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시장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 파장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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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글에서 박원순 시장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소통의 스승'으로 소환한 글을 올리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법원 판결로 성희롱 사실이 인정된 인물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호평했다는 이유로, 야당과 진보 정당은 물론 강력범죄 피해자까지 "2차 가해"라며 반발했다. 비판은 박 전 시장 언급에서 그치지 않고 최근 활발해진 대통령의 SNS 활동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 "고 박원순 시장님, 아이디어 맨이자 SNS를 일깨워준 분"…대통령이 꺼낸 회고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박 전 시장에 대한 기억을 풀어냈다. 이 대통령은 "고 박원순 시장님이 생각난다"며 "뛰어난 아이디어 맨이셨고 언제나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시며 즐기시던 분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박 전 시장을 "제게 소통과 그 수단인 SNS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 글은 온라인 공간의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과거 박 전 시장과 SNS 악성 댓글 계정을 차단할지를 두고 대화를 나눴던 일을 떠올리며 "오물을 끼얹으며 공론의 장을 어지럽히는 계정은 차단해야 건전한 공론의 장이 유지된다"고 했다. "소통의 장에 폭언 욕설 비아냥으로 오물을 뿌리는 행위는 소통이 아니라 소통 방해"라는 주장도 함께 폈다.

두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장 시절부터 SNS를 정치의 핵심 도구로 활용한 대표적 인물로 꼽혀 왔다. 2016년 인터넷소통협회가 SNS로 시민과 가장 잘 소통한 기관장에게 주는 '대한민국 소통 CEO 대상'에서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대상을 받았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2위에 올랐다.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모습 / 뉴스1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모습 / 뉴스1

■ "명백한 2차 가해"…안철수·한동훈·정의당 일제히 포문

반발은 곧바로 터져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성범죄자를 그리워한다니. 보완수사권 폐지에 이어 박원순 복권까지, 범죄자들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이냐"고 썼다. 그러면서 "오늘 이 대통령의 X는 명백한 2차 가해다. 즉시 삭제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안 의원은 "피해자는 수년을 고통받고 이제서야 회복의 발걸음을 딛고 있다"며 "대통령의 메시지는 무게가 다르다"고 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성범죄자의 SNS로부터 일깨움을 받을 만큼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 '권력형 성범죄를 범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도 안 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추앙하면 안 된다"고 적었다. 그는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정신 차리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수위를 높였다.

한동훈 의원이 올린 글 / 한동훈 페이스북
한동훈 의원이 올린 글 / 한동훈 페이스북

진보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김나율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신의 SNS 소통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해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까지 미화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전 국민이 목격했다"며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공개적으로 가해자를 기리는 명백한 2차 가해에 분노가 치민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본인의 소통 방식을 변호하는 데 성폭력 피해자의 존엄을 희생시키지 말라"며 발언 철회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이 개별적으로 박 전 시장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자유이나, 공개적 발언으로 그를 미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과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난 권력자를 미화해도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소신인가"라고 되물었다.

지방의회에서도 목소리가 나왔다. 최종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12일 "성희롱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인물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담의 주인공으로 소환하면서, 정작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추억이 피해자의 상처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돌려차기 피해자가 직접 남긴 댓글 "이제는 2차 가해까지"…인권위·법원이 인정한 성희롱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는 이 대통령의 게시글에 직접 댓글을 남겼다. 김 씨는 "이제는 2차 가해까지 하시네요. 더 이상 역겨워서 못 보겠네요"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부산 서면에서 30대 남성 이모 씨가 귀가하던 김 씨를 뒤따라가 폭행한 사건이다.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폭행 목적의 범행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김 씨는 지난 8월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X 계정을 새로 만들어 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호소한 바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남긴 댓글 / 이재명 대통령 SNS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남긴 댓글 / 이재명 대통령 SNS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전직 비서로부터 강제추행 등 혐의로 고소당한 뒤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해 12월 수사를 종결했고, 당사자가 숨지면서 형사상 유무죄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이후 인권위는 2021년 1월 직권조사를 거쳐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늦은 밤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는 등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는 그해 4월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2022년 11월 1심과 2025년 2월 2심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대법원은 2025년 6월 5일 강 씨 측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해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3월 2일 마지막 TV토론에서 이 문제로 고개를 숙인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저희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고, 당 역시 피해호소인이라는 이름으로 2차 가해에 참여한 분들이 있다"며 사과했다.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함께 언급한 사과였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해 논란을 빚은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 등 당내 인사들의 발언까지 아우른 사과였다. 야권은 대선 후보 시절 직접 사과했던 사건의 당사자를 대통령이 된 뒤 공개적으로 호평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 한 달에 116건…'SNS 정치' 전반으로 번진 공세

