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대추'는 찬물에 문질러 헹구고 칼집 내보세요, 차 끓일 때 속까지 우러납니다
작성일
말린 대추 고르기부터 찬물 세척, 칼집 내기, 30~60분 끓이기까지 정리했다.
남은 대추차 보관법과 시럽 활용, 아이에게 줄 때 씨 주의점도 담았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지면 따뜻한 차 한 주전자가 생각난다. 찬장에 말린 대추 한 봉지만 있으면 별다른 재료 없이도 끓일 수 있어 부담이 적다. 하지만 재료가 단순한 만큼 차이는 사소한 데서 갈린다. 어떻게 씻고, 얼마나 끓이고, 남은 차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맑고 향 좋은 차가 되기도 하고, 탁하고 밍밍한 차나 하루 만에 상한 차가 되기도 한다.
오래 끓일수록 진하고 좋다는 생각부터 내려놓는다
대추차는 푹 고을수록 낫다고 여기기 쉽다. 진한 맛을 원해 더 오래 끓이는 방법도 있지만, 지나치게 끓이면 국물이 탁해지고 대추 특유의 신선한 향이 줄어든다. 진해지는 대신 맑기와 향을 내주는 셈이어서, 무조건 길게 끓이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기본은 깨끗이 씻은 대추를 물에 넣고 약한 불에서 30분에서 60분 끓이는 것이다. 이 범위 안에서 취향에 맞게 시간을 정하고, 불을 끈 뒤에는 잠시 두었다가 거른다. 처음 끓인다면 30분 지점에 국물 맛을 보고 모자라면 시간을 늘려 가는 방식으로 우리 집 입맛의 시간을 찾으면 된다.

곰팡이와 발효 냄새가 나는 것부터 골라낸다
끓이기 전 첫 작업은 씻기가 아니라 고르기다. 봉지를 열어 곰팡이가 보이는 대추, 시큼하게 발효된 냄새가 나는 대추, 깊게 갈라진 틈에 이물질이 낀 대추를 먼저 가려내 버린다. 이런 대추는 물에 오래 끓인다고 해결되지 않으니 아깝더라도 과감히 빼는 것이 낫다.
한 알이라도 곰팡이가 보였다면 같은 봉지에 있던 나머지도 한 알씩 눈과 코로 살핀다. 대추는 겉이 쪼글쪼글해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놓치기 쉬우므로 손에 쥐고 냄새를 맡아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접시나 쟁반에 펼쳐 놓고 밝은 곳에서 보면 균열 속 이물질도 훨씬 잘 보인다.
주름 사이 먼지는 찬물에서 살살 문질러 두 번 헹군다
고른 대추는 찬물을 받은 볼에 넣고 주름진 껍질을 손으로 살살 문지르며 헹군다. 말린 대추의 주름은 깊어서 먼지가 끼기 쉬운데, 손바닥으로 굴리듯 문지르면 껍질을 상하게 하지 않고 먼지를 떨어낼 수 있다. 박박 문지르면 껍질이 벗겨지거나 과육이 터질 수 있으니 힘은 빼고 쓸어내리듯 닦는다.
이어서 몇 분 정도 물에 담가 두었다가 건져 다시 헹군다. 물을 갈아 보았을 때 여전히 뿌옇거나 먼지가 보이면 한 번 더 헹군다. 오래 불릴 필요는 없고, 헹군 뒤에는 체에 밭쳐 물기를 충분히 뺀다. 물기가 많이 남은 채로 칼집을 내면 미끄러워 위험하므로, 건져 둔 대추를 잠시 두어 겉물기를 날리면 다루기도 편하다.

