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주주 주목…HBM 다음 20배 터질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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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한 대당 메모리 용량 4년간 20배 폭증, 반도체 산업 판도 재편
저전력 고용량 메모리 경쟁 심화, 삼성·SK하이닉스의 새로운 전쟁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핵심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인공지능 모델이 급격히 고도화되고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개별 기기에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과 전체 산업의 수요가 동반 상승하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

휴머노이드 로봇.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휴머노이드 로봇.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요구하는 글로벌 D램 수요는 2026년 기준 약 8300테라비트 수준에서 2030년 약 17만2000테라비트로 불과 4년 만에 20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의 기저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자체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 진화가 자리 잡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에 탑재되는 평균적인 블렌디드 D램 용량은 올해 19기가바이트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2030년에는 39기가바이트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로봇은 기본적으로 장착된 카메라와 라이다(레이저로 공간과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 각종 촉각 센서를 통해 방대한 주변 환경 데이터를 수집한다. 유입되는 다중 감각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즉각적인 물리적 움직임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연산 능력과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 공간이 필수적이다. 과거의 인공지능 모델이 제한적인 정보만을 다루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계층형 구조에서 벗어나 시각과 청각 등 다양한 멀티모달 입력을 한 번에 통합하여 곧바로 행동으로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로봇이 스스로 주변 환경의 물리적 법칙을 학습하고 향후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는 월드모델(World Model)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점도 메모리 탑재량을 끌어올리는 주된 요인이다. 가상 공간에서의 거대한 모델 학습 과정뿐만 아니라 실제 물리적 로봇 기기에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고 오프라인 환경에서 구동하는 모든 단계에서 기존 산업용 로봇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저장 공간과 실시간 연산 용량이 요구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물리적 특성상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반도체와는 다른 종류의 제품군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전원 케이블 없이 자체 내장 배터리로 구동되어야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공지능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모를 극한으로 줄여야 한다. 제한된 배터리 용량 안에서 오랜 시간 작동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서버처럼 전력 소비가 큰 고대역폭메모리보다는 저전력 특성을 극대화한 저전력 D램(LPDDR) 계열과 방대한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고용량 낸드플래시가 우선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저전력 D램 수요 증가를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집적도를 비약적으로 높인 3차원 D램으로의 아키텍처 전환이 로봇 메모리 시장의 주요 기술적 흐름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인공지능 서버 시장을 이을 강력한 중장기 성장 동력이다.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0퍼센트, 삼성전자는 33퍼센트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시세 정보에 따르면 10월 8일 애프터마켓 마감 기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68만6000원으로 전일 대비 2.15퍼센트 하락 마감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26만3000원으로 전일 대비 2.05퍼센트 하락했다. 이들 기업은 현재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넘어 향후 로봇용 저전력 고용량 메모리 라인업 고도화를 통해 추가적인 거대 시장 선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 경영진들 역시 새로운 수요처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발 빠르게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30일 열린 2026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향후 반도체 수요 지형에 대한 구체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사람의 개입이 불필요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에는 통상적으로 200기가바이트를 넘어서는 메모리와 수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저장장치가 기본적으로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장기적으로는 고도화된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수준의 막대한 메모리 및 저장장치를 필요로 하는 거대한 하드웨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램.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D램. /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로봇을 위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두뇌 역할을 총괄하는 연산용 반도체 생태계도 동반 확장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모델이 물리적 세계의 변수를 세밀하게 계산할 만큼 고도화되면서 그래픽처리장치를 공급하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관련 칩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범용 그래픽처리장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각자의 로봇 기기에 최적화된 연산 효율을 내기 위해 테슬라와 샤오펑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직접 설계하는 주문형 반도체(ASIC)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다원화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시각 인식부터 판단, 기계적 움직임까지 일체화된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므로 관련 산업 전체의 반도체 생태계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굳건한 기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