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계량기엔 마른 '헌 옷'으로 감싸세요, 젖은 천은 얼어서 냉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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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헌 옷으로 계량기와 배관을 감싸고 틈부터 막는 순서
얼었을 땐 끓는 물 대신 미지근한 물, 터지면 차단밸브부터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면서 첫 한파가 언제 올지 날씨 앱을 자꾸 열어 보게 되는 시기다. 8일 저녁 기준 국민안전24의 한파특보 현황에는 발표된 특보가 없지만, 지난 5일에는 태백시가 오늘 밤부터 기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계량기 동파 예방에 유의하라는 재난문자를 보냈다. 계량기 동파는 얼고 난 뒤 허둥대며 해결할 일이 아니라, 특보가 뜨기 전에 헌 옷 몇 장으로 미리 막아 두는 일이다.
한파특보가 없는 지금이 계량기함을 열어 볼 가장 여유로운 때다
행정안전부 국민안전24는 한파 행동요령에서 수도계량기와 보일러 배관 등을 헌 옷 등으로 보온하라고 안내한다. 방법은 단순하지만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감싸는 것이 아니라 계량기함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함 안에 물이 고여 있으면 먼저 닦아 내거나 퍼낸다. 고인 물은 기온이 내려가면 그대로 얼어 계량기 둘레를 더 차갑게 만든다. 뚜껑 가장자리나 배관이 드나드는 구멍에 틈이 있어 바람이 들어온다면 보온재를 넣기 전에 그 틈부터 막아야 한다.
계량기함이 현관 밖 복도나 건물 바깥쪽에 있는 세대는 찬바람이 직접 닿는 만큼 더 꼼꼼히 살핀다. 공용 공간에 있는 시설이라 손대기 애매하다면 관리사무소에 보온 계획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면 된다. 계량기 유리에 금이 가 있거나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상태라면 보온에 앞서 수리가 먼저다.

두껍게 꽉 채우면 된다는 생각이 계량기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보온이라고 하면 함 안을 천으로 빈틈없이 꽉 채우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것은 두께보다 천의 상태다. 눅눅하거나 젖은 천을 채워 넣으면 그 천이 함 안에서 얼어붙고, 보온재가 아니라 냉기를 계량기로 옮겨 주는 통로가 된다.
그러니 쓰는 헌 옷은 세탁 후 완전히 말린 것이어야 한다. 덜 마른 수건이나 쓰다 만 걸레, 비에 젖은 옷은 쓰지 않는다. 시판 보온재가 집에 있다면 그것을 써도 되고, 없다면 마른 헌 옷을 계량기 둘레와 배관 주변에 감싸고 남는 공간을 채운다.
한 가지 더 지킬 것은 검침창이다. 계량기 숫자가 보이도록 유리 부분은 가리지 않거나 쉽게 걷어 낼 수 있게 덮어 두어야 검침이나 점검 때 다시 뜯는 수고가 없다. 뚜껑이 천에 눌려 들뜨지 않는지도 닫아 보며 확인하고, 비가 온 뒤에는 함 안으로 물이 스며들어 천이 젖지 않았는지 다시 열어 본다.

베란다·다용도실에 드러난 보일러 배관은 길게 감아 묶는다
보일러 배관 보온은 어디를 감쌀지 찾는 데서 시작한다. 보일러에서 나와 베란다나 다용도실, 바깥 벽과 가까운 곳을 지나는 배관 가운데 맨살이 드러난 구간이 우선 대상이다. 이음매와 밸브 주변처럼 틈이 생기기 쉬운 부분은 특히 빠뜨리지 않는다.
마른 헌 옷을 길게 말아 배관 둘레에 감고, 풀리지 않도록 끈이나 테이프로 고정한다. 틈이 벌어지면 그 자리로 찬 공기가 파고들기 때문에 감은 천끼리 겹치게 하고 끝부분을 단단히 묶는다. 한 번에 두껍게 말기보다 빈틈 없이 두르는 쪽이 낫다.
