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15년 쓴 ‘파이어’ 버리고 알렉사 태블릿 3종 내놓는다…최고가 55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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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파이어 대신 알렉사 태블릿 3종 공개…229.99~549.99달러
구글 플레이 지원 안드로이드에 나노매트 화면, 10월 14일 판매

아마존이 목요일(현지시각) 새 태블릿 라인업 ‘알렉사 태블릿(Alexa Tablet)’ 3종을 공개했다. 8인치대·11인치·12인치대 모델로 구성됐고 가격은 230달러에서 550달러 사이다. CNBC는 아마존이 저가 ‘파이어(Fire)’ 태블릿 라인을 접는다고 전했다. 모든 모델은 같은 날 예약 판매에 들어갔고 10월 14일부터 배송된다.
파이어 이름을 버리고 가격표를 올렸다
아마존은 오랫동안 기기를 원가 수준이나 그 근처 가격에 팔아 왔다. CNBC에 따르면 경쟁사를 가격으로 압도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핵심은 다른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데 있었다. 80달러짜리 에코 스마트 스피커를 한 대 팔면 사용자가 영화나 오디오북 구독, 온라인 스토어 상품을 사 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런 상품은 대체로 마진이 더 높다.
최고경영자 앤디 재시(Andy Jassy) 체제에서 아마존은 기기 사업으로 돈을 더 벌려는 시도를 이어 왔다.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 이어 2021년 CEO에 오른 재시는 지난해 에코 스마트 스피커의 고가 버전을 내놨다. 프라임 회원이 아닌 사용자에게는 알렉사 플러스(Alexa+) 구독료도 받기 시작했다. 알렉사 플러스는 음성 비서 알렉사를 한층 강화한 버전이다.
가격 차이는 크다. 알렉사 태블릿 12 프로(12 Pro)는 550달러로, 아마존 기본 모델인 파이어 HD 10(155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이 가격은 449달러에서 1,199달러까지 이어지는 애플 아이패드 가격대에 가까워졌다. 더 버지(The Verge)도 이름부터 파이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파이어는 아마존이 최근 15년 동안 태블릿에 써 온 이름이다.

12 프로의 승부수는 화면, 스펙은 ‘무난’
라인업에서 가장 큰 모델은 알렉사 태블릿 12 프로다. 더 버지에 따르면 두께는 6.5mm, 무게는 550g이다. 칩은 미디어텍 디멘시티 8400을 쓴다. 1년쯤 전 고급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던 칩이어서 “나쁘지 않지만 특별히 내세울 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존은 이전에 출하한 어떤 태블릿보다 처리 성능이 3배에 가깝고 그래픽 성능은 9배라고 밝혔다.
세부 사양은 보도마다 엇갈린다. 램은 각각 8GB·12GB, 8GB·16GB로 적힌 경우가 있다. 화면 크기도 12.3인치, 12.5인치로 달랐고 테크크런치는 12인치, 280PPI(인치당 화소 수)라고 전했다. 해상도는 2800×1840, 주사율은 최대 120Hz, 밝기는 500니트이고 화면비는 3:2다. 저장용량은 128GB 또는 256GB 선택지가 있다.
이 제품의 핵심은 화면이라는 것이 아마존 하드웨어·알렉사 부문을 맡은 파노스 파나이 SVP의 설명이다. 파나이는 제품마다 절대 타협하지 않는 ‘한 가지’를 정해 둔다고 말했다. 이 제품에서는 “완벽한 화면을 만드는 것”이 그 한 가지였다. 개발에는 2년 반이 걸렸고 그는 팀에 “제로에서 시작하라. 지금까지 쓴 부품은 하나도 쓰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코닝과 만든 나노매트 화면, 글레어가 거의 사라졌다
최상위 549.99달러 모델에는 ‘나노매트’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아마존이 코닝과 손잡고 유리 자체에 고유한 질감을 새긴 방식이다. 반사를 줄이고 종이 같은 느낌을 주는 기술로, 애플의 나노 텍스처와 비슷하다. 다만 아마존은 대비와 선명도 손실이 더 적다고 보는 것 같다.
