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시 서구, 가사·돌봄 독박 깬다… ‘함께가정’ 30일 실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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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가정 112명 참여해 100가지 역할 분담… 가족 내 양성평등 문화 확산 기대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구청장 김이강)가 그동안 주로 여성이나 특정 가족 구성원 한 명에게 쏠려 있던 가사 노동과 돌봄의 무게를 가족 전체가 함께 나누어 지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지역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김이강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청장이 8일 서구청 들불홀에서 열린 ‘함께가정 약속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김이강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청장이 8일 서구청 들불홀에서 열린 ‘함께가정 약속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거창한 구호나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족들이 직접 역할을 분담하고 실천하는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 독박 가사·돌봄 깬다… 31가족의 아름다운 도전

10일 서구에 따르면, 이날 서구청 들불홀에서는 아주 특별한 약속이 맺어졌다. 한부모 가족, 조손 가족, 다문화 가정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와 사연을 가진 관내 31가정, 총 112명의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가정 약속식’을 성황리에 개최하고 30일간의 아름다운 실천 여정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 ‘함께가정’ 30일 실천 사업은 가사와 돌봄을 누군가의 희생이나 당연한 몫으로 치부하던 기존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건강한 양성평등 문화를 가정 내에 뿌리내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서구는 이 프로젝트가 누가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할 것인지, 아이의 준비물과 숙제는 누가 챙길 것인지 등 지극히 평범하고 반복되는 생활 속 작은 역할을 재조정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가족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김이강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청장이 8일 서구청 들불홀에서 열린 ‘함께가정 약속식’에서 함께가정 약속 선언 퍼포먼스를 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김이강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청장이 8일 서구청 들불홀에서 열린 ‘함께가정 약속식’에서 함께가정 약속 선언 퍼포먼스를 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 '함께카드'로 우리 집 가사 노동 현주소 진단

이날 열린 약속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참여 가정들이 직접 자신들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도록 고안된 ‘함께카드’ 프로그램이었다. 이 카드에는 청소, 요리, 빨래와 같은 기본적인 살림살이부터 보이지 않는 생활 관리, 자녀의 교육 및 정서적 돌봄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일어나는 무려 100가지의 구체적인 활동들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가족 구성원들은 이 카드를 서로 나누어 보며 현재 우리 집의 가사 노동이 누구에게 얼마나 편중되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보이지 않는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며 아빠, 엄마, 그리고 자녀들까지 각자의 연령과 상황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스스로 정하는 뜻깊은 합의의 장이 펼쳐졌다.

◆ 한 달간 이어지는 실천 미션과 꼼꼼한 사후 관리

약속식에서 합의된 각자의 역할은 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는 11월 6일까지 정확히 30일 동안 실제 가정생활에 엄격하게 적용된다. 참여 가정들은 서구청이 제공한 실천 확인표에 매일매일 자신의 가사와 돌봄 역할 수행 여부를 꼼꼼히 기록해야 한다.
김이강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청장이 8일 서구청 들불홀에서 열린 ‘함께가정 약속식’에서 함께가정 약속 선언 퍼포먼스를 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김이강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청장이 8일 서구청 들불홀에서 열린 ‘함께가정 약속식’에서 함께가정 약속 선언 퍼포먼스를 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단순한 기록을 넘어 주차별로 흥미로운 미션도 주어진다. 1주 차부터 4주 차까지 각각 ‘대화’, ‘가사’, ‘점검’, ‘돌봄’을 핵심 주제로 삼아 가족 미션을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나 보람찬 순간들을 SNS를 통해 다른 참여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할 예정이다. 특히 프로젝트가 반환점을 도는 3주 차에는 중간 점검 시간을 갖고, 실천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함께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 현실에 맞게 역할을 유연하게 재조정하는 기회도 갖는다.

◆ 서구 전역으로 퍼져나갈 '내가 할게'의 나비효과

30일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면 서구청은 참여 가정들을 대상으로 면밀한 사후 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실천 전과 후를 비교하여 가족 내 역할 분담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했는지, 구성원들의 만족도는 어떠한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맞춤형 ‘변화리포트’를 각 가정에 제공하여 지속적인 실천을 독려할 방침이다. 또한, 주간 미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가정에는 가족 활동에 필요한 유용한 물품을 지원하고, 한 달간의 참여도와 실질적인 변화 정도를 종합적으로 엄격하게 평가해 우수 가정을 선정하고 포상하는 등 확실한 동기부여도 마련해 두었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가족들 사이에서 무심코 던지는 ‘이건 내가 할게’라는 따뜻한 배려의 한마디가 바로 우리 사회의 생활 속 양성평등을 앞당기는 가장 위대한 첫걸음”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이어 김 구청장은 “이번 31가정이 보여줄 30일 동안의 작지만 위대한 실천이 단순히 참여 가정의 행복을 넘어, 서구 지역 사회 곳곳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널리 퍼져나가는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