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비트코인 ETF 130만 개 보유, 사토시 추월했지만…가격은 1년 새 32%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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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보유량 약 130만 개, 사토시 추정치 110만 개 추월
3분기 63억 달러 유입에도 가격은 1년 새 32% 하락, 구원론·장악론 맞서

비트코인 ETF 문구가 새겨진 금화 더미를 바라보는 정장 차림 남성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비트코인 ETF 문구가 새겨진 금화 더미를 바라보는 정장 차림 남성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한 비트코인이 약 130만 개로,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추정 보유량 110만 개를 넘어섰다. 거래 개시 이후 약 1년 만에 이뤄진 역전이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약세다. 10월 8일(현지시각, 이하 같음) 비트코인은 8만 3,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1년 전보다 약 32% 낮고 최고가 12만 6,080달러에서 34% 내려온 수준이다.

미국 경제 매체 247월스트리트(24/7 Wall St.)는 이 현상을 두고 ETF가 비트코인을 구원했는지, 아니면 월가가 비트코인을 장악하고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앞서 하루 새 5억 달러 가까운 자금이 ETF에서 빠져나간 데 이어, 이번에는 보유량이라는 다른 각도에서 ETF의 영향력이 도마에 올랐다.

ETF는 비트코인의 6.4%를 쥐고 있다

247월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2024년 1월 거래를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사토시의 추정 보유량을 넘어섰다. 소소밸류(SoSoValue) 집계로 10월 7일 기준 이들 펀드의 순자산은 약 1,070억 달러(약 143조 원, 1달러 1,339원 기준)에 달한다.

6월 기준으로 미국 현물 펀드 전체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129만 개였다. 현재 유통량 약 2,010만 개의 6.4%에 해당한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가 약 79만 4,000개를, 피델리티의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펀드(FBTC)가 뒤를 잇는 주요 상품이다. 발행사들은 보유량을 매일 공개하기 때문에 주식이 사고팔릴 때마다 코인 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사토시는 잔고를 공개한 적이 없다. 연구자들이 초기에 채굴된 블록 상당수를 한 명의 채굴자로 추적해 110만 개로 추정했을 뿐이다. 전체 공급량의 약 5.5%이고 현재 가치로는 약 910억 달러다. 사토시의 코인은 손대지 않은 채 남아 있지만 펀드 보유량은 수시로 오르내린다.

247월스트리트는 비트코인 발행 한도가 2,100만 개라는 점도 짚었다. 펀드가 비트코인을 살 때마다 개인 투자자가 살 수 있는 물량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금속문 다이얼 잠금장치를 돌리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금속문 다이얼 잠금장치를 돌리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주식을 사면 코인이 아닌 지분을 갖는다

현물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을 사들여 주주를 대신해 보관한다. 투자자는 증권사 계좌에서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ETF 주식을 사면 코인 자체가 아니라 펀드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다.

코인을 통제하는 개인 키(비밀번호 역할을 하는 암호 값)는 수탁기관이 관리한다. 각 펀드는 수탁기관을 통해 개인 키를 오프라인 보관소에 두고 지킨다. 그래서 주주는 주식을 먼저 팔지 않고는 비트코인을 친구에게 보내거나 개인 지갑으로 옮길 수 없다. 투자자는 종목 코드로 가격만 추종하고 코인의 통제권은 수탁기관이 쥔다. 이 구조는 증권사와 규제를 받는 수탁기관에 주주를 묶어 둔다.

여기서 논쟁이 시작된다. 사토시는 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이 돈을 직접 보유하도록 비트코인을 설계했는데 ETF는 그 사이에 중개인을 다시 끼워 넣는다는 비판이다.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이자 뱅크 투 더 퓨처(Bank to the Future) 창업자인 사이먼 딕슨이 대표적이다. 그는 폼프 팟캐스트에서 “그들은 가능한 한 많은 비트코인을 자산운용사와 월가의 통제 아래 집중시키고 생태계를 최대한 끌어들이려 했다”고 말했다.

딕슨은 개인이 자기 키를 직접 관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접근 권한을 악용할 수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47월스트리트는 딕슨의 우려가 근거 없지 않다고 봤다. 펀드 주식은 개인 간 거래와 자기 보관(셀프 커스터디), 고정된 공급량이라는 비트코인의 원래 약속 가운데 공급량 한도만 충족한다는 것이다.

3분기 63억 달러 유입에도 가격은 32% 하락

ETF를 옹호하는 쪽은 다른 주장을 편다. ETF가 비트코인을 일반 증권사 계좌와 인덱스펀드를 포함한 퇴직연금 계좌 같은 익숙한 틀에 넣어 정당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쓰지 않았을 투자자를 끌어들였고, 감사 보고서와 기존 자산운용사의 신뢰라는 장점도 더했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가격은 이 논쟁에 가장 분명한 단서를 준다. 3분기에만 63억 달러가 ETF로 들어왔지만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 포함 최근 1년간 약 32% 내렸다. 247월스트리트는 이 흐름이 ‘구원론’에는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장악론’이 입증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가격이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누가 키를 쥐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다.

올해 전체 순유입은 약 10억 달러에 그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앞서 전해진 7억 1,700만 달러와는 차이가 있다. 집계 기관과 기준에 따라 수치가 다를 수 있어 둘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247월스트리트는 펀드의 매수만으로 가격이 정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투자자가 돈을 넣으면 펀드가 사고 주식을 환매하면 판다. 그 사이 채굴자, 장기 보유자, 선물 시장에서 빌린 돈으로 거래하는 트레이더도 시장에서 경쟁한다.

집중 우려는 이더리움으로도 번진다

집중에 대한 경계는 비트코인에 그치지 않는다. 247월스트리트는 톰 리의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를 사례로 들었다. 이 회사는 9월 7일 기준 이더리움 약 590만 개를 보유했다. 전체 이더리움의 약 4.9%이고 당시 가치는 거의 150억 달러에 이르렀다.

장악 논쟁이 확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이 매체는 분명히 했다. ETF가 쥔 물량은 유통 중인 2,010만 개 가운데 여전히 소수다. 펀드 지분이 늘어나는 동안 가격이 계속 내려가면 장악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펀드 매수가 늘면서 가격이 12만 6,080달러 쪽으로 반등하면 구원론이 다시 설득력을 얻는다는 분석이다.

4분기 자금 흐름이 첫 시험대다. 3분기 유입 뒤 4분기에 순유출이 나타나면 ETF를 구원자로 보는 주장은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사토시의 코인이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펀드 보유 비중이 6.4%를 넘어 계속 오르면 장악론이 굳어질 수 있다고 247월스트리트는 짚었다.

투자자에게 남는 선택은 통제권이다. 펀드 주식은 비트코인 가격을 따라가지만 개인 지갑에 코인을 보유하면 사토시가 의도한 직접 통제권을 갖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