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은 '보냉제'를 밥 옆에 붙여 담으세요, 덜 식혀 닫으면 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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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채 닫은 도시락은 위험온도대에 몇 시간 머문다.
식히기부터 보냉제 위치까지 가방 포장 순서를 정리했다.

아침 일찍 싼 도시락이 점심시간까지 가방 속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지 따져본 적이 있는가. 시험날은 평소보다 서둘러 준비하다 보니 막 한 밥과 반찬을 그대로 담아 뚜껑부터 닫기 쉽다. 그러나 도시락의 안전은 무엇을 싸느냐보다 어떤 온도로, 어떤 순서로 담느냐에서 갈린다.
갓 지은 밥을 바로 닫으면 도시락통 안에서 벌어지는 일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USDA FSIS)의 도시락 안전 지침은 조리한 음식을 완전히 식힌 뒤에 용기를 닫으라고 안내한다. 뜨거운 음식을 담고 곧바로 뚜껑을 덮으면 빠져나가지 못한 김이 뚜껑 안쪽에 물방울로 맺혀 밥과 반찬이 한꺼번에 눅눅해진다. 눅눅함보다 더 큰 문제는 온도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로 밀폐된 도시락은 몇 시간 동안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온도에 머문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기준으로도 식중독균이 잘 자라는 위험온도대는 약 4~60도이며, 조리한 음식은 실온에 2시간 이상 두지 않도록 안내한다. 아침 7시에 싼 도시락이 점심시간인 낮 12시에 열린다면 그 사이 5시간 가까이 가방에 있는 셈이니 2시간 기준을 훌쩍 넘긴다. 그래서 도시락은 두 갈래 중 하나로 정해야 한다. 보온 용기에 뜨겁게 유지하거나, 빨리 식혀서 차갑게 보내는 것이다.

전날 밤에 끝내야 아침이 안전해진다
아침에 허둥대지 않으려면 전날 밤에 두 가지를 끝내 둔다. 먼저 보냉제를 냉동실에 넣어 꽁꽁 얼리고, 보냉가방과 도시락통을 깨끗이 씻어 말린다. 안쪽에 남은 음식물이나 물기가 있으면 아무리 식혀 담아도 소용이 없다. 가방에는 보냉제를 최소 하나 넣어야 하므로, 시험날 아침에 얼음이 덜 언 보냉제를 꺼내는 일이 없도록 전날 확인한다.
또 하나는 리허설이다. 시험날 아침에 처음 써 보는 도시락통은 뚜껑이 새거나 양이 맞지 않을 수 있다. FSIS도 용기와 음식량을 미리 시험해 보라고 권하고, 시험날 아침에 낯선 음식을 처음 내놓지 말라고 당부한다. 긴장한 날에는 평소 먹던 메뉴가 속이 가장 편하다.

아침에는 식히기부터, 담기는 그다음이다
조리를 마친 밥과 반찬은 넓은 접시나 쟁반에 펼쳐 열기를 먼저 뺀다. 도시락통에 담은 채로 식히면 가운데까지 열이 빠지는 데 오래 걸리고 그동안 김이 갇힌다. 김이 더는 오르지 않고 손등에 닿았을 때 따뜻한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때 담아서 닫는다. 육류는 식히기 전에 속까지 충분히 익혀야 하며, 식약처는 육류 중심온도 75도 이상으로 1분 이상 가열하라고 안내한다.
담는 순서도 중요하다. 밥, 고기, 계란, 유제품, 잘라 둔 과일처럼 상하기 쉬운 음식은 과자·견과류·빵 같은 마른 간식과 따로 둔다. 같은 칸에 두면 상하기 쉬운 음식에서 나온 수분이 마른 간식을 눅눅하게 만든다. 국물이 흐르기 쉬운 반찬은 새지 않는 용기를 쓰고, 가능하면 칸을 나누어 서로 섞이지 않게 한다.
가방 속에서는 도시락통을 세워 가운데에, 보냉제는 가장 약한 음식 옆에
보냉가방에 넣을 때는 도시락통을 눕히지 않고 똑바로 세워 가방 한가운데에 둔다. 눕히면 국물이 새거나 반찬이 쏠려 다른 물건까지 젖는다. 보냉제는 상하기 쉬운 음식, 예를 들어 밥이나 고기, 계란이 담긴 칸에 직접 닿도록 붙인다. 가방 바닥에 보냉제만 깔아 두고 도시락을 위에 얹는 방식보다 맞닿는 면이 넓어야 차가운 기운이 음식에 전해진다.
마른 간식은 보냉제와 떨어진 쪽에 둔다. 차가운 보냉제 표면에는 물방울이 맺히므로 과자 봉지를 그 옆에 붙여 두면 눅눅해진다. 물병, 수저, 작은 냅킨도 마른 간식 쪽에 모으고, 가방에는 이름을 적어 둔다. 시험장에서는 가방이 한곳에 모이는 경우가 많아 이름표가 있어야 바뀌지 않는다.
보냉제가 없다면 얼린 생수병을 대신 쓸 수 있다. 다만 보냉제처럼 오래 차가움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고, 녹으면서 물방울이 맺혀 다른 물건이 젖을 수 있다. 얼린 병은 지퍼백이나 수건으로 한 번 감싸고, 점심까지 시간이 길다면 전용 보냉제를 쓰는 쪽이 낫다.

따뜻한 도시락을 원한다면 보온과 냉장 중 하나만 고른다
시험날 따뜻한 국이나 밥을 먹이고 싶다면 보온 용기를 쓰되, 아침에 끓이거나 데워 아주 뜨거운 상태로 담는다. 보온 용기의 목적은 음식을 위험온도대 위에 붙잡아 두는 것이므로, 미지근하게 식은 음식을 담은 보온 용기는 의미가 없다. 약 60도 아래로 내려가면 위험온도대에 들어간다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 보온 시간은 제품마다 다르니 사용하기 전에 물이나 국으로 미리 시험해 본다.
보온 용기가 없다면 따뜻한 음식은 포기하고 차갑게 먹는 메뉴로 바꾸는 편이 안전하다. 완전히 식힌 주먹밥이나 샌드위치처럼 식은 채로 먹어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 메뉴를 고른다. 따뜻한 음식과 찬 음식을 한 가방에 섞어 넣으면 서로 온도를 뺏고 빼앗겨 둘 다 애매한 온도가 되므로, 보온 용기를 따로 둘 때는 보냉제와 거리를 둔다.

점심시간에 먹고, 남은 것은 아깝더라도 버린다
가방을 챙겼다면 시간 관리가 남는다. FSIS는 학생이 늦은 오후까지 따뜻한 교실에 도시락을 두지 말고 정해진 쉬는 시간에 먹도록 하라고 안내한다. 시험 일정표를 보고 점심 시간대를 미리 파악해 두면 가방을 서늘한 곳에 두고 정해진 시간에 꺼내 먹을 수 있다. 식품안전 기준에서 상하기 쉬운 음식을 실온에 두는 한도로 흔히 2시간을 쓰며, 더운 환경에서는 그보다 짧아야 한다.
먹고 남은 음식은 집에 가져와 냉장고에 다시 넣지 않는다. 오랜 시간 따뜻한 곳에 있었던 음식은 다시 차게 해도 안전해지지 않으므로 버린다. 가정에서 냉장식품은 5도 이하로 보관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는 처음부터 차갑게 보관해 온 음식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시험을 치르는 날일수록 속이 편해야 집중이 되므로, 빈 도시락통을 비우고 씻는 것까지가 하루의 도시락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