야권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 대통령의 SNS 사용 방식 전체를 겨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낮에는 가족과 골프치고 밤에는 SNS 하기 바쁘다"며 "지난달에만 116건 올렸고, 이번 달 열흘 남짓 만에 60건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좌파 적통을 인정받으려 노무현 전 대통령, 박원순 전 시장까지 다 끌어들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좌아'한 소통이 국민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며 "소통이 아니라 지지율 방어용 '왼쪽' 챙기기"라고 날을 세웠다. '좌아'는 '우아하다'의 '우'를 왼쪽을 뜻하는 '좌(左)'로 바꿔 쓴 말로, 이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취임 후 월 30∼40건이던 게시물이 지지율이 흔들렸던 지난 9월 100건을 넘어섰다"며 "국민을 위한 소통이냐, 지지층 결집을 위한 소통이냐"고 따져 물었다. 정책은 국무회의와 부처 검토를 거쳐 발표하고, 외교·안보 사안은 공식 채널로 다뤄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글을 수없이 올리면서도 "서민들이 고통받는 전월세 대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집안싸움을 왜 대통령의 SNS에서 봐야 하는지 국민들만 피곤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정식 기자회견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차호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개천절 연휴 사흘 동안 18건, 지난 5일 하루에만 11건의 글을 올린 반면 정식 기자회견은 취임 후 16개월 동안 7차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차 대변인은 "질문은 받지 않고 글만 올리면 소통이 아니라 통보"라며 "기자회견을 정례화하시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 7일 대통령의 SNS 활동이 늘어난 배경에 국정 지지율 하락의 영향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하는 의지를 보여주시는 것이라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현 상황을 절박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아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올린 글 전문이다.

고 박원순 시장님이 생각납니다. 뛰어난 아이디어 맨이셨고 언제나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시며 즐기시던 분이었습니다.

제게 소통과 그 수단인 SNS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신 분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서울시 공관에서 만났을 때 박시장님은 자신의 SNS댓글을 읽을수 없다고 아쉬워하셨습니다. 폭언 욕설로 도배되어 도저히 볼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단을 왜 안하시냐고 물었더니 소통을 한다면서 차단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폭언 욕설 저급한 비방을 방치하니 정상 계정들도 접근을 꺼려 댓글창이 쓰레기장이 되고 만 것입니다.

"소통의 장에 폭언 욕설 비아냥으로 오물을 뿌리는 행위는 소통이 아니라 소통방해입니다. 이런 오물을 차단하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저는 폭언 욕설 비아냥 허위사실 유포하는 계정 보는대로 다 차단할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신고까지 합니다"

박시장님께 드렸던 말씀인데 그 이후 고 박시장님도 악성 계정들을 차단 정리한 것으로 압니다.

오물을 끼얹으며 공론의 장을 어지럽히는 계정은 차단해야 건전한 공론의 장이 유지됩니다. 남의 집 마당에 들어와 폭언 욕설하는 무뢰배는 문밖으로 내치는 것이 당연합니다.

당연히 반대의견을 내거나 비판을 한다고 차단하지는 않습니다. 우아하게든 좌아하게든 품격과 예의를 갖춘 의견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참고로 "좌아하게"라는 말은 일베에서 쓰던 말이 아니라 민주개혁진영에서 문재인 대통령 시절부터 쓰던 말이고, 우아하게라는 말을 장난스럽게 비튼 말장난(언어유희)의 하나입니다.

엄혹하고 바쁜 세상이지만 가끔씩은 맑은 하늘도 쳐다보고 주변도 둘러보는 여유도 가지면서, 해학과 유머 장난도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엄중 진지 권위도 중요한 덕목이지만, 드라마를 다큐 취급하는 과잉진지도 경계합시다.

큰 숨 들이쉬며 산보하기 좋은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