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뜨물 하수구에 버리지 마세요… 살림 고수들은 일부러 모아둡니다 [위키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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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 둔 쌀뜨물, 냉장 보관 후 유용하게 쓰는 방법
밥을 짓기 전 쌀을 씻으면 우윳빛 물이 두세 번 싱크대로 흘러 내려간다. 매일 밥을 하는 집이라면, 이 과정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풀이한다. 그런데 이렇게 버려지는 쌀뜨물은 생각보다 쓸 곳이 많다. 다만 어떤 물을 받아야 하는지, 얼마나 보관할 수 있는지 모르고 쓰면 오히려 냄새가 나거나 음식을 망칠 수 있다.

쌀뜨물이 뿌옇게 보이는 이유는 쌀 표면에 붙어 있던 전분과 쌀겨 가루가 물에 녹아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소량의 단백질과 비타민 B군, 미네랄도 함께 섞여 나온다. 쌀뜨물을 쓸 때 가장 먼저 챙길 부분은 몇 번째 물을 받느냐다. 첫 번째로 씻은 물에는 쌀겨와 먼지, 도정 과정에서 남은 이물질이 많이 섞여 있다. 그래서 첫 물은 버리고,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씻은 물을 받아 써야 한다.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쌀뜨물은 전분과 영양분이 녹아 있어 상온에 두면 금방 시큼한 냄새가 나며 상한다. 특히 기온이 높은 날에는 반나절만 지나도 냄새가 달라질 수 있다. 받은 쌀뜨물은 뚜껑이 있는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1~2일 안에 써야 한다. 쓰기 전에는 냄새를 맡아 보고 시큼하거나 거품이 올라와 있으면 요리에 쓰지 않는다. 바닥에 가라앉은 앙금은 잘 흔들어 섞은 뒤 쓰면 된다.
1. 기름진 그릇과 냄새 밴 용기는 쌀뜨물에 담가 둔다

쌀뜨물을 가장 손쉽게 쓰는 곳은 설거지다. 쌀뜨물에 녹아 있는 전분 입자는 그릇 표면의 기름기를 붙잡아 물과 함께 씻겨 나가도록 돕는다. 그래서 기름이 많이 묻은 그릇을 쌀뜨물에 먼저 담가 두면, 세제를 덜 쓰고도 설거지를 마칠 수 있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삼겹살을 구운 프라이팬이나 카레를 끓인 냄비는 먼저 키친타월로 남은 기름을 닦아 낸다. 그다음 쌀뜨물을 붓고 10~20분 정도 그대로 둔다. 시간이 지나면 눌어붙은 기름때가 불어서 수세미로 가볍게 문질러도 쉽게 떨어진다. 미지근하게 데운 쌀뜨물을 쓰면, 굳은 기름이 더 잘 풀린다.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밴 김치 냄새를 뺄 때도 쓸 수 있다. 김치나 젓갈을 담았던 용기에 쌀뜨물을 가득 채우고 뚜껑을 닫아 2~3시간 정도 둔다. 이후 평소처럼 세척하면 용기에 밴 냄새가 한결 줄어든다. 나무 도마나 나무 주걱도 쌀뜨물에 잠시 담갔다가 씻으면, 비린내와 양념 냄새를 빼는 데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도 있다. 쌀뜨물로 닦은 그릇은 반드시 맑은 물로 한 번 더 헹궈야 한다. 전분이 그대로 남으면 그릇 표면이 끈적해지고 말리는 동안 냄새가 날 수 있다.
2. 새 뚝배기는 쌀뜨물을 붓고 한 번 끓여서 쓴다

뚝배기는 흙을 빚어 구운 그릇이라 표면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이 많다. 새 뚝배기를 사서 바로 음식을 끓이면 흙냄새가 음식에 배기 쉽다. 또한 이 구멍으로 물기가 스며든 상태에서 갑자기 열을 받으면 금이 가기도 한다.
이때 쌀뜨물로 뚝배기를 길들이면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먼저, 새 뚝배기를 맑은 물로 헹궈 겉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낸다. 그다음 쌀뜨물을 뚝배기의 80% 정도 높이까지 붓고 약한 불에 올린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유지한 채 15~20분 정도 더 끓인다. 불을 끈 뒤에는 쌀뜨물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두어 천천히 식힌다.
이 과정에서 쌀뜨물 속 전분이 뚝배기 안쪽의 미세한 구멍을 메운다. 그러면 음식물과 물기가 흙 속으로 덜 스며들고 흙냄새도 줄어든다. 다 식으면 쌀뜨물을 버리고 맑은 물로 헹군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완전히 말려 쓴다.
오래 쓴 뚝배기에 찌개 냄새가 배었을 때도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끓여 주면 냄새가 덜해진다. 다만, 뚝배기는 빈 상태로 센 불에 올리거나 뜨거울 때 찬물에 바로 담그면 쉽게 깨질 수 있다. 쌀뜨물로 길들인 뒤에도 이 점은 똑같이 조심해야 한다.
3. 비린 생선과 아린 채소는 쌀뜨물로 손질한다

