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유혹 내기, 현실이라면 처벌될까…변호사가 짚은 형사·민사 책임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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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속 유혹 내기를 현실 법률로 따져보니 형사처벌은 어렵지만 민사책임은 별개라는 해석이 나왔다.
촬영지 경산 반곡지도 관광명소로 알려지며 홍보에 나섰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이 공개 3주 차에 접어들며 작품 안팎으로 화제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극 중 ‘유혹 내기’를 현실의 법률로 따져본 해설 기사가 나왔고, 촬영지인 경북 경산시 반곡지는 관광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9월 18일 8부작 전편이 공개된 작품은 청소년 관람불가 사극 로맨스로, 손예진·지창욱·나나가 출연한다.
유혹 내기를 법으로 따져보면
조선일보 비즈니스 법률 코너 ‘무비LAW’는 9일 ‘스캔들’ 속 유혹 내기를 법적 관점에서 짚었다. 극에서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원(지창욱 분)은 희연(나나 분)을 두고 내기를 벌인다. 조원은 내기에서 이기려고 접근하지만 희연에게 실제 감정이 생기고, 희연은 내기의 존재를 모른 채 성관계를 맺는다.
질문은 단순하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관계를 맺었는데 알고 보니 ‘유혹 내기’의 대상이었다면 상대방을 처벌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사는 현실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내기를 숨겼다는 이유만으로 성범죄 처벌은 어렵다고 설명한다.
다만 성관계 결정에 중요한 사실을 속였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덧붙인다. 형사와 민사의 결론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 기사의 큰 줄기다.

성범죄 처벌이 어려운 이유
현행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이용한 성관계를, 준강간죄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관계를 처벌한다.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 업무상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 등에 대해서는 위계나 위력을 이용한 간음도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희연처럼 특별한 보호관계가 없는 일반 성인을 상대로 연애 목적이나 접근 동기를 속였다는 이유만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성범죄 처벌 규정은 없다. 상대방의 진심을 오해한 상태에서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해서 곧바로 강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원희영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내기를 숨겼다는 사정만으로는 강간이나 준강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죄형법정주의상 처벌 대상을 넓혀 적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결혼할 것처럼 속여 성관계를 맺는 행위를 처벌하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2009년 이를 위헌으로 판단했고, 관련 조항도 이후 삭제됐다.

형사처벌이 어려워도 민사책임은 별개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법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를 별도로 판단한다. 기사는 기혼자가 혼인 사실을 숨긴 채 미혼인 것처럼 구애해 성관계를 맺은 사건에서 법원이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인정해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한 사례를 소개한다.
당시 법원은 혼인 여부를 성관계 상대를 선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실로 봤다. 유혹 내기에도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스캔들’에서도 핵심은 희연이 내기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조원과 성관계를 맺었을 것인지다. 단순히 애정 표현이 거짓이었다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내기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성관계 여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정보였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원 변호사는 “자신이 내기의 대상이라는 사실도 성관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내기를 계속하면서 상대방을 속여 성관계를 맺었다면, 실제 애정이 생겼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민사상 배상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조원의 반론과 인과관계 문제
조원에게도 반박할 여지는 있다. 처음에는 내기에서 이기려고 접근했지만 성관계를 맺을 당시에는 실제 애정이 생겼으므로 구애 자체가 거짓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 애정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원 변호사는 “조원에게 실제 애정이 생겼더라도 희연은 여전히 내기의 대상이었다”며 “그 사실을 숨긴 것이 성관계 당시까지 희연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면 애정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기망과 성관계 사이의 인과관계가 끊겼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직접 거짓말하지 않았더라도 진지한 연인처럼 행동해 성관계를 유도했다면 묵시적인 기망이 문제 될 수 있다. 다만 연애 과정의 모든 거짓말이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속임수의 내용과 정도, 성관계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섰는지 판단한다.
반대로 희연이 내기의 존재를 알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뒤늦게 내기를 알고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성관계 결정이 속임수 때문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유혹 내기를 직접 다룬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산 반곡지,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광명소로
작품 속 배경지도 관심을 받고 있다. 8일 경산시에 따르면 경북 경산시 반곡지는 최근 공개된 ‘스캔들’의 촬영지로 등장하면서 관광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곡지는 저수지 둑길을 따라 수백 년 된 왕버들이 수면 위로 드리워져 독특하고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선정된 바 있다.
드라마에서는 넓은 저수지를 배경으로 둑길과 울창한 왕버들을 따라 말이 달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당 장면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것이 경산시의 설명이다.
경산시는 ‘스캔들’ 촬영 현수막과 방문객이 체험할 수 있는 인물 등신대를 설치해 촬영지 홍보에 나섰다.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이어온 반곡지
반곡지는 ‘스캔들’ 이전에도 여러 작품의 배경이 됐다. 영화 ‘허삼관’, ‘구르미 그린 달빛’, ‘달의 연인-보보경심려’, ‘7일의 왕비’, ‘사의찬미’ 등과 KBS 드라마 ‘은애하는 도적님아’도 반곡지에서 촬영했다.
현재는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 ‘패밀리 포스’의 촬영도 진행되고 있다. 경산시는 각종 영화·드라마 촬영 장소로 각광받는 점을 앞세워 관광 홍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8부작 청불 사극, 높은 수위에 쏠린 시선
‘스캔들’은 총 8부작으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 관람불가 사극 로맨스다. 원작은 1782년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이며,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도 조선 시대 배경으로 재해석된 바 있다. 정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출연진은 손예진, 지창욱, 나나를 중심으로 한선화, 신윤하, 강지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줄거리는 억압과 금기의 시대 조선에서 한 여인이 건넨 은밀한 제안에서 출발한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조씨부인, 세상의 모든 사랑을 맛본 조원, 불장난에 얽힌 여인 희연의 관계가 아찔한 유혹과 숨겨진 욕망으로 이어진다.
작품의 수위를 둘러싼 이야기는 공개 전부터 이어졌다. 유혹과 내기, 성관계가 서사의 중심에 놓인 만큼 극 중 사건을 현실 법률에 대입한 ‘무비LAW’ 해설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플릭스는 8부작 전편을 9월 18일 한꺼번에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