칼집을 내거나 반으로 갈라 물이 과육에 닿게 한다
통째로 끓여도 차는 우러나지만, 얕게 칼집을 내거나 반으로 가르면 물이 과육에 곧바로 닿아 맛이 더 잘 배어 나온다. 마른 대추는 단단하고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칼이 미끄러지기 쉽다. 도마 위에 대추를 안정되게 놓고, 손가락을 칼날 진행 방향에서 멀리 둔 채 얕게 긋는다.
더 부드러운 차를 원한다면 씨는 대추가 물에 불어 부드러워진 뒤에 뺀다. 마른 상태에서 억지로 씨를 도려내면 과육이 뭉개지고 손을 다치기 쉽다. 한 번 끓여 말랑해진 대추의 씨를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밀어내면 훨씬 수월하다. 씨를 빼는 과정이 번거롭다면 칼집만 내서 끓이고, 마실 때 씨가 걸러지도록 체로 한 번 거르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강과 계피는 대추 맛을 본 뒤에 조금씩 더한다
대추차에 생강이나 계피를 넣는 집이 많은데, 이 향신 재료는 대추 맛을 쉽게 덮는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넣으면 대추차인지 생강차인지 알 수 없는 맛이 되기 쉽다. 대추만으로 한 번 끓여 원래 맛을 확인하고, 다음에 원하는 향이 있으면 조금씩 늘려 가는 순서가 실패가 적다.
몸이 으슬으슬한 날에는 생강 한두 쪽을, 향긋한 맛을 즐기고 싶은 날에는 계피 한 조각을 얹는 식으로 그날그날 조절해도 좋다. 다만 향신 재료는 오래 우릴수록 맛이 세지므로 대추를 먼저 충분히 끓인 뒤 마지막에 넣어 짧게 우려내면 대추의 단맛과 향이 살아난다. 생강이나 계피에 민감한 가족이 있다면 대추만 끓인 차를 따로 덜어 두었다가 각자 취향대로 더하게 하면 된다.
남은 차는 얕은 용기에서 빨리 식혀 냉장고에 넣는다
한 주전자를 끓여 놓고 며칠에 나눠 마시려면 보관이 중요하다. 바로 마시지 않을 차는 냄비째 두지 말고 넓고 얕은 용기에 옮겨 빨리 식힌 뒤, 뚜껑을 덮어 냉장한다. 깊은 냄비에 담긴 채로는 한가운데가 오래 따뜻하게 남지만, 얕은 용기는 열이 빨리 빠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식중독균이 잘 자라는 위험온도대로 안내하는 약 4~60도 구간을 최대한 빨리 지나게 하자는 취지다.
식약처 식중독 예방 수칙은 가정에서 냉장식품을 5도 이하로 보관하고, 조리한 음식은 2시간 이내에 먹으라고 안내한다. 끓인 대추차도 이 원칙에 맞춰 다루면 안전하다. 완성된 차를 하루 종일 실온에 둔 채 마시는 것은 피한다. 식탁이나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둔 채 오가며 따라 마시던 습관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마실 때도 요령이 있다. 깨끗한 국자로 필요한 만큼 덜어 쓰고, 입을 댔던 컵에 남은 차를 다시 주전자나 냄비에 붓지 않는다. 침이 섞인 차는 금방 상하기 때문이다. 잔에 따른 차가 남았다면 따로 마시고 처리하며, 원래 용기와 섞지 않는다. 냉장고에서 꺼낸 차는 마실 만큼만 데워 마시고, 향이나 맛이 평소와 다르게 시큼하거나 이상하면 아깝더라도 버린다.

농축 시럽과 건더기로 활용 폭을 넓힌다
차를 자주 마시는 집이라면 대추와 국물을 졸여 농축 시럽처럼 만들어 두는 방법이 있다. 이때도 대추와 국물은 모두 냉장 보관하고, 쓸 때마다 깨끗한 숟가락을 쓴다. 젖은 숟가락이나 입에 댄 숟가락을 병에 넣으면 상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병은 쓰기 전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려 두면 좋다.
시럽은 컵에 조금 덜어 따뜻한 물을 부으면 바로 한 잔이 된다. 우려내고 남은 부드러운 대추 건더기는 씨를 발라 그냥 먹어도 되고, 다른 차 재료와 곁들여 먹을 수도 있다. 한 번 끓인 대추를 버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음 끓이기에 대비해 물기를 빼 두면 활용이 쉽다.
이때 가장 조심할 것은 씨다. 대추 씨는 단단해서 부드럽게 익은 대추를 통째로 내줄 때 아이가 씨까지 씹거나 삼킬 수 있다. 아이에게 줄 때는 미리 씨를 빼 주거나, 씨가 있다는 점을 알려 주고 옆에서 지켜본다. 어른용 차에서 건진 대추를 아이에게 그대로 건네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정리하면 대추차는 곰팡이와 냄새를 확인해 고르고, 찬물에서 문질러 헹구고, 칼집을 내 30분에서 60분 끓이는 단순한 순서로 완성된다. 향신 재료는 맛을 본 뒤에 더하고, 남은 차는 얕은 용기에서 식혀 냉장해 깨끗한 도구로 덜어 마신다. 이 순서만 지켜도 한 주전자의 맛과 위생이 한결 안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