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안보 지키는 곳에서 ‘스타크래프트’ 90시간…직원들 무더기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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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사이버안보 담당 직원 5명, 근무시간 ‘스타크래프트’ 최대 90시간 접속
외부 회선 막히자 내부 로컬망까지 이용…전원 견책 처분
국가 사이버안보를 책임지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단체로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 서버에 접속했다가 적발돼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국보연)로부터 받아 1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보연 사이버안보훈련센터 직원 5명은 2024년 근무 시간에 스타크래프트 게임 서버인 '배틀넷'에 반복적으로 접속했다. 일부 직원의 누적 접속 시간은 90시간을 넘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국가 정보보호와 사이버안보 분야의 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의 직원들은 이 같은 사이버안보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에서 근무하면서도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했다. 2024년 9~12월 관리자가 휴가나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업무용 PC 등을 이용해 게임 서버에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안보훈련센터는 대전 유성구 국보연 본원과 떨어진 별도 건물에 있으며 외부 교육용 회선을 사용하고 있었다. 게임 서버 접속 차단이 적용되지 않는 회선이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접속 시간도 짧지 않았다. 직원 한 명은 하루에 최대 8시간 53분 동안 게임 서버에 접속했다. 다른 직원 역시 하루 7시간 21분 동안 접속한 기록이 확인됐다. 정상적인 근무 시간 대부분을 게임 서버에 접속한 채 보낸 셈이다.
인터넷 막히자 내부 로컬망으로 다시 접속
일부 직원은 같은 해 12월 실험인터넷 회선이 차단된 뒤에도 게임 서버 접속을 멈추지 않았다. 내부 로컬망을 이용해 다시 접속한 흔적이 확인됐다. 외부 회선을 통한 접속이 막히자 다른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같은 센터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ETRI 신문고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적발된 직원들은 큰 행사가 끝난 뒤 회포를 풀자는 의견이 나와 게임 서버에 접속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서버에 접속한 시간 내내 실제로 게임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보연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을 조사한 뒤 직원 5명 모두에게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
특히 게임 서버 접속 시간이 가장 길었던 직원은 육아휴직 부정 사용 등 다른 문제까지 함께 적발됐다. 국보연은 해당 직원에게 감봉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표창을 받은 이력을 반영해 최종 징계를 견책으로 낮췄다.
국보연은 직원들이 게임 서버에 접속한 시간만큼 개인 연차 유급휴가를 차감했다. 사용할 연차가 부족한 직원에 대해서는 해당 시간만큼 급여에서 차감했다고 설명했다.
표창 받았다고 감봉 대신 견책”…솜방망이 징계 비판
국보연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후 외부 교육용 회선을 모두 중앙관리 방식으로 통합하고 전체 사용 기록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게임을 비롯한 비업무 사이트에 대해서는 접속 차단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보안교육을 실시하고 사이버안보훈련센터 내 관련 교육도 두 차례 진행했다. 외부 교육용 네트워크의 운영 결과도 정기적으로 점검해 보고하도록 했다.
황 의원은 국보연의 징계 수위도 문제 삼았다. 그는 "국가 사이버안보를 지켜야 할 직원들이 관리자 부재를 틈타 게임 서버에 반복 접속한 것은 심각한 기강 해이"라며 "감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도 과거 표창을 이유로 견책으로 낮춘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솜방망이 징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철저한 복무 관리와 엄정한 책임 추궁은 물론, 내부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체계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