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기회?" 사상 최고가 찍더니 27% 급락…판매 3배나 뛴 '이것'

작성일

금값 27% 폭락했는데…한국인들은 오히려 골드바 사들였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에서 약 27% 하락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골드바 매수 열기는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와 국채금리 상승으로 금값이 조정을 받는 사이, 가격이 낮아진 틈을 타 금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늘면서 국내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과거 월평균의 3배를 넘어섰다.

사상 최고가에서 27% 하락…금값에 무슨 일이

10일 뉴스1에 따르면 이틀 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온스당 4133.15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5626.8달러와 비교하면 약 27% 낮은 수준이다.

금값은 올해 들어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연초 상승세를 이어가던 금 선물 가격은 지난 6월 30일 온스당 3955.4달러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 약 5개월 만에 3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이후 금값은 반등에 성공해 8월 25일 온스당 4755달러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최근 한 달 반 동안 다시 약 13% 떨어지면서 연초 고점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금값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꼽힌다. 금은 주식의 배당금이나 채권의 이자처럼 보유 기간에 정기적인 수익을 지급하지 않는다. 금값이 오르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 동안에는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미국 국채는 투자자가 정해진 조건에 따라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이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금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이자 수익의 기회비용이 커진다. 이에 따라 금보다 국채 등 이자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에 자금이 이동하면서 금값에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다.

금값 떨어지자 골드바 판매액은 3배 넘게 증가

국제 금값이 하락하는 동안 국내 실물 금 매수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월평균 판매액인 85억원의 약 3.4배에 해당한다.

골드바는 금을 일정한 중량과 형태로 가공한 실물 투자 상품이다. 금값이 오르면 보유한 골드바를 매도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고,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자산을 분산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이번 판매 증가에는 금값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이 고점에서 크게 내려온 만큼 앞으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며 실물 금을 사들이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금 투자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실물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는 31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41조6000억원 규모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금 ETF는 금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으로, 투자자가 골드바를 직접 보관하지 않고도 금 가격 변동에 투자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실물 금을 직접 사들이는 수요뿐 아니라 금융시장을 통한 금 투자도 확대된 셈이다.

다만 골드바 판매액과 금 ETF 자금 유입은 서로 다른 지표다.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실물 금 구매 규모를 보여주고, ETF 순유입액은 해당 상품에 들어온 자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을 뺀 금액이다. 두 수치가 모두 늘었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가 같은 이유로 금을 매수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미국 국채·증시 불안에 금으로 눈 돌리는 투자자들

금 매수 수요가 증가한 배경에는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도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채금리까지 상승하면서 채권시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과 연결되며, 국채 공급과 수요의 변화는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도 투자자들의 자산 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주가가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 가능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주식과 채권에 자산이 집중된 투자자는 시장 상황이 악화할 때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을 함께 보유해 투자 위험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금은 금융자산과 다른 가격 흐름을 보일 때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낮추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주요 변수다.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달러 등 특정 통화에만 집중하지 않고 금으로 나눠 보유할 수 있다. 금은 특정 국가의 통화나 정부가 발행한 채권과 달리 발행 주체의 신용에 의존하지 않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외환보유액 다변화 수단으로 활용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중앙은행의 월평균 금 매입 규모는 91톤에 달했다. 2022년 이전 월평균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입은 시장에서 실물 금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5400달러 전망

금값의 향후 흐름을 두고서는 상승 전망과 하락 위험이 함께 존재한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금값이 온스당 54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상당한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투자자들의 자산 분산 수요가 이어질 경우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값이 반드시 반등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이자가 없는 금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긴축 기조를 오래 유지할 경우에도 금값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

금값 하락기에 골드바를 매수하는 투자자는 국제 시세뿐 아니라 실제 구매 가격과 매도 가격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실물 금을 거래할 때는 판매처의 수수료와 부가가치세 등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국제 금값이 상승하더라도 실제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다.

국제 금값이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국내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과 해외 금 ETF 자금 유입은 모두 증가했다. 가격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는 수요와 고금리 환경이 맞서는 상황에서 금값은 미국의 금리 정책과 중앙은행의 매입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