쌀뜨물은 식재료의 잡내와 떫은맛을 빼는 데도 쓰인다. 쌀뜨물 속 전분과 미세한 입자가 비린내를 내는 성분과 아린 맛 성분을 붙잡아 함께 빠져나가도록 돕기 때문이다.
고등어나 꽁치, 삼치처럼 비린내가 강한 등푸른생선은 내장을 빼고 손질한 뒤 쌀뜨물에 10~20분 정도 담가 둔다. 건져 낸 생선은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구고,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은 다음 굽거나 조린다. 돼지 간이나 닭 간처럼 잡내가 나는 부위도 쌀뜨물에 담가 핏물을 빼면 냄새가 줄어든다.
채소 중에서는 토란이 대표적이다. 토란은 껍질을 벗기면 미끈거리는 점액이 나오고 아린 맛이 강하다. 껍질 벗긴 토란을 쌀뜨물에 넣고 5분 정도 데친 뒤 찬물에 헹구면, 미끈거림과 아린 맛이 함께 줄어든다. 토란국을 끓이기 전에 이 과정을 거치면 국물이 덜 탁해진다.
무와 죽순도 쌀뜨물에 삶으면 좋다. 무를 쌀뜨물에 먼저 삶아 내면 쓴맛과 매운맛이 빠져 조림이나 어묵탕에 넣었을 때 단맛이 잘 살아난다. 생죽순은 아린 맛이 강해 반드시 삶아서 쓰는 재료다. 이때 쌀뜨물에 삶으면 맹물에 삶을 때보다 아린 맛이 잘 빠진다. 우엉이나 연근도 껍질을 벗긴 뒤 쌀뜨물에 잠시 담가 두면 떫은맛을 덜 수 있다.
4. 된장찌개와 국은 맹물 대신 쌀뜨물로 끓인다

쌀뜨물은 국물 요리에 넣으면 맛을 끌어올리는 재료가 된다. 된장찌개나 시래기국, 아욱국, 우거지국을 끓일 때 맹물 대신 쌀뜨물을 쓰면 국물이 한층 구수해진다. 쌀뜨물에 녹은 전분이 국물에 은은한 농도를 더해 맛이 묽게 겉돌지 않고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된장의 짠맛과 텁텁한 맛도 한결 순해진다.
국물용 쌀뜨물 역시 첫 물이 아닌 두 번째나 세 번째 물을 써야 한다. 첫 물은 이물질이 섞여 있어 국물에서 잡맛이 날 수 있다. 또한 쌀뜨물이 너무 진하면 국물이 걸쭉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맹물을 조금 섞어 농도를 맞춰야 한다.
쌀뜨물로 끓인 국물은 전분 때문에 냄비 바닥에 눌어붙기 쉽다. 그래서 끓이는 동안 중간중간 바닥을 저어 주고, 불은 중간 불 이하로 유지한다. 냉장고에 보관해 둔 쌀뜨물을 쓸 때는 바닥에 가라앉은 전분을 흔들어 섞은 뒤 붓는다. 이때, 시큼한 냄새가 나면 국물 요리에 쓰지 말고 버려야 한다.
5. 화분에는 쌀뜨물을 묽게 해서 가끔만 준다

쌀뜨물은 화분이나 텃밭에 물을 줄 때도 쓸 수 있다. 쌀뜨물에 섞인 전분과 소량의 영양분은 흙 속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미생물이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흙이 기름지게 돼 식물이 자라는 데 거름 역할을 한다.
하지만 쌀뜨물을 맹물처럼 자주 주면 문제가 생긴다. 흙 속에 전분이 쌓이면 썩으면서 퀴퀴한 냄새가 나고 흙 표면에 곰팡이가 핀다. 실내 화분이라면 이 냄새를 따라 날파리나 뿌리 파리가 꼬이기도 한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화분은 뿌리가 썩을 수도 있다.
그래서 화분에 줄 때는 쌀뜨물에 맑은 물을 섞어 묽게 만든다. 주는 횟수도 평소 물 주기 가운데 한 달에 1~2번 정도로 줄인다. 흙 겉면이 말랐을 때 주고, 화분 받침에 고인 물은 바로 버려야 한다. 받은 지 오래돼 시큼한 냄새가 나는 쌀뜨물은 화분에도 주지 않는다. 베란다나 실외 텃밭처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은 실내 화분보다 냄새와 벌레 걱정이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