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상담은 수백만원인데 교수는 30만원..공공 강연료에 말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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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교수 “강연 준비 최소 이틀…30만원 제시받고 문제의식”
오은영 상담료 사례 들며 “전문가 지식노동 정당한 대가 필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상담료가 한 시간에 수백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예로 들며 정부 기관의 강연료 30만 원이 지식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연세대 교수의 주장이 나왔다.

오은영 박사 / 연합뉴스
오은영 박사 / 연합뉴스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에 '지식 노동자의 정당한 대가는 얼마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부 기관으로부터 전 국민 대상 토론회의 주제 강연을 요청받았던 경험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참가자들이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전 논의의 큰 틀을 제시하는 강연이었다며 "그동안 이 분야에서 연구하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해 왔기에 조금 더 다듬으면 잘 준비할 수 있겠다고 보고 수락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동안 쌓아온 자료를 다시 검토하고 하루를 들여 내용을 정리한 뒤 슬라이드를 만들었다고 했다. 강연 직전 일주일 동안에도 틈틈이 방향을 고민했다며 "처음부터 준비했다면 한 달 이상 걸렸을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행사 당일에도 하루 종일 현장에 머물러야 해 "물리적으로만 최소 이틀이 들고, 바탕이 된 작업까지 치면 한 달 이상이 들어간 강연"이라고 했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외부 강연 내용을 사전에 신고하려던 김 교수는 담당 공무원에게 지급될 강연료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담당 공무원 역시 처음에는 금액을 모르고 있었고 확인 끝에 전달받은 강연료는 30만 원이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솔직히 모욕감을 느꼈다"며 "하루 종일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일반 노동자 일당이 30만원 정도다. 여기에 준비에 들어간 시간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자신이 해당 분야의 주요 연구자로서 전 국민 대상 토론회의 주제 강연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30만원 받느니 무료 강연…"자존감 지키는 길"

김현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김현철 교수 페이스북 캡처
김현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김현철 교수 페이스북 캡처

김 교수는 고민 끝에 강연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기관에 전달했다. "잠시 고민한 뒤 강연을 무료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것이 제 자존감을 지키는 길이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강연 요청 자체를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이 기관에서 강연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 일부러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연을 거절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앞으로 이 기관이 부를 강사들을 생각해서 일부러 작은 잡음을 냈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기관에서는 강연료를 조정하는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설명하면서 오은영 박사의 상담료를 둘러싼 과거 논란을 꺼냈다. 그는 "영유아와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오은영 박사님의 상담료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한 시간에 수백만원까지 든다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이어 "한 분야 최고 전문가의 한 시간이라면 그 가격이 꼭 비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최정상급 가수들이 받는 출연료 등 다른 분야 전문가의 보수와 비교해도 최고 수준의 전문성에 높은 가격이 매겨지는 것을 무조건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오 박사가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는 점도 거론했다. 김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값을 얼마로 매길지는 자유다. 소비자는 비싸다고 느끼면 가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의 외부 강연료에는 청탁금지법에 따른 상한이 적용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사립대학 교수 기준으로 외부 강연료 상한이 1시간에 100만 원, 2시간에 200만 원이라며 "그런데 1시간 강연은 1시간 노동이 아니다. 준비에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1~2주가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식노동에도, 육체노동에도 최고 수준이 있다"며 "각 분야의 정상권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우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글을 마쳤다.

"15분 기조연설에 25만원"…비슷한 경험 잇따라

김 교수의 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교수와 연구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교수는 공공기관에서 15분 기조연설에 25만 원을 제시받아 무료 강연을 택한 적이 있다며 같은 행사에 참석한 유튜버와 진행자가 교수 강연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 것을 알고 회의가 들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한 의료계 인사도 현지에서는 강의 준비 시간과 비행시간, 실제 강의시간을 모두 합산해 시간당 500~1000달러를 받았지만 서울에서는 30만 원, 세후 26만 원을 받는다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강연 시간만으로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의를 준비하는 데 며칠에서 수주가 걸리는 만큼 실제 투입되는 시간과 전문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째 비슷한 강연료 기준이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에게 지급되는 비용과 비교하면 지식 노동자의 전문성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매겨진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정부와 공공기관, 도서관 등은 기업보다 예산이 적고 지식을 대중과 나누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만큼 민간 강연과 같은 수준의 보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공공기관 강연에는 일정 부분 헌신과 봉사의 의미가 있으며 높은 강연료를 원한다면 기업 강연을 선택하면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김 교수는 낮은 보상이 계속될 경우 전문성이 높은 인력이 민간으로 이동하고 공공 부문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강연자를 직급이나 교수 여부 등에 따라 일률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며 정상급 전문가에 대해서는 전문성에 맞는 대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