과 정원이 펼쳐진다. 방사형으로 조성한 틀밭과 언덕밭, 온실에서는 딜과 오크라를 비롯해 100여 가지 작물이 자란다. 특히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퍼머컬처'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자연의 생태적 원리를 활용해 지속 가능한 농업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경준 씨에게 밭을 가꾸는 일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매일 흙을 만지고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 자체가 위로이자 치유가 된다.

하지만 여든이 넘은 어머니의 마음은 조금 다르다. 스스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던 막내딸은 어머니의 큰 자랑이었다. 딸이 고향으로 돌아와 가까이 사는 것은 반갑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가족을 위한 집을 지은 연지 씨와 잘나가던 패션 디자이너에서 농부로 변신한 경준 씨.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여성은 고향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 방송 장면.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잘 나가던 딸이 고향에 내려와 집을 지었다’는 13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EBS2에서는 14일 오후 6시 3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