다만 보일러 본체나 연통, 환기 구멍 쪽까지 천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 헌 옷은 불에 타기 쉬운 물건이어서, 외기에 노출된 배관 구간 위주로 감싸고 뜨거워지는 부분과는 거리를 둔다. 보일러 사용 설명서에 보온 방법이 따로 적혀 있다면 그 안내를 따른다.
집을 오래 비울 땐 온수를 약하게 틀어 두되 관리사무소 안내가 먼저다
국민안전24는 장기간 외출할 때 온수를 약하게 틀어 동파를 방지하라고 안내한다. 수도꼭지를 온수 쪽으로 돌려 물줄기가 가늘게 이어지는 정도로 열어 두는 식이다. 물이 완전히 멈춰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흐르는 편이 배관 속 물이 얼 가능성을 줄인다는 것이 이 안내의 취지다.
모든 집에 같은 방식이 맞는 것은 아니다. 집에 따라서는 졸졸 흐르는 물이 필요할 수 있지만,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의 안내가 우선한다. 한파가 예보된 상태에서 연휴나 여행으로 집을 비운다면 출발 전에 단지 공지나 방송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관리사무소에 온수를 틀어 두어도 되는지 문의한다.
집을 비우기 전에는 계량기함과 노출 배관 보온이 끝났는지부터 다시 본다. 온수를 약하게 틀어 두었다면 물이 싱크대나 욕실 배수구로 잘 빠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 확인을 건너뛰면 물이 넘쳐 집을 비운 사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 얼었다면 끓는 물 대신 미지근한 물과 드라이어로 천천히 녹인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거나 계량기가 얼어붙은 것 같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팔팔 끓인 물이다. 하지만 국민안전24는 얼었을 때 미지근한 물이나 드라이어로 녹이고 불을 사용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끓는 물이나 토치 같은 불꽃, 고온 열풍기는 계량기와 배관을 손상시킬 수 있어 쓰지 않는다.
미지근한 물을 쓸 때는 천에 적셔 얼어붙은 부위를 감싸듯 천천히 데운다. 드라이어를 쓴다면 전기 연결부와 콘센트에 물이 닿지 않게 하고, 켜 둔 채 자리를 뜨지 말고 계속 지켜본다. 젖은 손으로 플러그를 만지거나 물이 흥건한 바닥에서 쓰는 일은 감전 위험이 있으므로 피한다.
급하다고 한곳에 열을 오래 몰아주지 않는다. 얼음이 녹는 속도는 느려도 꾸준히 데우는 편이 안전하다. 사용하던 헌 옷 보온재가 젖었다면 녹인 뒤 새 마른 천으로 바꿔 다시 감아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터졌을 때를 대비해 실내 차단밸브 위치를 먼저 확인해 둔다
보온을 해도 배관이 터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터졌을 때 어디를 잠글지 미리 알아 두어야 한다. 집 안 수도 차단밸브가 어디에 있는지 한 번 찾아보고, 가족 모두가 알도록 공유한다. 배관이 터지면 이 밸브부터 잠가야 물이 번지는 것을 막는다.
얼었던 배관이 녹은 뒤에는 수도꼭지를 한꺼번에 열지 말고 조금씩 연다. 그다음 보온을 감은 구간부터 계량기, 배관 이음매까지 물이 새는 곳이 없는지 전 구간을 따라 확인한다. 천 아래에서 물이 배어 나오는 곳이 있다면 보온재를 풀어 이음부를 직접 살펴본다.
계량기 유리에 금이 갔거나, 물이 뿜어져 나오거나, 밸브를 잠그려 해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직접 해결하려 들지 말고 수도 사업자나 관리사무소에 연락한다. 위기·긴급 상황의 재난 신고는 119다. 국민안전24가 안내하는 한파 행동요령과 임시주거시설 정보는 행정안전부의 스마트폰 앱 안전디딤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