직접 써 본 기자의 인상은 강렬했다. 햇빛이 쏟아지는 방에서 처음 12 프로를 봤을 때 진열용 모형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화면에 판지 같은 대체 이미지가 붙은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일반 광택 화면은 거울처럼 비치고 비스듬히 보면 색이 날아갔지만 나노매트는 어느 각도에서도 읽혔다. 아주 밝은 빛이 드는 극단적 각도에서만 보기 어려웠다.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와 비교해서는 신중했다. 두 제품을 나란히 놓고 보지 못해 단정하기 어렵지만 대비가 조금 더 유지되는 듯하다는 소감이다. 스타일러스(전자펜)를 쓸 때는 광택 화면보다 훨씬 쾌적했으나 아이패드와의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무게는 13인치 아이패드 에어보다 가볍고 11인치보다는 무겁다.
구글 플레이를 넣은 안드로이드, 곳곳에 알렉사
소프트웨어도 크게 달라졌다. 지금까지 아마존 태블릿은 파이어 OS를 쓰고 자체 앱 스토어를 탑재했다. 새 태블릿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처음부터 지원한다. 유튜브·넷플릭스·지메일 같은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파나이는 “구글 플레이는 필수였다. 이야기 끝”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마존 대변인은 테크크런치에 파이어 태블릿의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새로 만든 제품군이라고 밝혔다.
알렉사 플러스는 기기 전반에 깔려 있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알렉사에게 물어보기’ 바가, 왼쪽 위에는 ‘다이내믹 탭’이 있다. 다이내믹 탭은 읽던 책이나 영화를 이어서 보게 하거나 뉴욕 3일 여행 일정을 제안하는 식으로 먼저 추천을 내놓는다. 화면 속 내용을 보고 도움을 주는 ‘온스크린 인텔리전스’는 사용자가 직접 켜야 하는 옵트인(선택 가입) 방식이다. 알렉사가 듣고 기억하는 범위를 제한하는 설정도 있다.
기자가 인터넷 사진 속 커피 테이블이나 거울을 찾아 달라고 하자 정확히 같은 제품은 못 찾아도 비슷한 것을 찾아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만 이런 기능을 실제로 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알렉사 플러스를 직접 테스트한 결과가 아마존의 기대와 다르다는 취지의 언급도 있다.
독서 환경도 손봤다. 킨들 앱을 열면 알림이 꺼지고 블루라이트가 줄며 배터리는 최대 20시간 간다. 이 모드에서 배터리 시간이 16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어난다. 표시 모드는 스탠더드·컬러·잉크 3가지이며 잉크는 완전한 흑백이다.
8·11 모델과 액세서리, 키즈 태블릿까지
나머지 두 모델은 각각 아이패드 미니와 기본형 아이패드를 겨냥한다. 알렉사 태블릿 8은 8.7인치 화면에 무게 329g의 올알루미늄 디자인으로 229.99달러부터 시작한다. 한 손으로 들고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는 용도다. 알렉사 태블릿 11은 11인치 2.5K 화면, 90Hz 주사율, 16:10 화면비를 갖췄다. 영상 재생은 15시간이고 듀얼 돌비 애트모스 스피커를 달았다. 가격은 329.99달러부터다.
12 프로의 영상 재생 시간은 16시간이다. 돌비 애트모스 스피커와 와이파이 6E도 지원한다. 전용 액세서리로 프로 펜과 프로 키보드가 나온다. 키보드 케이스는 149.99달러, 펜은 89.99달러다. 파나이는 이 태블릿을 보조 또는 주력 컴퓨터로 쓰길 바란다고 했다. 12 프로 기본형은 499.99달러부터이고 나노매트 모델은 549.99달러부터다.
아마존은 수요일 어린이용 ‘아마존 키즈 태블릿’도 공개했다. 8.7인치와 11인치 크기이며 태블릿, 어린이용 케이스, 1년 치 아마존 키즈플러스 이용권이 묶인 패키지로 판매된다. 만 3세 이상용에는 ‘페파 피그’ 같은 캐릭터가 아닌 ‘파우 패트롤’과 ‘바비’ 디자인의 부드러운 범퍼 케이스가, 6세 이상용에는 거치대가 달린 얇은 하드 케이스가 붙는다.
메모리 가격 급등 속 출시, 일정은
출시 시점에는 업계 환경도 얽혀 있다. 아마존을 비롯한 기기 제조사들은 메모리 가격의 사상 유례없는 급등과 씨름하고 있다. 아마존은 8월 이 문제를 이유로 에코, 킨들, 파이어 TV 등 하드웨어 가격을 올렸다. 올해 초에는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올렸고 닌텐도도 스위치 2 가격을 인상했다.
판매 일정은 지역별로 나뉜다. 알렉사 태블릿 3종과 키즈 태블릿은 10월 14일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는 10월 19일부터 판매된다. 키즈 태블릿은 일본에서도 10월 14일부터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